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마약 경험을 학교에서 밝히는 프랑스 청소년

파리아줌마 2011. 1. 4. 09:21

마약 경험을 자유롭게 학교에서 밝히는 프랑스 청소년 

 

새로운 해가 시작된지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오늘[월요일] 프랑스 학교들은 성탄절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했습니다.

 

겨우 1월 3일에 개학을 하니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한 5일 정도쯤 학교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드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 엄마는 방학을 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아주 자유롭고 규칙적인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에게 <개학 첫날 잘보냈냐>고 하니,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오늘, 있잖아,,,>라며 이야기를 꺼냅니다.  

 

2주마다 1시간씩 있는 <나눔의 그룹> 시간

 

카톨릭 사립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 학교에서는 2주마다 1시간씩 신부님이 주관하는

<나눔의 그룹> 시간이 있습니다.

 

학과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주로 청소년 시기에 문제시되거나 궁금할수 있는 테마들,

즉 술, 안락사, 마약 같은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발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과 신부님은 일단은 술 이야기를 했답니다.

이제 겨우 만 15살정도의 고등학생들이라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그들이 향유하고 있는것들을 누리고 싶어하는 때입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낸 학생들은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신부님과 학생들, 그리고 카톨릭 학교라 교화와 훈계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술 혹은 담배의 병폐를 보여주거나, 이야기해주고 좋지 않은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학생들 스스로 

거부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어 딸아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무조건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해보라>였답니다.

술을 마신적이 있는 학생에게는 <춤을 추었냐, 울었냐>로 물어보았는데,

어떤 학생이 구토하기전까지 기분이 좋았다고 답하더랍니다.

 

<옳다, 그르다>도 아닌 어떻게해서든지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고 한답니다.

정초라 개학전날에도 술마시며 파티를 해서 피곤했던 어떤 남학생이 신부님께 <좀 자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니,

<자지 말고, 경험했던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다고요.

 

오늘의 주제는 <마약>, 그리고 친구 비밀에 대해 철저히 함구

 

개학 첫날 가진 나눔의 그룹 시간 주제는 <마약>이었습니다.

프랑스 17세 청소년들의 42%가 마약의 일종인, 카나비스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인들 4백만명이 마약경험이 있답니다.

 

먼저 마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조심스럽게 반장[?]이 손을 들더랍니다. 그리고 2명의 남학생으로 이어졌다고요.

반장은 공부도 잘할뿐더러 아주 활동적인 학생이랍니다.

 

그런데 딸아이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무신경하게 이야기합니다.

보통 모범적인 반장이 마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울 랄라~~>할수 있기에,

의아해서 물어보니 본인도 속으로는 그랬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답니다.

 

나눔의 그룹에서 이야기된 것을 이른바, <학교 복도>에서 발설을 하면 교장실로 불려가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반 학생 35명끼리만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유의 폭도 엄청 넓지요?

그게 철저하게 잘지켜진답니다.

학급 친구의 비밀스런 사실을 안 학생들의 뱃속 깊은곳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밝히는 아이가 손가락질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딸아이 말에 의하면, 누가, 무엇을,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답니다.

 

그이야기를 듣고는 프랑스인들이 동성애에 대해 논란을 벌이지 않는 이유를 알수 있었답니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비록 철저히 비난하더라도 표현하지 않습니다.

특히 프랑스 성직자들의 동성애 반대 의견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반대하겠지요. 하지만 발언해서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경우의 무관심은 배려의 한표현이라 생각됩니다.

 

<나눔의 그룹> 시간이 가지는 의미

 

신부님이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떠한 가르침도 없었고,

청소년들이 멀리해야될 알콜과 마약을 자유롭게 이야기할수 있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열어두는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은 술과 마약은 좋지않다는 것을 더 잘알고 있겠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금기시만하면 이상한 집착이 생길수 있습니다.

그런 유혹에 약한 아이들이 있겠고, 강한 아이들이 있을겁니다.

 

금지는 오로지 관념에서 생성되는것입니다.

거기서 머무르면 괜찮은데 현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는 청소년기에는 더하겠지요.

그러기에 생각부터 자유로워야하고, 열어놓고 이야기할수 있어야될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알콜이든 마약이든 호기심으로 해볼수는 있겠지만

중독으로 빠질 위험성은 휠씬 덜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열어서 가져올수 있는 병폐와 닫아 놓아서 생길수 있는 문제들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할까요?

아마 후자일것입니다.

 

딸아이는 오늘 <나눔의 그룹> 시간이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엄마에게 폭로하니?> 하고는 놀려주었더니, 당장 찝찝해 합니다.

하지만 학교복도가 아닌 집이고, 우리는 누가 마약을 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