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졸업장도, 졸업식도 없는 프랑스 학교

파리아줌마 2010. 11. 25. 09:34

졸업장도, 졸업식도 없는 프랑스 학교

 

얼마전 <프랑스 초등학교에 점수를 없애자>라는 포스팅에서 달린

댓글들중, -그냥 초등교 졸업장을 없애자고 하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듣고보니 프랑스 초등학교 졸업장은 없었더라고요.

큰아이가 고등학생인데,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졸업장도 없었습니다.

 

별생각없이 살고 있었는데, 졸업장이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글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졸업장은 고사하고,

졸업식도 입학식도 없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학교는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지요.

그런데 이곳은 "~증"도, "~식"도 거의 없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말하는 졸업장은 <어느 학교를 언제까지 다녔다>는 것이 명시되어있는데,

그런 졸업장은 없고, 지난 6월 중학교를 마친 딸아이는 디풀롬 브러베[Diplôme du Brevet]라며,

중학교 마치며 보는 고입 시험점수와 내신점수들이 적힌 얄팍한 종이 한장 달랑 가지고 오더라고요.

 

제가 대학을 다녔던 90년대에는 우리나라처럼 대학, 대학원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대학에서 3기 과정까지 있습니다. 3기과정 마치면 박사학위 따는거지요.

보통 사원채용 공고를 낼때 <Bac+ 몇년> 이라고 적습니다.

Bac은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 시험인 바깔로레아 줄임말입니다.

<Bac+2>라면 우리나라의 예전 전문대학 졸업정도 됩니다.

그리고 학위증은 3기부터 줍니다. 3기에 속하는 박사 준비과정에도 학위증을 주더라고요.

2기까지는 증명서 정도입니다. 2기는 보통 대학들어가서 4년까지입니다.

한국에서 4년제 대학마치는 시기라고 보면 되지요.

허접한 증명서 쪼가리 정도라 액자에 넣어두지도 못합니다. 

 

초등학교는 그것마저도 없습니다. 중학교 들어가는데 별문제 없으면 교사서명받고

학교장 서명받아 시청에 등록하면 그만입니다.

 

얼마전 어떤 정치인이 중학교 입학 시험을 치르게 하자는 이야기를 해서 교육계가 크게 반발했습니다.

르몽드지의 논쟁란에는 "공화국의 학교는 학생들을 선택할수 없다. 그반대로 모든 학생들을 받아들여

각자의 차이대로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해야된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올 9월 교육부 장관이 제안한 체벌강화도 거부되었고, 중학교 입학시험도 당연히 치러지지 않을것입니다.

 

프랑스 사회에도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데 해가 되거나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을 제안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입학식도 졸업식도 없는 프랑스 학교  

 

기억을 더듬어보니 큰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때 입학식이 없는 것을 보고는

좀 허전하고 황당해 했더라고요. 그래도 학부형이 되는 기념식 정도는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한국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입학식과 졸업식이 연중행사처럼 치러지곤 하지요.

이곳은 그런 것 없습니다.

 

매년 9월 개학하는 날,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학교에 갑니다.

그리고 중학교 1, 2학년 정도까지도 더러 그럽니다.

 

첫날 담임선생님 만나 인사하고 그날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는지, 그리고 나머지 공부나, 보호반에

맡겨지는지만 체크하고나면 끝입니다. 입학식 없습니다.

 

그리고는 한 2주뒤에 교사 학부모회의에서 학교 돌아가는 사정과 교육방침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갖게됩니다. 

 

6월말이나 7월초 학년이 끝나고 기나긴 여름방학으로 들어가는 날, <바캉스 잘 보내세요>라는 말한마디가, 

이른바 졸업식이 됩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형식이 없어서 때로는 편하기도 하지만, 섭섭하기도 하답니다.

 

                                                                                                   음악학교 학위수여식 모습

 

그런와중에 작년 음악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이 있다고 합니다.

큰아이가 음악이론 2기 과정을 마치며 디플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왠일이냐 싶어 반가웠습니다.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인들의 격식없음은 역시나였습니다.

의자 하나 없는데서 부모, 학생, 시장및 시청관계자들과 음악학교 교장이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학위를 수여하더라고요. 음악학교는 시청에서 관할합니다. 그래서 시장과 시청관계자들이 참석합니다.

 

한명씩 호명해서 단상하나 없는 휑한상태에서 학위증 주고

여학생들은 시장과 비쥬[프랑스식 뺨맞대는 인사]하고, 남학생들은 악수를 하고는

뒤쪽 테이블에 펼쳐놓은 선물들 알아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선물은 4기가 USB 칩, DVD, 극장이용권이었습니다.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프랑스 부모들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위수여식을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랍니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 칵테일 파티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샴페인에 음료수,

그리고 훈제 연어및 각종 재료들을 넣은 작은 샌드위치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서빙하는 사람들도 특별히 고용한것 같고요. 

 

한국의 졸업장과 입학식, 졸업식에 익숙해있었기에 프랑스 학교가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형식과 비형식에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지요.

입학식을 하면서 가지는 새로운 각오와 설레임, 그리고 졸업식속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아주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것들이 형식에만 치우쳐질때는 없는것만 못하겠지요.

또한 너무 형식이 없어도 허전하고 삭막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