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자식 상대로 파업하겠다는 프랑스 할머니?

파리아줌마 2011. 4. 19. 08:25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주 돌보기란?

 

젊어서는 자식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출가 시키고 나면

한시름 덜줄 알았는데, 그도 쉽지 않은지라 잘사나 못하나 노심초사하다

손주들이라도 생기면 너무 귀하고 예쁜마음에, 부모된 죄[?]로 인해 

어쩔수 없이 황혼을 저당잡힌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했지만 자라서 제몫을 하건 못하건

마음에서 온전히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그게 부모겠지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아이를 보며 상상해봐도 제짝만나 부모품을

떠났다고 해도 아침 저녁으로 생각날것만 같습니다.

이는 프랑스 부모들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 까뜨린느 집에 잠시 차 마시러 갔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전화를 받는 말투를 듣고는 남편인줄 알았는데, 엄마라고 합니다.

방학이라 지난 일주일 내내 큰딸과 프랑스 지방에 있는 부모님 집에 머물다

어제 올라왔는데 연신 엄마가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일주일을 머물다 오니까 엄마가 허전해서 더 그럴거라며 까뜨린느는 이야기합니다.

 

사람사는 세상의 관계와 그안에서 주고받는 정들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 약간은 구별되는게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 구별이라는것은 비교적 조금은 정리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주 사랑은 유별납니다. 특히 손주들의 생일이나, 성탄절 선물을

준비할때는 퇴직연금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론 경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프랑스인들은 단순히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황혼을 손주

돌보기로 보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쩔수 없는 경우에 부모로서 할일을 하지 않는것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프랑스 가정의 경우를 들자면, 프랑스 학교는 2달마다 2주간 방학이 있는데,

그 2주일중 1주일을 정해 모든 손주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돌보아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날은 맡길 생각하면 안됩니다.

아이들은 사촌들과 어울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게 되고,

그동안 부모들은 편안하게 아이 걱정하지 않고 일을 할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최대, 혹은 최소한 아이들을 돌보아주니 자식들은 불평불만 가질수 없습니다.

 

어떤 한인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알고 지내는 프랑스 할머니가 지난 번에 손주가 아파 잠시 돌보아 주었는데 그이후로 자꾸 부탁을 한다고 하면서 파업 할것이라고 하더랍니다. 물론 우스게 소리였습니다.

문제는 그할머니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많은데 손주 돌보기에만 시간을 빼앗길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프랑스인들 65세에서 70세까지의 행복지수가 40세보다 높아

 

얼마전 작은 아이 학교앞에서 큰아이 초등학교 4,5학년때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녀는 학교로 손주를 찾으러 온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고, 그녀 또한 반가워했습니다.

4년만의 만남이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근황을 물으니 은퇴하고는 이태리어를 배우러 다니고 있고,

또 이것 저것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회춘하는듯한 느낌이들 정도였습니다. 워낙에 쾌활한 성격이었기도 했지만 그 사이 조금도 늙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모든것을 대변해주는듯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불어강습소의 교사들은 은퇴한 프랑스 할머니들입니다.

그러니 손주 돌보아줄 시간 갖기가 힘듭니다. 황혼의 삶을 열심히 일구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 프랑스 국가경제통계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은 65세에서 70세까지의 행복감이 40세보다

높다고 합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제대로 누릴수 있을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져도 젊은이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때 여러 인상적인 모습들 중의 하나가 몸을 가누기도 힘든 노부부가 서로 손을 꼭 부여잡고 가는것이었습니다. 얼마전에도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팔짱을 끼고 의지한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식이 없는 분들인지? 아님 자식이 돌보아주지 않는 분들인지? 한국인인 저의 눈에는 애처롭고 안타까와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젊은이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는것을 얼마전에야 알았습니다.

 

프랑스 노인들은 개인주의적인 특성 때문인지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버스만 타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면 <움직이지 마라>고 합니다.

 

프랑스 노인들은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고, 피해 입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과 독립심은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 어쩔수 없는 신체적인 연약함은 간호사나 간병인을 불러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답니다. 

 

어떻게 보면 취미, 여가 활동을 하느라 손자 돌보기는 정해놓고 있지만, 결국은 자녀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는

프랑스 노인들의 삶이 더 희생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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