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프랑스판 막장드라마, 베땅꾸르 사건

파리아줌마 2011. 1. 5. 11:21

막장드라마 같은 베땅꾸르[Bettencourt] 사건

 

2010년 6월의 어느날,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소중하니까>라는 문구로 잘알려진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사 상속녀이자, 프랑스에서 세번째로 꼽히는 부자인,

릴리안 베땅꾸르의 저택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인터넷 언론인 Mediapart가 보도해버린 것입니다.

 

테이프를 도둑 녹음한 이는 바로, 베땅꾸르 집안일을 봐주는 집사, 

 

녹음 내용을 보면, 그녀는 1999년 Arros 섬을 구입했고, 

신고되지 않은 두개의 외국 은행구좌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프랑스 사회를 동요시킨건 그녹음 내용중에는 노동부 장관인, 베르뜨 집안과 

베땅꾸르와 묘한 관계가 얽혀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경유착의 검은 관계가 낱낱이 알려지게 됩니다.

 

사르코지의 오른팔인 전 노동부 장관, 베르뜨와 베땅꾸르의 은밀한 거래 

 

베르뜨는 2007년 5월에서 2010년 3월까지 예산부 장관을 연임하게 되고,

현재 집권여당인 UMP당의 회계를 맡고 있으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을

잘알고, 이해하고 있었던 장관입니다.

 

2008년말 지지도가 약한 사르코지는 베르뜨를 내세워 연금개혁을 이루고,

2012년 대권에 또한번 도전할 야심찬 계획을 꾸미며 그를 작년 3월에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베르뜨는 베땅꾸르와 관계를 가지며 재무적으로 사르코지에게 충성봉사했습니다.

사르코지가 시장으로 재직할때부터 정치자금이 연관되어있었습니다.

 

2007년 사르코지의 불법 대선자금이 베르뜨를 통해 베땅꾸르에게서 현찰로 흘려나왔고,

그외에 다른 정치인들의 자금줄을 대어주는데 중간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지요.

 

그리고는 베땅꾸르와 그녀의 재산관리인, 그리고 베르뜨 장관의 <사탕 나누어 먹기>

혹은 <주고받기>식 놀이는 계속되었습니다. 어쩔수 없는 돈과 권력의 사이좋은[?] 행보입니다.

 

87세의 재산 많고 우아한 할머니, 베땅꾸르가 든 바구니안에는 대통령, 장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을 돕는 베땅꾸르의 장부를 잘 관리[?]해주기 위해 베르뜨 장관은 그의 아내를

로레알사 회계로 취직시키기까지 했답니다. 그리고 베땅꾸르가와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베르뜨의 거짓말이 탄로나기도 했지요.

 

거대 상속녀의 탈세와 불법 정치자금이 드러나고, 정치인들의 도덕성과 공인의 거짓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프랑스인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는 작년 가을 프랑스 전체를 달구었던 연금개혁안 파업을 더욱 불타오르게 한 사건이기도 했지요.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정년을 연장하지 말고, 베땅꾸르의 금고를 털어라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재산 많은 할머니와 늙은 남자의 관계로 인해 모녀의 재산 분쟁 싸움까지 이어져.

 

 

그럼 이사건이 엘리제궁까지 불똥이 튄 기원을 보자면요,

 

2007년 남편인, 앙드레 베땅꾸르가 사망한뒤, 릴리안 베땅꾸르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사진작가인 60대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베땅꾸르 부부와 사진작가와의 인연은 40여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친하게 된것은 1987년부터라고요, 사진작가는 부부의 여행에 동행하기도 했답니다.

 

남편의 사망이후 사진작가를 자주 만나며 외로움을 달래던

베땅꾸르는 2007년 그에게 기부금 목적으로 1억 유로[1조 5천억원]를 건넵니다. 

 

이사실을 안 베땅꾸르의 외동딸인, 프랑소와즈와 그녀의 남편은 <엄마가 미쳤다>고 하며, 바로 엄마의 친구를 사기꾼으로 고소하고, 자산 관리 자격 부적격자로 엄마 또한 고소했습니다.

 

딸과 사위는 아버지가 남긴 거대한 재산이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넘어갈 위기를 느낀것입니다.

 

3년전부터 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녹음 테잎이 언론사로 들어간것입니다. 그래서 베르뜨 장관과 베땅꾸르의 사건으로 확대되었지요.

 

베땅꾸르와 남자친구는 사생활 침해로 법정에 고소했고, 재산관리인은 이를 보도한 Mediapart를 고소했으나,

파리법원은 합법적인 보도라며, 언론사 고소를 거부했습니다.

 

어쩔수 없이 정치와경제는 유착되었을망정 사법부는 확실히 분리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결국은 재산 많은 할머니와 늙은 남자와의 관계가 발단이 되어 프랑스 정계가 뒤집어진것입니다.

 

11월에 베르뜨 노동부 장관은 짤렸고, 2010년을 얼마 안남긴 12월 로레알가의 모녀는 화해했습니다.

딸은 모든 소송을 취소했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재산을 놓고는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남편에 대한 비밀 계약을 확인하고, 두아들이 재산관리권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취소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재산을 두고 논픽션 막장드라마 같은 치열한 집안싸움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베땅꾸르의 탈세와 베르뜨의 불법정치자금 문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지난 12월 한해를 마감하며 프랑스 언론들은 베땅꾸르 사건을 <2010년의 연속극> 혹은 <복잡한 집안사>로 보고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부정에 낙인을 찍어버릴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검은 돈이 비교적 돌지않는 프랑스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정경유착으로 인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지난 한해 프랑스 사회는 정치인과 부자들에 대한 믿음은 

철저히 무너져 내렸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르코지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비자금에 대해

자유로울수는 없겠지요. 어느나라에서건 돈과 권력은 맞물릴수밖에 없는 따가운 현실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