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소외된 약한자들을 돕게하는 프랑스 학교 교육

파리아줌마 2011. 4. 11. 08:35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집에 와서 자주 이야기했던 사람은

담임이었던 '흐누프 선생님'보다는 '페르랑드 할머니'였습니다.

 

아이는 마치 자기 할머니[?]인양 항상 '페르랑드 할머니가 그랬어',

'오늘은 페르랑드 할머니랑 무엇을 했어'라고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말만 들어도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할머니 같아서 어떤 분인지 알아보니,

매주 화요일 정오쯤에 와서 학교 마치는 시간까지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실크 종이로 꽃을 만들기도 하고, 털실로 방울을

만들기도 하는등, 예쁘고 재미있는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실크종이로 만든 조화는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

팔기도 했답니다.또한 플라스틱 병뚜껑을 버리지 않고 많이 모으면 휠체어를 살수 있다는 이야기를

페르랑드 할머니에게 듣고는 아이와 저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열심히 모으곤 했었습니다.

 

아이는 할머니가 오는 화요일이 제일 기다려졌다고 하는데, 할머니가 나타나면 아이들 모두

<페르랑드 할머니~~>하고 외치며 그녀에게 엉겨붙었다고 합니다.   

 

이는 프랑스 초등학교의 구제교육입니다.

 

이세상은 혼자 살아갈수 없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이땅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은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외면할수 없는 진실이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세상의 그늘을 모르게 하기 보다는 알아듣게 설명하고, 그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심어준다면 더없이 값진 교육이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수 있다는건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뿌듯해질수 있겠고, 그럼으로써 자존감이 생길겁니다.

누군가를 도우는일이, 처음에는 의도한바는 아니었겠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것이었음을 알게 될것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필요한 도움을 줄때 자신이 좀 더 온전해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구제심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을 합니다.

모금 운동을 통해 돈을 거두는 것이 아닌, 작은 아이가 페르랑드 할머니와 했던것처럼 본인손으로 정성들여

무엇을 만들어서 도우는 방법을 쓰더라고요.

 

어떤 한인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초등학교때 달리기를 통해 도움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아이가 많이 달릴수록 돈이 올라가는 행사가 있었답니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는것이 아닌 온전히 본인들의

노력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게 됩니다.

 

 

                                                                                                                                   생뜨 마리[SAINTE-MARIE] 학교 중고생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아프리카 프로젝트

 

지난 3월에 큰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카톨릭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가 그러하겠지만 이 학교는 카톨릭의 기본인 구제를 체험적으로 교육에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종교를 분리시킨 세속사회인 프랑스에게서 카톨릭 교리나 미사 참석을 강요하는일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카톨릭 정신을 학교 교육에 깊이 적용하고는 있습니다.

 

학교 식당의 점심값이 8유로[사립이라 꽤 비싼편]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진행된 5일 정도는 [밥 공기,bol de riz]라는 행사가 있는데, 토마토 소스가 뿌려진 밥한공기에, 사과한쪽, 빵한쪽으로 점심을 때우면 8유로중 3유로가 아프리카 돕기에 쓰여진다고 합니다.

대신 밥은 무한 리필이랍니다. 아이가 참여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조금은 걱정스럽더라고요.

공부하는 아이가 점심을 그렇게 허술하게 먹어 어떡하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여러 이유[다이어트?]가 있겠지만 많이 응한다고 합니다.

학교 신문을 보니 5백여명이 참여했던 날이 있었고, 교사들도 동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은 식당 아주머니들이 아닌 고등학교 2학년의 어떤 학급 학생들이 서빙을 했답니다. 그리고 그학급은 며칠동안 아침 교문앞에서 학생들과 교사들 상대로 초콜릿빵 장사를 했다고 합니다. 빵하나에 1유로로 팔아 아프리카 성금으로 쓰여진다고요.  마지막 날은 학교를 돌아다니며 팔기도 했답니다.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니 바로 말트 도우는 행사가 진행되어 아이는 평상시 보다 30분 일찍 등교해,

이틀동안 교문앞에서 학생들에게 설탕이나, 가루 우유, 다른 물품들을 가져오기를 부탁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려니 좀 힘들었다고 합니다. 불과 며칠전에 본인이

그런 부탁을 들었을때 귀찮아서는 찌뿌둥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지나쳤었는데, 입장이 바뀌어지니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반성까지 하더라고요.

 

이런 구제 행사를 진행하기전에 2주마다 있는 사회시민교육 시간에 그나라의 상황과 구제 협회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바깔로레아[대학입학시험] 합격률 96%-100%에 이르는 프랑스내 상위권에 속하는 고등학교입니다. 이렇듯 공부뿐만 아니라, [밥공기] 행사에 임하면서 배를 곯기도 하고, 친구들 상대로 아쉬운 소리도 하며, 장사까지 하게됩니다. 그리고 몇년전에는 학생 감독과 교사, 그리고 고3학생들이 직접 아프리카에 가서

페인팅을 해주고, 배구틀을 설치해주기도 했답니다. 

 

교육이 책에서 배우는것뿐만 아니라, 힘든 이들을 돌아보고 본인이 다소 어려움을 감수해가면서 느껴보는,

체험적인것까지 병립해 나간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이번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나면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돕는 캠페인이 있을것이라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