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14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간 외규장각

파리아줌마 2011. 4. 14. 08:20

오늘[13일] 저녁 8시 10분에 외규장각 도서 총297권중

75권이 파리의 샤를르 드골 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떠났습니다.

 

아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쯤이면 검은 시베리아 하늘을 지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고국 땅을 밟으려면 6-7시간은 더 있어야됩니다.

 

5월말까지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번갈아가며 4차례에 걸쳐서 옮긴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역사적인 날입니다.

 

오늘 저녁 외규장각이, 비록 영구임대라는 씁쓸한 조건이 붙었지만,

돌아가게된 것은 반가운일입니다. 1세기반이 넘는 기간동안 우리 역사의

일부가 낯선 프랑스 도서관 깊은 구석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은

통탄할 일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돌아가기까지 애쓰고 수고한 사람들을

잊지는 말아야겠지요. 이는 돌아가게된 결과만큼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외규장각반환의 일등공신, 박병선 박사님과 문화연대

 

1975년에 발견되어 2011년 외규장각이 귀환하기까지 일등공신은 박병선 박사님이십니다.

역사의 잃어버린 한꼭지를 찾기 위한 과정속에서 프랑스측은 고사하고, 같은 한국측에서 받은 냉대와

수모는 컸습니다. 이제는 외규장각에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올봄 두차례에 걸쳐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관련 인터뷰 : 외규장각 발견한 박병선 박사의 못다한 이야기

 

                   외규장각 찾은 박병선 박사 인터뷰

 

평생을 결혼도 포기하고 매달렸던 외규장각이 오늘밤 145년만에 파리를 떠나는 것을 보는 박병선 박사님의

소회가 어떠실까 싶습니다.  

 

1993년 테제베 계약을 구두로한 상태에서 한국의 방문한 미테랑 대통령은 외규장각 298권중 1권을 돌려주었고,

반환문제를 추진해보겠다며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자국내 여론의 반발로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테제베 서면 계약을 앞둔 상태에서 이런 반응을 받고도 우리는 연관시키지 말자고 결의[?]했고,

우리 문화재 반환의 어떠한 성과도 없이 비싼 테제베만 사들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동안 우리정부는 프랑스와의 관계가 예민해질것을 우려했는지 강하게 밀어부치지 못한채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6년에 문화연대가 나섰습니다. 같은해 10월에 프랑스 문화부장관에게 외규장각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었는데, 장관은 거부했고, 바로 파리행정법원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2007년에는 엠비씨 방송, <느낌표>에서 이벤트로 1억원의 돈을 모아, 프랑스내 여론조성을 위해 르몽드지에 외규장각 반환을 촉구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했고, 성명서를 프랑스 대사관에 전달하는등, 우리 문화재 되찾기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2009년 12월 4일 파리 행정법원은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것임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24일 파리행정법원은 문화연대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프랑스 온라인 통신인 courrierinternational, 2010년 1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서울은 외규장각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 기사를 번역해서 올렸는데, 포기하지 않은예로 문화연대의 활약상을 싣었습니다. 만약 문화연대의 지난한 소송이 없었다면 영구임대라도 되었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약탈해간 프랑스는 아쉬울게 없습니다. 문화연대가 되찾고자 끊임없이 두드렸기에 그나마 문이 열린것이겠지요.

 

영구대여가 가진 한계 

 

반환이나 다름없는 영구대여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엄연히 다른것이었습니다.

왜 영구반환이 되어야 했는지 4월13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보겠습니다.

 

-'영구대여'라던 외규장각, 합의문 보니 '일방적 협상'-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특별위원회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가 입수해 13일 공개한 ‘조선왕조 왕실의궤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프랑스공화국 정부 간 합의문’(2월7일 체결)에 따르면 의궤의 대여기간 연장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고, 의궤의 전시·대여 등 활용에도 제약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약탈문화재에 대한 환수 요구를 사실상 할 수 없도록 한 내용도 들어있다.      

 

다른 기사 보겠습니다.

 

-다른 약탈문화재 반환 요구 차단, 국내 전시도 프랑스 동의 있어야- 

 

반환받은 의궤를 국내에서 활용하는데도 지나친 간섭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5조는 “제3자 기관이 임시전시목적으로 한 권 또는 여러 권 의궤들의 대여를 요청할 경우 이는 양측의 합의에 맡긴다. 동 의궤들의 대중 전시시에는 동 합의문을 언급한다”고 돼 있다. 규정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이 7월 예정하고 있는 의궤 특별전시전도 프랑스 측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초 외규장각 의궤 1차분 반환에 맞춰 우리 측이 기획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취소된 것도 프랑스 측이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미 지난일에 대해 연연해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일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 일에 대한 집착이 아닌, 미래의 교훈을 이끌어내기

해서입니다. 현재를 신랄하게 겪으며 아파하고 더이상은 당하지 않도록 한다면 과거의 오욕이 그리

나쁜일은 아니었다고 회상할수 있을것입니다. 이제 몇시간뒤면 외규장각이 인천공항에 도착하겠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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