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프랑스에서 일요일 영업은 가정의 평화 위협

파리아줌마 2011. 2. 16. 07:48

얼마전 한국 어르신 한분을 차로 모시고 갈때였습니다.

그분은 이곳에 오신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차창밖을 보시더니만,

"어떻게 일요일인데 가게들이 문을 다 닫았냐?

오늘 같은날 장사가 더잘될텐데"라고 하십니다.

 

그말씀을 듣고는 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니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야 워낙 오래 살아서 일요일에 문을 닫은 상가들이

특별난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익숙해졌지, 어디 처음부터 그랬겠습니까?

일요일에도 복작복작한, 아니 더한 우리나라에서 있다가

이곳에 오니 마치 폐허 같은 분위기더군요.

얼마나 우울하던지요. 이런게 유럽의 침울한 분위기인가 싶었습니다.

 

특히 썸머 타임으로 해가 길게 늘어져 있는 여름이면 밤10시 반이나 넘어서야 해가 집니다.

해는 중천에 떠있는듯한데, 상가들은 죄다 문을 닫고 거리에는 사람들도 없고,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니 일요일은 더하답니다.

프랑스에서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집에 있던지 아니면 공원산책을 하며 휴식을 취해야됩니다.

모처럼 쇼핑을 간다거나, 집안에 필요한 물건사러 가는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상가들이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1906년에 노동법에 일요일에는 일하지 못하도록 명시해놓았습니다.

이는 성경에서 파생된 것으로, 카톨릭 국가였던 프랑스라 일요일에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라는 의미로 제정된거랍니다.

 

2년전부터 일요일 영업금지 완화법 통과 

 

100여년의 전통으로 가지고 있던 일요일 영업금지가 신자유경제주의의 기치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 대통령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또한 현재 일요일에 프랑스인들의 미사 참석률은 10%에 그치고

있어 100여년전 법 제정의 의미가 별소용이 없어진 것입니다.

 

대통령은 2년전 고용확대정책을 위해 일요일 영업 금지 조치를 완화하자고 해서 야당과 종교계, 노조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습니다. 이에 좌파정치인인 파리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는 "일요일은 모든 시민들이 존중하는 휴식의 날로, 규제철폐로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노동자의 개인생활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야당과 노조는 가정평화에 위협이 되고 노동착취를 유발한다며 반대했었고, 일부여당 의원들도 일요일에

대형유통업체가 문을 열면 지역 구멍가게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7월, 일요일 영업 금지 완화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여유로움> 빼고는 글과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지난 월요일, 엥발리드 근처에서 만난 진 파리지앵 할아버지라~~

잠시 쉬어가시라고요,^^   허락받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에 야당의원들은 반대여론을 대변하며 헌법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16장으로된 소장에는 "1906년이래 노동법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일요일 영업금지가 해제되면,

공화국의 균형과 조화가 위협을 받게될 것이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귄리, 개인간 평등의 귄리등을 보장하고 있는 1946년의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주간의 심리를 거쳐 합헌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사르코지가 내세웠던 경제 활성화에는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공부문 서비스는 업종의 특성상 이미 일요일 영업금지에서 제외되고 있고,

민생부분에도 예외적으로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규모가 많아 추가되는것이 큰비율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옷가게들이나, 다른 상가들은 특별 세일기간외에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고, 법이 통과된 이후 대형슈퍼마켓들이 일요일 영업으로 이익을 볼수 있는데, 주중에 장을 보곤 했던 프랑스인들이 일요일에 장을 볼수 있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가져다 줄수 있었지만 절대 소비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역 구멍가게 살리기 위한 대형유통업체의 일요일 영업금지

 

하지만 동네구멍가게를 위협하는 대형유통업체의 일요일 영업은 지금도 계속 반대하고 있는중입니다.

지난 12월 5일 프랑스 서부지역인, La Mézière에 있는 대형유통업체인 L"intermarché의 일요일 영업을 못하게 하기 위해 20여명의 직원과 조합원, 지역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서부지역인, Mordelles의 시위원들은 지역의 소규모 가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하기 위해 대형유통업체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할것을 결정하고는 스스로 자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 2월10일에는 파리에 있는 국가소유의 소규모 슈퍼마켓들이 일요일 과도한 영업으로 인해

상업노조들에게 고소당했다고 합니다. 파리 법정은 충분히 소장을 접수할만한 일이라고 했으며,

이들은 벌금을 물게 될것이라고 합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많이 벌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약이, 작년 연금개혁안 반대 시위구호로 "더많이 일하고 더 빨리 죽자"로 패러디 되었으며, 오랫동안 노동 자체보다는 노동하는 사람의 가치와 권리를 더욱 중요시

여기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일요일 영업 금지 완화는 아직은 요원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작년 이마트 피자와 통큰 치킨 사건으로 지역 영세상인들 생계를 위협했던 것과는 달리 동네 구멍가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프랑스 대형유통업체의 일요일 영업 금지조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