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아랍 혁명을 보는 어떤 프랑스인의 시선

파리아줌마 2011. 3. 2. 09:33

아랍 혁명의 여파가 프랑스 정계까지

 

지난해 말 튀니지를 기점으로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까지

요즘 중동이 들끓고 있습니다.

 

혁명은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듯합니다.

이념과 정의는 시간이 흐르고 난뒤 역사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이 붙이는것이겠지요. 일상을 살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을때는 더이상 견딜수없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 아랍권 나라들을 식민지배하던 나라이자,

다양성을 인정하는 똘레랑스의  나라, 그리고 이른바 인권을 중시하는

프랑스 정계는 아랍혁명을 대하며 요즘 무척이나 불편해 합니다.

 

식민지배는 끝났지만 제국주의적인 습성에 아직도 젖어 있고 싶은 프랑스 정치인들과

아랍 독재자들의 묘한 결탁이 막을 내려야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아랍혁명은 그저 불편한 진실일뿐입니다.

 

프랑스의 우파 정치인이자, 외무부 장관인 미셜 알리오 마리는 지난해말 튀니지 혁명이 한창일때

독재자인, 벤 알리의 친구가 내어준  전용기를 타고 튀니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다고 합니다.

또한 그친구와 그녀의 부모님과는 부동산 거래까지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쯤되면 계산이 나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은 머지않아 그녀 소유가 되겠지요.

 

그리고 나서는 1월 중순에 장관은 너무나도 속보이는 발언을 해버렸는데요, 튀니지 소요 사태 진압을 위해

경찰을 파견할수 있다고 한것입니다. 프랑스 정계가 난리가 났었지요. 야당은 장관의 사임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잘못한것 없다고 버티던 장관은 어제[28일]서야 물러났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외무부장관 경질과,

신임장관으로 알랑 쥐페 국방부 장관을 임명할것을 발표하면서 소규모 내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동안 북아프리카 민주화 사태에 대해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던 대통령은 <아랍혁명이라는 역사적인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될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로써 아랍혁명의 여파가 프랑스 정계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아랍혁명은 세계 힘의 균형을 가져다줄 것?

 

북아프리카 민주화 사태가 프랑스 정치인들에게는 불편한 반면 프랑스 개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원래 유지된 체제속에서 누릴것들이 많았던 기득권자들에게는 혁명은 불온세력들의 국가 전복 의도일뿐이고,

변화를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눌렀던 피지배 계급에게는, 비록 험난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일수 있을겁니다. 결국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것이 아니고, 치열한 내부싸움을 통해오는것이겠지요.

 

지난주에 노르망디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손차룡 작가님 아뜰리에에 갔을때 그를 후원해주는 독일계 프랑스 여성인 사빈과 아랍혁명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녀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그말을 듣고는 사빈은 좀 지겨운 표정을 짓더군요.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더라고요.

 

프랑스의 차기 대권의 주자로 떠오른 사회당의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은 사르코지 보다 더 못할것 같다느니

하더니만, 이야기가 아랍혁명쪽으로 흘렀습니다.

대뜸 그녀는 아주 환한 표정을 짓고는 집안일을 봐주고 있는 흑인인, 파티에게 중얼거리며 뭐라고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파티도 아주 좋아합니다. 언론에서도 예측하다시피 중동의 민주화 사태가 옆에 있는 검은 나라들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파티의 표정에서 읽히는듯했습니다.

 

그리고는 사빈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아랍 국가들이 민주화 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을 약하게 될것이고, 그럼으로써 미국에 강한 반감이 있는 극렬분자들이 줄어들고 세계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될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반겼습니다. 나름 산뜻한 결론에 저도 혹했답니다. 이슬람 극렬분자들의 테러가 종식될수도 있다는것입니다. 미국과 이슬람 극렬분자들의 첨예한 대립이 완화될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겠지요.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가라앉아 있던 더러운 구정물 비우기 위해 휘저어놓은 상태입니다.

비우고 나서 어떤 물로 채울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