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일본지진후 원전에 크게 의지했던 프랑스 민감해져

파리아줌마 2011. 3. 15. 09:08

나흘? 혹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휠씬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일본의 지진소식을 듣고는 자주 있었던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여느때의 그것과 같지않다는것을 알았을때 일본에 친지나 지인이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처음 한동안 피해 상황조차 보도되지 못하는것을 보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진에도 잘 버텨내게 집을 짓고, 건물을 세웠지만 자연의 재해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한없는 나약함을 통감했는데, 정말 가슴아픈것은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는것입니다. 함께 쓸려가버린 귀한 목숨들이 셀수도 없을만큼 많았다는것입니다. 비록 우리나라와는 우여곡절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나라, 일본이었지만 어느날 하루아침에 집이 사라져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고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어쨌든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그리고 더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오늘 학교를 다녀온 고등학생 딸아이가 사회경제 수업시간 막바지에 선생님이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학생들이 대부분 일본 지진을 거론했는데, 아이들의 관심사가 바로 원전, 즉 핵이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지난12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호 폭발이후 자국의 원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원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19개의 도시에 58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 전기의 80%가 원전에 의지하고 있으니, 이번 후쿠시마 원전폭발에 민감할수밖에 없습니다.

 

체르노빌 원전누출이 있었던 1986년에는 프랑스에 포도주가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사능에 노출된 포도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래서 높은 등급의 포도주를 아주 싼가격에 팔아서 당시 유학생이었던 남편은 좋은[?] 포도주를 많이 마셨다고 하길래 웃어야될지 울어야될지 몰라 잠시 묘한채로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밤 프랑스는 일본으로 백여명의 구조요원들을 14톤의 구호물품과 의료용품과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일본의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후 프랑스의 환경보호론자들과 좌파 정치인들 300여명은 일요일에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여 반핵시위를 벌였습니다.  구호는 <핵은 미래를 파괴한다>였습니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에 걸린 시위구호 현수막                   @ AFP

 

이런 민감한 일이 있을때마다 높은 분들중 누구 한명은 꼭 뻘소리를 해서 국민들의 원성을 삽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날 오후 프랑스 산업부장관인, Eric Besson은 방송에 나와 일본 원전이 심각한 문제는 있지만 본인 생각에 방사능이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한것입니다.

 

이에 시위에 참가한 녹색당의 Eva Joly씨는 <예전 체르노빌때는 인간적인 실수라고 했는데, 지진 대비책이 철저한 일본에서 자연 재해로 일어났다. 이미 예견된것인데, 계속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건 스캔들이다. 그리고

산업부 장관은 CNN도 안보나보다. 현실을 이렇게 부인할수 있냐>고 했습니다. 시위자들은 촛불을 밝혀 광장에 길게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프랑스 환경보호 정치인들, 원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유럽환경 녹색당 리더인, Daniel Cohn Bendit씨는 오늘[14일] 원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것을 주장했고, 원전을 옹호하는 현 집권대중당[UMP] 과 사회당[PS]에 대항해 2012 대권의 주요 테마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지진이 환경 보호 정치인들의 유익한 정치적인 소재가 되는것 같아 눈살이 좀 찌뿌려지기는 합니다.

 

이에 비현실적인 소리를 해서 반핵주의자들의 원성을 산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지금은 일본을 도우려고 해야될 시기가 아닌가? 어느정도는 일본의 복구가 끝나고 나서 프랑스 문제를 거론하는것이 좋을듯하다>고 했고, 같은 입장인 환경부 장관은 <재앙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정치주제로 삼는것은 시기적절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환경보호 정치인은 <유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당이 신경쓰고 있는 이슬람 환타지나. 사회당이 관심가지고 있는 스트라우스 칸의 문제보다 핵위협이 더 급하다고 본다>고 대답했답니다.

 

어쨌든 프랑스 언론들도 <위험 제로>는 있을수 없다면서, 앞을 다투어 프랑스 핵문제에 대한 대규모 토론을

가질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