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파리에서본 북한의 연평도 도발

파리아줌마 2010. 11. 24. 10:30

파리에서 본 북한의 연평도 도발

 

 

여느날과 다름없이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습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폭격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소식을 접하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 걱정이 됩니다.

 

또한 한국 걱정만은 아닙니다.

1998년, 한국의 IMF 영향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던 한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재채기만 해도 파리 한인사회는 독감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정도로 한인들 대부분이 한국과 연관된

생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유사시 이곳 한인들의 삶은 어떨지

상상이 됩니다. 지구상의 어느나라에서 살든 우리는 한국인으로

살아갈수밖에 없습니다.

 

몇년전부터 있어왔던 북한의 도발이라 처음에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은 좀 다른것 같았습니다. 

사상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인 지역에 폭격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우울했습니다.

2명의 희생된 장병들, 민간인이 포함된 부상자들, 그리고 불안과 공포에 떨었을 연평도

주민들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희생된 두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

 

르몽드지, <전쟁이 시작된것은 아니다>

 

오늘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보도했습니다.

프랑스 외무부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북한에게 도발을 중단할것을 요청했습니다.

 

르몽드지는 국제전략학회 아시아 전문가인, Olivier Guillard씨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제목은 <전쟁이 시작된것은 아니다>였습니다.

 

그에 의하면, 이번 도발 또한 그동안 있어온 예측불가능한 북한의 행동들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또한 주민들이 얼마되지 않고, 그간 자주 두한국의 각축장이 되었던 연평도를 공격한것은

군사적인 목적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한국인들 사이의 두번째 전쟁이 시작된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또한 지난 봄 천안한 침몰을 언급하면서 비교했습니다.

이는 천안함 사건만큼 심각하지만 희생자 수는 덜한 것이라면서, 해군정의 침몰이후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음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만약 워싱턴과 서울에서 주장하듯이 평양에게 책임이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이면서

본인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한국군과 미국이 북한땅에서 멀지 않은 연평도에서 훈련하는 것에 북한은

불만을 표시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예고했던 것을 이야기했으며, 

김정은의 세습과 시기적으로 맞물려있음을 감안해 볼때 이번 도발은 북한정권의

불안정성을 의심할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라늄 농축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은것 같고, 김정일은 백악관이 북한의 문제를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락보다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번 도발은 그의 목소리를 듣게 하기위해서는 어떤 군사행동도 감행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것이라고요.

 

만장일치의 비난을 끌어내고 뒤에서 다음 유엔회담에서 북한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을

촉진하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북한의 도발이후 학교에서 딸이 겪은 일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문을 닫지도 않은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아침에 다른반 친구 두명이 딸을 찾아와 느닷없이 <너 소식 들었어? 한국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딸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이 거짓말을 한다기 보다는 그냥 미덥지 않았다고요. 그리고는 그런 일이 있다면 엄마, 아빠가 이야기해줄텐데 싶었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는 한인언니에게 문자 메세지를 받고서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학교가기 바쁜 아이에게 북한 도발 소식을 전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친구 한명은 너무 남의 집일인냥 얄밉게만 이야기하더라는 것입니다.

<정말, 꼭,, 전쟁이 일어날거야>라고요.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그럴수 있지요.

더군다나 먼 나라 한국의 일입니다.

딸아이는 다음에 그친구가 한번만 더 그런식으로 이야기하면 가만있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내 가족들이 있는 한국이라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소리할거랍니다.

 

그러고 보니 한인어른들보다 청소년들이 서로 문자로 연락하며 한국소식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딸에 의하면, 아는 한인 남학생들의 페이스북은 북한에 대한 맹렬한 프랑스 욕설이 적혀져 있기도 했다고요.

 

제가 본,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아이들은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강할뿐더러,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항상 <남한이나 북한이냐>를 들어와서 간접적으로 분단국가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또한 갈라짐의 아픔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 심어진 민족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위로가 있기를, 그리고 부상자들은 빨리 완쾌하기를 바랍니다.

더이상 한반도에 이런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느때보다 파리의 하늘은 어둡고 우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