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서 정육업은 장인정신깃든 가업

파리아줌마 2011. 3. 1. 09:05

일전에 어떤 한국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한국아가씨가 정육점을 하는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당연히 결혼을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아가씨 부모님은 백정집안이라고 완강히 반대해서

결국은 헤어졌다고 합니다. 국경없는 사랑에, 어쩔수 없는

사고방식의 차이로 빚어진 슬픈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그분은 어이없어하며, 그리고 안타까워하며 이야기를 전해주고는

하시는 말씀이, <프랑스에서 정육업은 가업으로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식으로 생각하는 백정은 당치않는것이지요.

 

처음 프랑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서 둘러보면 벽에 디플롬 같은것이

거창하게 붙어있었습니다. 저 또한 붉은 불빛만 있는 우리나라 정육점에 익숙했던지라 생소하게 여겨졌습니다.

생선가게에는 볼수 없던 인증서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고기의 여러 부위를 알고, 정교하게 골라내는 작업은

제대로된 공부가 있어야될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정육업은 전문 기술을 가진 장인업으로 정착되어있습니다.

조건은 중학교 이상학력에 이론과 견습 과정을 거쳐 정부가 공인하는 자격증을 따야합니다.

그리고 정육점에서 견습하는 학생은 임금자로 대우해주어 월급을 받게 됩니다.

보통 정육업 임금자의 월급은 1369유로[2백만원]에서 1900[3백만원]유로정도라고 합니다.

 

회사에 고용될수도 있고, 개인 정육점을 낼수도 있고, 대형슈퍼에 본인 부스를 가지고 영업을 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에 따서 정육업에 종사하면서 직업 바깔로레아[대학입학시험]을 거쳐 직업교육자격증을 받고, 5년이상 경험이 있는 이들은 연수생들을 교육시킬수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바깔로레아[대학입학 자격시험] 통과하고는 대학안갑니다.

그자격증 가지고 직업교육원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2년내지 3년과정을 거쳐 이수하고는

취업을 하게 됩니다. 예전 포스팅에도 밝혔지만 대학은 공부할 사람만 가게 됩니다. 대학을 가더라도 1,2년 공부해보고는 직업교육쪽으로 옮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는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꼴이 따로 있습니다.

 

물론 이곳도 직업에 대한 높낮음은 있겠지만 그보다는 노동의 가치 자체를 높이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이기에 고학력자들보다는 전문 기술자들을 우대합니다. 대학 과정 이수하는것보다는 직업 교육받은이들이 취직이

더잘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프랑스 사이트에 올려진 글을 보았습니다. 그는 현재 전기기사인데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육업쪽으로 해보고 싶은데, 어떤 과정을 거쳐야되는지 질문한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답변을 보니 당장 그회사 그만두라고도 아니고 사장에게 이야기해서 회사다니면서 일단 정육 교육을 받으라고

권해주더라고요. 

 

프랑스는 직업이 9천 5백개

 

대학입시 앞둔 어떤 한국 학부모가 프랑스의 직업에 대한 것을 알아보니 무려 9천 5백개 정도다고 합니다.

아주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있다고 합니다.

9천5백개나 되는 직업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했지만, 이를테면 청소, 위생 분야안에서도 더욱 세분화시켜

몇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전문화시키는것이랍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처럼 고학력에 목매지 않습니다.

 

이렇듯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어 있으니 직업에 대한 편견의식도 덜합니다.

그리고 정육업이나 제과제빵업을 장인업으로 높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일본이 장인업을 높이사는것이 프랑스와 맞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의 한국인들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일본을 더 우대해주는듯한

태도가 느껴지면 우리나라 보다 잘살아서 그렇다고 이상한 열등의식으로 치부해버린적이 많았습니다.

눈에 보이는것이 모두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직업에 대한 편견은 고인력자들만 초과적으로 양산했고,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비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을 탓하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또 대학문을 두드릴수밖에

없을것입니다. 구조적인것이 바뀌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구조는 인식에서 오는것이기도 하겠지요.

 

아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음대교수의 문제도 오랜 시간 묵혀둔 직업에 대한 편견의식이 빚어낸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한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미 많은 전조들이 있었겠지만 어느 누구하나   문제삼지 않았던거겠지요. 알고 있었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러내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겁니다. 저런 식으로 곪아터져서 드러날수는 있겠지요. 이번 일을 계기로 나타난 현상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볼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