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남자는 까페에 혼자있는 여자를 가만 안둔다고?

파리아줌마 2010. 12. 29. 11:33

까페에 혼자 있는 여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예전 이곳으로 유학올 준비를 하면서 친정 어머니는 프랑스가 옷값이

비싸다는 소리를 듣고는 아는 매장을 찾아 겨울 재고품들을

특별히 부탁해서 사주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공부하는 학생이 옷사려다닐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비싸보았자 옷값일텐데, 당시는 무슨 거금이라도 들어가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품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지금은 아니지만],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았던

학생이었던지라. 당신이 한국에서부터 챙겨주지 않으면 너무 남루하게

해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듯도 합니다.

 

1987년에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한국인들은 물밀듯 해외로 여행을 나왔습니다.

그전에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외라고 하면 북쪽 사람들과 접하기 용이해지는 곳,

즉 사상이 불순해질수도 있는 지역으로 보고는 철저하게 닫아놓았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요.

 

파리에 70년대에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대사관에서 장학금을 주는

서울대생 프락치가 있었답니다. 열악한 정치상황이었던 70년대라 몇안되는

파리 유학생들을 감시해야만 되었나 보더라고요. 어떤 분에게 접근해서 뭐라도

얻어내어야만 되었는데 정작 그분은 공부만하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본인의 신분을 고백한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때 교수님 말씀으로는 지금은 국정원이 된 예전의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 대놓고

유학생들을 찾아가 위협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당시에 비하자면 요즘은 아주 편하게 유학생활하고 있는거겠지요.

 

이쯤되면 <이 아줌마가 프랑스 남자 이야기 꺼내놓고 왠 딴소리야?> 하실겁니다.

 

워낙 해외문을 닫아 놓아 외국이라고 하면 영화에나 나오는 그모습 그대로인줄 알았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같은 서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요,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이 어느정도는

비슷한 면도 있겠지만, 다릅니다.  그리고는 해외나갔다 온 분들의 주관적인 견해나 외국인에 대한

편협한 인식이 있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게됩니다. 무엇보다 별관심이 없으니 그렇겠지요. 

 

이를테면 서양인들은 20세가 되면 부모집을 떠나 경제적으로도 독립한다.

그리고 남녀관계도 이혼과 이별도 쉽게 한다. 사랑만 하면 어떠한 장애물도 없고,

남의 눈을 의식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대로만 해버린다.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았을때 더러 별나라 이야기 같을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확률 계산에 의한 통계적인 이야기들은 있겠지요.

그런데 문장 하나. 말한마디로 축약해버리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유학오기전 들었던 소리가 <프랑스 남자들은 여자가 까페 혼자 있으면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래서 <조심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납니다.

조심은 무슨 조심??

 

믿거나 말거나였지만 당시에는 어느정도는 솔깃했었기에 20여년이 지난 이시점에서 조금 억울[?]해졌습니다.

그런 경우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럴때는 개념없는 이야기한 사람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깃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거겠지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었던 당시 프랑스 남성들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기차나, 버스, 혹은 도서관에서 우연히도 아니고,

까페에서 혼자 있는 여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라면 인성이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않지요.

할일 없는 남자일 가능성도 크겠고요.

 

 

보수적이고, 수줍음 많은 프랑스 남자들

 

둘째 아이가 어릴때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때면 20대 안밖의 대학생인듯한

젊은여성들이 자기가 도와 주겠다며 유모차를 함께 들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계단을 오르내리지하고 주저하도 있다보면 바로 다가와 도와주겠다던 이들은 거의 젊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참 신기했던게 아직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젊은 처자들이 어쩜 그리 아기엄마의 시정머리를 그렇게 잘알고

도와주는가 하는것입니다.

저의 미혼시절에는 그런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무관심 그자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이야기지만 프랑스 젊은 여성들이 몸치장이나 하고,

친구들끼리 몰려 놀고만 있지는 않은듯했습니다.

 

그런데 간혹 30대 남성들이 옆에서 주저하다가 그냥 지나친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동양여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낯설음 때문인것 같더라고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요.

 

프랑스도 지방색이 있는데, 파리는 프랑스내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의 보수를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외국인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것이 아니라,

말이 없고, 본인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으며 수줍어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든, 아니면 동거를 하든 가정에 충실합니다. 예전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이곳은 회식이 없습니다.

하루일과 마무리하고 나면 집으로 칼퇴근해서 아내와 함께 육아, 가사분담해서 저녁시간을 준비합니다.

 

프랑스 남성의 대명사 같은, 알랑 들롱과 이브 몽땅은 프랑스의 연예인일뿐입니다.

짙은 눈썹과 강렬한 눈빛은 전세계 여성들의 꽃미남 로망을 충족시켜주었을뿐이며,

수려한 가창력과 위트와 매너 넘치는 몸짓은 프랑스 대중가요를 세계에 알리는데 한획을 그었을뿐입니다.

 

오늘도 프랑스 남성들은 무거운 세금부담과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슈퍼마켓 영수증를 확인해보고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