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류

한국 아이돌 좋아하는 프랑스 청소년에게 미안했던 사연

파리아줌마 2011. 1. 18. 09:08

자주 글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고 인정해라>고 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실전에서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생각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을 삶속에 실천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생각하고만 있는것을 실천하고 있는줄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차이는 어쩔수 없이 나약한 인간이라

가질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같이 자신을 기만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적어도 자신을 속이지는 않고 있다는것을 강조하는듯해 다소

민망스럽지만 평상시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것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서론이 이렇게 장황하냐면요, 

 

얼마전 파리의 영향력[?]있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글, <프랑스인에게 한국 아이돌 춤 배우고 있는 딸>을 보고는

파리에 있는 한국 언론사의 K pop 취재 관련으로 알아보고 싶은것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인 딸아이가 프랑스 친구에게 전파한것도 아니고,

프랑스 청소년들이 미리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알고 있다가

딸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라 더욱 흥미로울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취재였습니다. 섭외비가 있는것도 아니고, 요구할 상황도 아닌것 같아 한국인끼리 도우며

살자싶어 딸아이를 통해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주저되는것이 프랑스는 아이들의 초상권을 아주 중요시여깁니다.

교육 출판물 제작을 위해 학교에서 사진촬영이 있을때 얼굴 노출 허락을 부모들에게 꼭받습니다.

관련 공문이 아이를 통해 오면, 원하는 곳에 체크한뒤 사인해서 학교로 보내야 됩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부모들의 허락이 까다롭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뒤 딸아이는  친구 둘과 그부모님들의 허락을 받아왔습니다.

 

통신원과 연결되어 취재 날짜를 정해서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다음날 아이돌 춤을 배우기 위해 마침 안 마리 집에

모이기로 했답니다. 나름 좋은 그림이 나올수도 있겠다 싶어 그집으로 취재를 가도 되는지  

딸아이 통해서 물어보니 안 마리 엄마가 저와 통화하기를 원했습니다.

 

초면에 전화로 이런것을 부탁하니 좀 미안했지만 여차해서 저차한일이라고 하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바로 통신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촬영 스케줄은 너무 빡빡하답니다.

 

바로 다음날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날로 정해주기를 부탁합니다.

다시 안 마리 집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흔쾌히 다른 날을 제안해줍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 학교식당에서 식사하지않고 집으로 와서 촬영하게 하면 되겠다고 합니다.

고마워서 점심으로 김밥을 준비해서 가겠다고 하니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귀찮았습니다.

그때까지 그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여차하면 취소하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어떠한 부담도 없었습니다.

 

취소된 인터뷰, 그리고 심하게 실망하는 프랑스 청소년

 

다시 통신원에게 연락했습니다. 좋은 시간 얻어내었다고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시간은 카메라 맨이 안된답니다.

이쪽 저쪽 연락하느라 기운은 빠졌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쪽에서 먼저 취소하자고 합니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했습니다.

 

저 또한 귀찮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다시 안 마리 집으로 연락하는데 많이 미안하더군요,

하루저녁 사이에 번복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저 아이와 집안 촬영을 허락해주어 고맙기만 했던 안 마리 엄마가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안맞아 취소되었다고 하니 다른 시간들을 제안합니다.

그때부터 이일이 아이들에게 어떤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취소되었다는 엄마의 말을 듣던 안 마리가 믿지 못하겠나 봅니다.

급기야는 전화를 바꾸어줍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한국 아이돌 가수 좋아하는 프랑스 사춘기 소녀, 안 마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울고 싶었답니다. 아이는 계속 다른 시간을 제안합니다.

<안 마리야, 안 마리야!! 정말 미안하게 되었단다.>

아이가 가지는 실망감이 말도 못하게 컸습니다.

정말 안스러웠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통신원에게 연락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방송날짜가 임박해 있었고, 더이상 수고의 필요와 가치를 못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방송사를 향한 마음이었습니다.  

 

한국 아이돌 가수 좋아하는 프랑스 청소년들은 한국 방송 인터뷰에 많이 들떠있었습니다.

그정도인줄 몰랐습니다. <조금만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했더라면 좀더 세밀하게 시간을 상의해

보았을걸>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방송 인터뷰가 가지는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초상권에만 생각이 꽂혀 있었던

저의 부족함은 일단 차지하고서라도, 어른도 아닌 아이들을 들뜨게하고 취소해 버린 언론사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솔직히 그날밤 화염병[?]들고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정도로 흥분해 있지 않았다면 별생각없이 있었을겁니다.

지극히 상대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모두들 안정을 찾아 열공하고 있을겁니다.

한국 아이돌 가수 좋아하는 프랑스 청소년들에게 너무 미안했던 어느날의 이야기였습니다.

오지랖만 넓었지, 섬세하지는 못했던 파리에 사는 어떤 한국 아줌마의 고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