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존갈리아노 해고는 프랑스 사회의 마녀사냥?

파리아줌마 2011. 3. 5. 09:39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거쳐온 역사의 아픔때문에 예민해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동족끼리 전쟁을 겪으며 <빨갱이>라는

말이 생겨나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것처럼, 프랑스도 2차 대전을

겪으며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던지라 <나치>, <히틀러>라는 말에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희생된 이들의 아픔이 깊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의 뿌리는 잘뽑히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것의 끈질긴 내성 때문인지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가 사라진지 60여년이 흘렀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도 나치의 망령이 가끔씩 되살아나는듯합니다. 90년대 초반기에는 파리 외곽지역의 유태인 묘지들이 자주 파손되었고, 불과 몇년전 파리 20구의 어떤 옷가게에는 나치를 찬양하는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팔아 경찰이 수거하고 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방대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프랑스 사회지만, 아무것이나 자유롭게 표현하면 안됩니다. 인종차별, 그리고 반유태인 발언과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만큼 그에 반하는 것에는 가혹한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존갈리아노, 게를랑은 다른 형태로 지은 같은죄

 

디오르사의 수석디자이너인 존갈리아노가 반유태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해고 당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갈리아노는 파리 패션 위크를 앞둔 어느날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레 지구의 어떤 까페에서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술에 취해 눈을 거츰치레하게 뜨고는 나직한 소리로 <히틀러를 사랑한다>고 하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테이블 밑에서 숨어서 찍은듯한 화면이었습니다.

 

이사건을 보면서 저는 묘하게 지난 가을, 티비 뉴스에 나와 <검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프랑스의 유명한 조향사, 쟝 폴 게를랑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인종차별 발언은 프랑스 사회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여과없이 방송을 내보낸 프랑스 국영방송국인, France2사까지 경고조치를 받을정도였고, 게를랑 불매운동과 더불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게르랑 매장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존갈리아노와 게르랑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그룹[LVMH]에 소속된 이들입니다. 프랑스의 어떤 블로그 글을 보니, 이번 존 갈리아노 사건을 보면서 작년 가을의 게를랑 사건이 어떠한 교훈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두사건은 같은 선상에서 볼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를랑은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망발을 한것이고. 갈리아노는 까페라는 사석에서 벌어진 말싸움이었습니다.

성질로 치자면 갈리아노가 내뱉은 말이 더 끔찍합니다.

하지만 전자는 피할수 없었겠지만, 후자는 상대의 개인적인 마음에 달려있었던 것이라 피할수 있었을겁니다.

 

게를랑의 발언에는 어느 누구하나 역성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지만, 갈리아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그렇다고 갈리아노의 행위를 옹호하는것은 아닙니다. 비록 다른 선상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될것입니다.

 

어떤 프랑스인에게 존갈리아노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고 하면서, 까페에서 어느 한순간의 동영상을 찍어 올린것을 신뢰할수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물론 그가 했던 발언은 충격적인것이라고는 했지만, 일자리까지 잃게된것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존갈리아노의 발언보다는 사건이 일어난 정황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까뜨린느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오늘[4일] 로댕박물관에서 갈리아노가 없는 갈리아노 패션쇼가 있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것처럼 그의 작품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한것인지 예정된대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통신사는 <납같은 분위기로 쇼가 진행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미국 Vogue의 예술국장은 어떻게 보고 있냐는 프랑스 통신사의 질문에 <그냥 단순히.. 아주 아름다운 의상들>이라고 답했고, 러시아 톱 모델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는 "디자이너를 스캔들로만 보지 말아야된다"고 하면서, "존은 알콜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으며, 모델들은 무대뒤에서 눈물짓고 있었다고 합니다.

 

존갈리아노 발언은 분명히 잘못된것입니다.

하지만 테이블 밑에서 동영상을 찍어 유포해서는 유능한 디자이너의 앞길을 가로막은 이들의 행동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