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할수 있었던 이유

파리아줌마 2010. 11. 6. 09:28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할수 있었던 이유

 

지난봄,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에 관한 글을 두편의 포스팅으로

장황하게 올렸던 것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70년대까지만해도 산아제한을 외치던 우리나라가 요즘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드러커는 저출산에 대해

<집단적 자살행위>라고 했습니다.

  

2004년에서야 한국은 저출산의 심각성을 감지했고 이를 극복한 프랑스를

모델로 삼아 자료적인 연구와 더불어 사회제도적인 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은 커녕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몇년사이에 해결되기는 힘들것입니다.

 

프랑스는 100년전부터 저출산문제를 행정부가 아닌 의회에 상정해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70,80년대를 거치면서 90년대 중반부터 출산률이 오르기 시작했지요.

1993년의 평균 출산률은 1.63, 2000년대는 1.8-1.9, 2008년에는 2.02로 유럽내에서

최고의 출산률을 기록했습니다. 

 

25세에서 49세 사이의 프랑스 여성들 80%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이 일과 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수 있었던 것은 사회제도적인 뒷받침이 튼실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제도적인 뒷받침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산모와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

진하게 깔려있습니다. 그러니 제도들도 만들어졌겠지요.

 

프랑스 어딜가든 임산부는 노인들보다 우선입니다.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면 우선카드가 나와 어디장소에서든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산모와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

 

결혼하기전에는 프랑스가 선진국인지는 그리 와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보니 <과연 선진국이다> 싶었습니다.

 

큰아이는 프랑스에서 출산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8개월쯤에 조산기가 있어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움직이면 안되기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어야만 되었습니다.

간병인들이 세숫물, 양치물까지 날라다 주더군요.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마담 정, 진지하지 못해요>라며 그들에게 혼났습니다.

뱃속의 아이를 내가 위하는것보다 그들이 더 위해주는것 같았습니다.

 

18일을 병원에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도 위험하지 않을때에 집으로 보내주더라고요.

조산기가 있어 여왕 대접을 받았던 때와는 달리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찬밥신세가 되었습니다. 

식사도 복도에 있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했습니다. 많이 움직여야 몸이 빨리 회복된다고요. 

 

파리 12구에 있는 종합병원이었습니다. 당시 의료보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병원내에 있는 사회보조기관에서 다 알아서 해주더군요.

18일 입원에, 출산, 그리고 신생아 황달로 병원에 10일정도 머물렀는데

전액 무료에다가 선물까지 받아 집으로 왔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임신 5개월쯤되니 정부에서 돈을 주더라고요.

아이가 만3살될때까지 매달 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액수였습니다.

정말 놀랍더군요. 이정도로 혜택을 주나 싶었지요.

 

그리고 아이 두명이상 있는 가정은 가족수당이 따로 나옵니다.

이러니 안낳을수 없겠지요. 생각만 있다면 셋이고 넷이고 낳으면 가족수당 더많이 받을수 있습니다.

 

각동네마다 PMI[Protection maternelle et Infantile, 모성과 아이 보호]가 있어

아이 태어나고 나서 6세까지 모든 예방접종과 진료가 무료입니다.

그리고 산후우울증이나 산모에게 일어날수 있는 모든 것을 치유해주는 기관입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육아사들이나 소아과 의사들은 거의 천사 같았습니다.

 

또한 탁아시설이 잘되어있어 일하는 여성들도 육아에 대한 부담없이 직장을 다닐수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는 이른아침과 방과후에 탁아기능까지 함께 합니다.

학교가 시작하는 9시이전부터 오후 7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맡아주는 기능을 합니다.

아이들 맡기는 비용은 부모 월급에 따라 책정되어지며, 세금면제의 혜택을 받을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제도가 아이낳기를 권할수 있게 갖추어져있습니다.

 

52%가 혼외출생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의 또다른 원인으로는 동거 커플들이 주저하지 않고 아이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신생아들 52%가 혼외출생이라고 합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1999년, pacs[pacte civil de solidarité], <민간연대계약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결혼한 사람들과 동일한 세금공제와 연금, 보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혹자는 프랑스의 출산률 증가는 이민자들이나 외국엄마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이에 기여한바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통계학회 자료에 의하면 0,1%라고요.

 

이미 저출산을 극복하고 유럽내에서 아기 챔피온이 되었음에도 여기에 만족치 않고 있습니다. 

통계학회의 인구 통계학자인 Stefane Lollivier씨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너무 과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틀림없이 일시적인 현상이다.

프랑스에는 현재 많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젊은이들이 많아지기에는 충분치 않다.

10년 뒤를 보자면,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비해 20세 미만의 인구 비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프랑스의 출산률 극복노력은 근시안적이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8살인 둘째아이의 학교친구들 대부분이 동생이 둘은 되더라고요.

이것만 보아도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단순히 기계적으로 출산률을 높이고자 애썼으면 이런 사회제도를 만들어낼수 있었겠으며,

저출산을 해결할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산문제는 사람의 존엄한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모든 법적, 행정적 절차를 떠나 마음을 담지 않는다면 힘든 것입니다.

 

두아이를 이곳에서 출산하면서 느낀것은 프랑스인들은 아이와 산모를 진정으로 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진정성이 있어야지만 출산문제를 극복할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