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개인주의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1. 2. 25. 09:47

예전에는 나와 관계는 되었지만 상대방에게서 일어난 일들은

오로지 그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사람의 입장에서

본것이고, 적어도 나와 관계가 되었다면 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아야 할것입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미칠 영향에는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하면 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만 하면

되는것이었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것도 지극히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살아온 시간이 쌓여갈수록 느껴지는게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더군요. 나의 생각없는 말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게 미칠 결과와

영향을 무시할수 없다는것을 점점더 깨닫게 됩니다.

 

이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날수 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줄수도 있고, 들뜨고, 헷갈리게 할수도 있고,

나를 무시하게도 할수 있고, 특히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수도 있더라고요. 

상대를 살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했을때 일어날수 있는 좋지않은 현상들이

있을수 있기에 좀더 신중하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주의>라는 다소 거창하고, 약간은 철학적인 단어를 사용을 해서 스스로 좀 부담스럽지만

그냥 가볍게 풀어가렵니다.

 

이기주의는 "나"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것이라면, 개인주의라함은 "나"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존엄과 권리를 중요시여기는것일겁니다.

그리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느냐 안입히느냐일것입니다.

 

프랑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똘레랑스 정신은 바로 이 개인주의로 해석하면 될것입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그것 또한 존중하는 것이지요.

이는 사람사는 세상의 상식이자 당연한것인데,

자주 당연함이 특별한것으로 되어버리기도 하는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이곳도 사람사는 세상이라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겠지요. 하지만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비교적 '나'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비난을 면하기 힘듭니다. 개개인의 의견과 권리는 존중하지만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입혔을때는 단호하더라고요.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입히지 않게 예절교육을 엄하게 시킵니다.

아이의 창의력과 개성을 키워주고 존중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에는 단호합니다.

그러니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부잡스러운 아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아이가 부모 눈치 보고 조용해도 됩니다. 특히 이는 아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겠지요.

  

개인주의를 넘어 이타적이기까지

 

나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해서 나를 절제하는것, 즉 도덕적인 행동의 목적을 타인의 이익에 두는 행위를 이른바 이타주의라고 합니다.

이타주의는 19세기 실증주의의 창시자인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꽁트가 이기주의에 적절한 반대의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학 입시에서 철학을 필수 과목으로 넣는 이유중의 하나가 빛의 세기의 철학자들이 프랑스인들이라는 역사적인 의의가 있듯이, 법을 정하는데도 이런 철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된게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잔치집 가서 술을 마시고 오다가 사고가 나면 술을 내어준 잔치집 주인이 책임지는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답니다. 그게 얼마나 적용이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이는 지난해 이곳에서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이 결혼 피로연에 술을 많이 준비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절제되고 도덕적인 행동이 타인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이익에 기반을 둔 이타적인 법률이라

할수 있을겁니다. 타인의 행복에 관여하게 되는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정신은 학교 교육에도 적용이 됩니다.

고등학생인 딸아이 학교에서 어떤 남학생이 다른 남학생을 때렸다고 합니다.

체벌이 없는 프랑스 학교에서는 이런 경우의 처벌은 교사가 관련학생들을 수업못듣게 합니다.

<교실에서 나가라>가 되어버리는데, 둘다 처벌을 받습니다.

 

가정통신란에 이유를 적게 되는데 맞은 학생은 폭력을 유발시킨 잘못으로 명시된답니다.

폭력을 조장했다는 죄[?]까지 가해지니 맞은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현상을 바라보지 않은듯했습니다.

 

또한 얼마전 프랑스 판사들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때문에 파업을 했을때,

변호사 출신인 예산부 장관은 파업을 지지하면서 대통령으로 하여금 잘못이 있음을 알게하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 했습니다.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미칠수 있는 결과와 영향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위하고 파업을 하나 봅니다. 나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 말과 행동들이 사회발전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수 있다면 좋은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