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이제는 프랑스 철도공무원이 아닌 승객이 파업을?

파리아줌마 2011. 1. 19. 09:40

프랑스는 자주 교통 파업이 있습니다.

일년에 크게는 두어번, 작게는 대여섯번 정도는

대중교통의 파업으로 불편을 감수해야됩니다.

 

아무리 파업이라지만 처음에는 설마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시민들의 발을 묶어놓더라고요.

워낙 성질 급하고, 다혈질의 한국아줌마라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면서,

<어쩜 이럴수 있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자주 겪어 익숙해지고 나니 프랑스인들처럼

느긋해지기도 하고, 나름 대처방안을 마련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철도 공무원들의 파업이 아니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파업이랍니다.

그간 파업의 불편함을 겪은 승객들이 복수혈전[?]을 벌이는것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프랑스인들은 일상의 평온함이 깨어져도 파업의 정당함을 인식하면 지지하면 했지,

그로 인한 사사로운 복수를 꿈꾸지는 않습니다.

 

사실, <하다하다 이제는 승객까지 파업을 하는구나> 싶었지만 상황을 알고보니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파업>이라고 쓰인 기차표를 들고 기차안에서 시위하는 승객들       사진 :AFP

 

잦은 고장으로 인한 연착으로 파업

 

오늘[18일] 프랑스 지방을 연결하는 기차역에서 승객들이 시위를 벌이는 광경이 목격되었습니다.

항상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기차라 승객들이 더 아쉬울것 같은데요, 얼마나 뿔이 났으면 파업을 벌였겠습니까?

 

파리와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TGV를 매일 이용하는 승객들이 철도청의 서비스 악화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전기, 이상기후, 또한 다른문제로 인해 30분에서 1시간 연착하는것이 일상화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승객은 프랑스 국영철도[SNCF]에 가입해서 정액 요금을 지불하며 통근하는 이들입니다.

 

오늘 아침 Angers-Le Mans-Paris를 연결하는 구간의 정기권 이용자들 200여명은 함께 모여

파리로 향했습니다. 옷에는 <정기권 이용자들의 파업>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는

검열관들에게 정기권 제시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측은 이용자 각자에게 100유로[1십5만원]씩 손해배상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2주간의 정기권 비용인 300유로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지역별로 국영철도측과 이용자들 협회와 만남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고정된 기차없음>이라는 스티커를 옷에 부착해서 기차안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다른 승객들에게 알리기도 했답니다.

어떤 승객은 철도사의 적당한 손해배상이 없다면 가입을 탈퇴하겠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에 오래살다 보니 이제는 철도 승객이 파업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되는군요.

 

너무 배짱 튕기는듯한 프랑스 국영철도

 

이 소식을 접하고 보니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2009년 여름, 한국을 다니러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공항을 가려고 하는데,

마침 어떤 구간에 화재가 나서 우리 출발역에서 기차가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는겁니다.

 

비행기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기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작정 기다릴수 없기에 다시 집으로 가서는 차를 가지고 공항을 갈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승무원은 기차표를 환불 받을수 있는 주소를 주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을 다녀와서 기차표 환불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었는데,

다른 곳에서 관할한다며 그쪽으로 문의해보라고 합니다.

 

왠지 환불받지 못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편지를 보내 보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당시 바로 화재가 진압되고 정상운행되었기에 환불해줄수 없다는 것입니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정해져 있었던 승객은 생각지 않더군요.

승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은 하나도 없고, 배짱만 튕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접었습니다. 안해준다는데 어떻하겠습니까?

 

그리고 오늘 승객들의 파업 소식을 접하고 나니 그때의 일이 떠올라 제가 받지못한 몫까지

손해배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