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는 미혼모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파리아줌마 2011. 2. 21. 09:31

그저께 해외입양인을 보는 한국인들의 편견어린 시선이라는

글을 포스팅하면서 자제했던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버려지는 이유들중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프랑스에는 미혼모라는 말자체가 없습니다.

개념이 없다는것입니다. 단지 엄마만 있을뿐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아이낳아 기르는 여성들이 많으니,

우리나라식으로 치자면, 이른바 미혼모들이 엄청 많은셈이지요.

그러니 미혼부들도 많겠지요.

단지 아이가 여성의 몸에서 잉태되어 태어난다는 이유로,

그리고 사회 문제시된다는 이유로 미혼모라는 말이 있는것 같은데요, 

미혼부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그들의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거나, 헤어지고 나면 엄마와 아빠 번갈아 가면서 양육받고 있습니다.

적어도 버려지는 일은 없습니다.

 

이부분을 언급하면, 도리와 명분,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에 대한 쓴소리가 분명히 나올것 같아서 피하기는 했는데, 며칠 답답하더군요.해외로 수많은 아이들을 입양보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친부모를 찾으러간 고국에서 편견과 차별어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문제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어떤 처지였던 내가 낳은 아이를, 사람들의 눈총이 두려워 버리지는 않습니다.

결혼을 했던 안했던,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하면서 태어난 생명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지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1968년부터 법적으로 동거를 인정했으며, 1972년부터는 혼외자녀에게 대해서도 동등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동거커플이 많아지자 1999년부터는 시민연대계약[PACS]을 만들어 동거커플들에게도 혼인커플들과 동등한 자녀양육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가족수당과 세금면제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동성커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그리고 가족수당의 종류들 중에는 편부모에게 주는 지원도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신생아들의 53%가 혼외출생입니다.

그러니 절반이 이른바, 미혼모, 미혼부들입니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고도 같은 혜택을 받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기에 동거커플들의 출산은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에 큰 기여를 한것입니다.

 

예전에 어떤 프랑스 남성과 잠시 이야기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주말에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엄마와는 동거하다가 헤어졌는데, 주중에 아이는 엄마와 있고, 주말에는 아빠와 시간을 보낸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이 엄마와 만나 함께 했던 순간들중 가장 소중했던 것이 딸의 탄생이랍니다.

 

꽃미남 스타일로 꽤 잘생긴 프랑스 남성이었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새로운 여성을 만나는데 걸림돌이

될수도 있을 아이일텐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좋아보였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아이가 있다는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에 어떠한 거리낌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구성된 가족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이혼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취임할

당시에는 부부가 서로 이전 결혼부터 있었던 자녀들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워낙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습성이기도 하겠지만,

그이면에는 사람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적어도 도리와 명분보다는 아이 탄생에 대한 존귀함과 책임감이 더 강하게 있습니다. 

 

물론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사는것만큼 좋은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남녀관계라는게 그리 정해진 방향으로만 가지지는 않지요. 하지만 아이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남녀가 만나 어떤 과정속에서 어떻게 사랑해서 아이를 가지고 낳았던간에 그는 또다른 인격체입니다.

그자체로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합니다. 소중한 생명입니다.

 

무슨 도리와 무슨 잣대로 그들에게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던집니까?

그리고 그눈총이 두려워 어쩔수 없이 아이를 버리게 만듭니까?

아이 버린 친부모들은 그이후 행복한 삶을 살수 있었을까요?

 

예전에 남편일찍 죽고 평생홀로 지낸 며느리에게 일부종사한 것을 높이 여겨 열녀비라는 것을 세워주었지요.

그렇게 산 그여인은 행복했을까요? 여자로서의 삶은 포기한채 집안을 위해서 평생 자신을 꾹꾹~~ 누르고만 산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품게된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폭력의 또 다른 양상으로도 나타날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겠지요.

인간이 누려야될 기본적인 것들을 누르게 되면 이렇게 될수밖에 없을겁니다.

 

인간의 행복 따위에는 아랑곳없습니다. 그저 명분과 도리만 내세워 사람을 못살게 굴지요.

사람 귀한줄 모릅니다. 그런 인습이 아직도 사회곳곳에 배여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새로운 것들이 도입되어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정작 바뀌어야될 것은 그대로 있는것 같습니다. 이루어야될것에만 치중한 목적지향적인 삶에는 사람이 잘 안보입니다.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한강 르네상스니, 4대강 사업이니 해서 삽질 그만하고, 그돈으로 미혼모 지원할수 있는 제도 만들면 안되나요?

새로운것 짓고, 만들기보다는 이 사회에 메꾸고, 보충해야될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아이를 버리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