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IMF 전 총재 사건을 통해 본 약자의 권력 남용

파리아줌마 2011. 7. 5. 07:46

지난 금요일부터 프랑스 언론은 국제통화 기금 전 총재였던

스트로스 칸의 가택 연금 해제 소식과 그간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

그의 정치행보, 그리고 이번 반전을 보는 사회 인사들과 프랑스인들의

반응들로 연일 장식되고 있습니다.

 

그를 가택연금에서 해제시킨 원인이었던 뉴욕의 소피텔 호텔

여종업의 증언이 거짓임을 밝혀지는것을 보고는 약자의 권력 남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약자의 권력이라니 무슨 역설인가 싶지만,

인간의 약함을 동정론에 호소해서 욕심을 채울 목적으로 작정할때는

이른바, 약자는 힘있는 사람이 됩니다. 힘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또한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지요.

 

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해서 혼자 딸을 키우며, 호텔 객실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불쌍한 여성에게 가한 프랑스 정치인의 성폭행은 분노스러운것이었습니다. 이에 스트로스 칸은 힘있는 남성과 정치인이라는 권력을 남용하여 가여운 아프리카 여성에게 상처를 준사람이 됩니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이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되는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발표된 뉴욕 검찰의 수사에 의하면, 그여성은 공공연히 호텔 투숙객을 상대로 매춘을 했고, 합의적인 관계를 가져놓고는 폭행 당했다고 거짓증언했으며, 감옥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돈이 많은 사람을 잡았다고 했다는것입니다.

 

이는 대단한 반전입니다.

권력의 남용에 희생당한듯한 여성이 알고보니 또다른 힘으로 타격을 가한것이었습니다. 성범죄에 예민하고 엄격한 미국의 사회적인 정황을 알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을 역이용한것이지요.

 

남성보다 여성은 대체로 육체적인 힘이 약합니다. 보통 성범죄는 힘센 남성이 여성에게 가한것으로 봅니다. 한번도 여성이 남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것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있었을것입니다. 수치스러워 차마 밝히지 못했겠지요. 이는 남성이 오죽했으면 당했겠냐는 사회 통념 때문이기도 할것입니다.

 

사회 통념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이렇게 구속시킬때가 더많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수도 없는일이지요. 남자든 여자든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것은 가장 비겁한것으로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지요, 하지만 힘이 없는 사람이 힘을 가지려고 할때는 일단은 동정론에 호소하게 됩니다.

 

파리 지하철에서 가장 경악할 일은 집시들이 아기들을 동정론 호소의 수단처럼 데리고 다니며 구걸을 합니다.

그들의 눈빛은 약한 자들이 가지는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들과 눈 마주치기가 무섭습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폭력도 불사할것 같은 눈빛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구걸하다가 일순간 지하철 소매치기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회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그들의 행악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의 것을 갈취하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합니다. 

 

스트로스 칸과 사건에 연루된 호텔 여종업원이 정말 나쁜것은 칸에게 입힌 피해도 피해지만, 동정론에 호소하면서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려했고, 정말 억울한 경우에 처해진 약자들에 대해 세상은 그녀를 바라보는 눈초리로 볼 가능성이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를 여성들의 옷차림탓으로 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바로 이런것에 대한 극한 반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는 흑백논리가 성립될수 없습니다. 복잡미묘한 상황들이 있는데, 어떤 극한 경우를 보고는 또다른 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고,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판단해 버리는 사회에서 볼수 있는 양극화 현상입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강자나 약자나, 인간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발현되는 힘의 남용은 이같은 결과를 가져올수밖에 없을것입니다. 자신이 행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꼭 피해를 입게 됩니다. 약함은 누군가에게 드러낼 자랑스러운것도, 동정론에 호소할것도 아닙니다. 성실히 꾸준한 노력으로 힘을 길러 강하게 나아가야될 한과정일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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