궂은일 도맡아하는 프랑스유치원 원장과 초등교장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학부모 교사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을 보니, 제가 한국에서 알고 있던 그런 교장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교장선생님은 항상 양복을 입고 조회때 학생들을
훈계하며, 권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프랑스 초등학교 교장은 다른 교사들과 다름없이
담임을 맡고 있었고, 양복이 아닌 청바지 차림에 예전에 유행하던
빵머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 사람이 교장이라고?> 라며,
도저히 교장같지 않아 여러번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학급 맡아 학생들 가르치며 학교행정까지 보아야하고,
더군다나 자질구레한 일까지 맡아하고 있으니 교장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것 같습니다.
2년전인가 봅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수영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이는 발목을 약간 접질러 정형기구를 하고 있었기에 수영복 착용을 도우기 위해
제가 수영장에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막나서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리더라고요.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수영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오늘 공사하기에 취소되었다고요.
그래서 <연락주어서 고맙다>하고는 학교앞에 있는 슈퍼로 장을 보러갔습니다.
슈퍼 계산대에 있는데 이번에는 핸드폰이 울립니다. 받아보니 조금전 연락주었던 교장이었습니다.
공사는 오후에 하게 된다며 다시 변경되어 가게 되었다고요. 곧 버스가 떠날것이니 빨리오라고요.
장을 봤던것을 대충 구겨넣고 학교로 갔습니다. 교장은 교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버스가 있는곳을 가리키며 빨리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그래서 주차장쪽으로 뛰었죠.
주차장으로 가보니 담임은 <이랬다 저랬다>한다며 투덜거리며 아이들을 버스안으로 태우고 있었습니다.
요즘 한국의 교장선생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있을때만 해도 교장이 이런일을 연락해주는것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유치원에서 가장 힘든반은 원장 선생님 몫
프랑스 유치원은 3년입니다, 만3살부터 6살까지 다니지요.
둘째가 다녔던 유치원의 1학년은 원장 선생님이 항상 맡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만3살에 부모 떨어져 유치원 오는 아이들 감당하기 힘듭니다.
9월 개학하고 유치원 1학년[petite section]반은 부모를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우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부모는 안가겠다는 아이 끌고 선생님에게 넘기곤 하지요. 처음 한2주정도는 이씨름을 해야 됩니다.
원장선생님은 해가 바뀌어도 항상 이 어려운 반만 맡고 있더라고요.
아이가 안떨어지려고하면 딱 붙잡고는 부모에게는 빨리가라고 합니다.
그안에서 선생님이 알아서 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3살짜리 아이들 통제하기 쉽지 않습니다.
둘째가 다닌 유치원 원장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아이를 맡기면 정성을 다해 보살핍니다.
하지만 교사에 대해 믿음이 없다고 느껴지면 가차없더라고요.
아이에게 좀 쩔쩔매는듯한 일본엄마가 있습니다. 제가 봐도 너무 끼고만 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전만 맡아주고 일안한다면 오후에는 아이데리고 가라고 했다고요.
그녀답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유치원 1학년은 오전프로그램만 있고, 오후에는 탁아기능을 합니다.
그모든것을 떠나 아이를 돌보아야되는 교사인데요,
저는 그녀의 그런 결단이 학부모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 교사의 모습을 보는듯해서 차라리 좋았답니다.
원장 선생님 반에 아이가 있어 소풍을 따라갔던 한국엄마가 전한 이야기인데요,
약간 장애가 있는듯한 아이였는데, 소풍처음부터 끝까지 원장 선생님이 안고 있는것을 보고는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의 인격과 교사로서의 자질을 알기에 고개 끄덕이며 들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라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기에,
학교장들이 맡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당연한 것이 특별한게 되어버리는 세상이지요.
그것 또한 현실의 한부분이라 인정할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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