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파트를 찾기 위해 부동산 신문을 뒤적이다보면 뒤면에
비아제 [viager]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아파트 평수, 방몇개등,
여느 주거 소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나이 얼마에 머리수[tête]가 몇개인지 나와 있길래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나이가 명시되어 있으니 분명 사람을 지칭하는것인데
왜 한사람, 두사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머리수라는 조금은
살벌한 표현을 썼는지 의문스러워 알아보니, 이는 노인들이 집을 물려줄
자손이 없거나, 혹은 물려주고 싶지 않을경우 일정한 계약금과 매달
연금을 받는 조건으로 구매자를 찾는 광고였던것입니다.
구매자가 나타나 계약을 하자마자 집의 소유권은 넘어가지만 판매한
노인은 사망할때까지 그집에 살수 있습니다. 그러니 노인이 죽어야지만, 집을 산사람이 들어가 살든지,
아니면 다시 팔든지 처분권이 넘어오는것입니다.
이는 개개인간의 거래로 이루어지는것인데, 이사실을 알고 나서 부동산 매매에
사람의 목숨이 담보가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 살벌하고 꺼림직했습니다.
그다음부터 저는 viager라는 말만 들어도 노인의 죽음이 떠오르는 선입견이
심어져서 부동산 신문을 보게 되면 비아제칸은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제도를 정하고 시행하고 있다는것은 그만큼 잇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비아제 제도는 은퇴하고 남은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매달 사연금의 혜택을 누릴수 있게해주는것이고,
구매자는 헐값에 집을 구입할수 있게 됩니다.
계약금과 연금은 두사람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데, 집 시가와 상태,
판매자의 나이와 예측되는 수명, 주택 자금 융자률 등으로 아주 구체적인 방식이 적용됩니다.
결국 비아제로 집을 판 노인에게는 종신연금의 혜택이 주어지는격입니다.
한국 지인 한분이 이런식으로 집을 구매해서 노인이 죽고 나서 다시 그집을 팔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한국의 부동산 제도로 개인이 아닌 은행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역모기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집은 물려주어야한다는 한국적인 정서로 그리 대중화되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한 부동산 매매에 인간의 욕심이 작용되지 않을까?
비아제의 역사는 몇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미 그리스, 로마시대에 있어왔다가 한동안 잊혀진채로 있다가, 서기 843년 샤를르만뉴의 손자인, 샤를르 2세가 다시 부흥을 시키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비아제 매매는 프랑스인들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또다른 부동산 투자로 각광을 받고있다고 하는데요, 집을 사놓고 하루빨리 사용권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매달 나가는 연금을 줄이기 위해서 혹시, '저 노인 빨리 안죽냐'는 생각을 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런 인간의 욕심을 풍자한 영화가 있었는데요. 이름 그대로 <le viager>였습니다.
1972년 피에르 체르니아 감독의 영화로 비아제로 집을 구입한 이가 노인을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결국은 음모에 가담한 주변인들만 먼저 죽고 집을 판매한 이는 99세의 나이로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웃지못할
내용입니다. 1930년대 배경의 영화로 프랑스인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판매자가 더오래 산 경우가 있었습니다. 1997년에 122세의 나이로 사망한 쟌 깔망씨는 1965년
90세의 나이에 집을 비아제로 팔고는 32년을 연금을 받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집을 구입한 이는 1년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31년동안 주구장창 연금만 붇고 사용권 한번 가지지 못한 억울한 경우입니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 기한 매매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10년에서 15년 상한으로 판매자가 사망하지 않아도 집을 소유할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경제 위기에 봉착해서 요즘 프랑스 젊은이들도 비아제로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프랑스인의 '차가운 이성이 만들어낸 합리적인 제도'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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