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는 정치인의 사생활은 묻지 않는다.

파리아줌마 2010. 12. 27. 09:35

프랑스는 정치인들의 배꼽 아래일에는 무관심

 

알고보니 그때가 1994년이었더라고요,

미테랑 전대통령에게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나서

어느 일요일 저녁, 티비의 시사프로에서 대통령의 숨겨진 딸을 인터뷰하는

것을 남편과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청순하고 지적이었고, 흔히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참~한 처자>가 환한 미소를 띄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보고는

저희 부부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렸습니다.

당시 마자린 미테랑은 20살이었습니다.

 

숨겨놓은 대통령의 딸이 시사프로에 나와 자신을 당당하게

이야기할수 있는 프랑스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쉽화시켜 논란을 일으키고

싶었던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정치인의 사생활에는

관심없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무관심이 배려의 한표현일수도 있습니다.

무관심만큼 나쁜것은 없다고는 하는데요, 그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아예 알고 싶지도 않은 무관심과 알고도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거두어 주는것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는 상식있고 배려를 아는 사람들이 가질수 있는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테랑의 숨겨놓은 딸, 마자린          사진 : GALA

 

 

나이 50에 미테랑에게 찾아온 불같은 사랑

 

마자린의 엄마는 미테랑의 고향 친구 딸이었습니다.

50대의 미테랑이 야당사무총장이자 대선후보였던 시절에 마자린의 엄마, 안 팽조[ Anne Pingeot]를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그녀는 여고생, 이런!!! 딸 같은 나이의 안에게 빠져버린것입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나이도 없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불륜과 로맨스의 차이는 있어야겠지요.

 

미테랑은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역사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관계를 눈치챈 친구는 둘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고, 이에 질세라 미테랑은 허구한 날 문을 두드리며

강한 배포로 밀어무치면서 친구를 굴복시키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마자린이 태어나고 10살이 되어서야 미테랑도 본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빠와 남편으로서 책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정계인사들이나 언론사의 고참기자들은 대통령에게 혼외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안다고 다 쓰는 것은 아니라>면서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싣는 잡지, <파리마치, Paris Matche>지는 파파라치를 고용해서

미테랑과 마자린이 식당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해서 싣으며 대통령 숨겨놓은 딸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르 피가로지는 <하수구 저널리즘>이라고 몰아세웠고,

르몽드지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하는 기사를 싣으면서 논란을 불식시켰습니다.

 

그리고 미테랑은 자신의 딸 문제가 불거졌을때, <나는 한번도 거짓말을 한적이 없다. 누가 내게 딸을 묻지도

않았고, 딸을 물었을때 나는 시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미테랑은 크리스마스를 팽조 모녀와 보냈고, 1231일은 본부인인, 다니엘과 사회당 동지들과 보냈다고 합니다.

 

딸의 생모인 안 팽조는 현재 오르세 미술관 관장입니다.

정치 평론가들은 그녀를 <교양있고 사려깊은 여성>이라고 했고, 그녀는 지금까지 미테랑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르몽드 기자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구조물, 바스티유 오페라, 라데팡스 개선문,

미테랑도서관 건립 등 4대 대형건설 사업 결정 때 팽조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어렸을때 <우리 아빠가 대통령이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왠 헛소리? 너 환상가 아냐?>라는 말을 들었다던

마자린은1998년 작가로 데뷔했고, 현재 대학 교수로 있습니다.

고교생들의 교육개혁 반대시위 때 미테랑이 학생 대표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면담한 것은 마자린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사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마자린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진 분>이셨다고요.

 

프랑스인들 79% 대통령의 이혼은 정치활동에 중요한일 아니라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부인, 세실리아        사진 : AFP

 

미테랑과는 달리 사르코지의 사생활을 이야기하기가 좀 주저됩니다.

마치 예전 한국의 잡지, <선데이 서울>에서나 봄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사르코지와 세실리아의 첫만남은 1984년 사르코지가 시장으로 있을때

세실리아의 결혼주례를 서면서 시작됩니다. 막 결혼한 색시를 시장이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4년뒤 두딸을 데리고 세실리아는 사르코지 품으로 오게 됩니다.

세실리아의 전남편은 프랑스 방송계의 대부이자, 대단한 여성편력경력이 있는 작크 마르탱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세실리아는 남편의 대권 야망에 많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1995년 사르코지가 보좌했던 발라뒤르가 대권에서 실패하고난뒤 세실리아는 남편이 변호사로 돌아가

알콩달콩 살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대권야망을 버리지 못하면서 둘사이 갈등이 깊어갔습니다.

 

세실리아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뉴욕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대선에서 부인이 필요했던 사르코지는 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겨우 아내를 데려다 놓고 대통령에 당선이 됩니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의 엘리제궁 입성식은 아주 색다르게 치루어졌습니다.

그간 영부인들의 대통령 취임식 복장은 프랑스 오뜨 꾸뛰르들이 디자인한 옷들을 입고 나온것에 비해

세실리아는 이태리 디자이너인 프라다 드레스를 입고,

마치 칸 영화제의 레드까페를 연상하는 느낌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르코지가 전부인에게서 낳은 두아들, 그리고 세실리아가 전 남편에게도 낳은 두딸, 그리고 둘사이에서

태어난 아들하나, 이렇게 취임식에서 재결합된 대통령 가정의 모습을 대하는 것은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기질적으로 <페스트 레이디>가 될수 없었던 세실리아의 어긋진 행동들은 계속되었습니다. 

세계 선진 8개국 정상회담의 만찬에 세실리아는 참석하지 않았고,

여름 부시 대통령과 약속된 피크닉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불가리아행에도 그녀는 동행을 거부했습니다.

이럴때 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디어들에게 해명할 것들을 찾느라 급급했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2007년 11월, 철도 공무원들의 퇴직 연금제도 개혁에 반대한 파업이 한창이었던 어느날,

엘리궁은 사르코지 부부의 이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임기중에 이혼을 한 프랑스의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당시 여론은 파업의 관심을 대통령 이혼으로 희석시키려 한다며 <왜 하필이면 이때에 이혼을 발표하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 79%가 대통령의 이혼이 정치활동에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이혼을 보고, 또한 대부분 이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프랑스인들을 보고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통하지 않는곳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만 해도 정치인은 고사하고 공인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불륜은 탄핵직전까지 가기도 했었지요.

 

이곳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 공인들의 사생활을 가쉽화시켜 논란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역공격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비난을 하면 우리는 흔히 욕 먹을짓을 한 그어떤 사람을 함께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먼저 생각해 보아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는 그런 말을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물어볼수 있다면 좋겠지요.

 

사실을 알린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며, 옳다고 항상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본인의 상황과 처지에서 왈가불가할수 있는 이야기인지 먼저 생각해볼수 있다면 좋을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사생활을 존중하는데는 어느정도 선은 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공익을 해치지는 않아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