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느긋한 프랑스인들이 오두방정 떠는 순간

파리아줌마 2011. 6. 29. 07:57

제가 아는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차분하고, 이성적입니다.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고, 화가 나면 더욱 조근조근 이야기하는데,

비아냥이 섞여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조롱인지 그들 특유의 해학인지

구분하지 못할때가 있습니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때 일단은

침착하기를 권합니다.

 

지난해 정유 공장 파업으로 기름이 공급이 지 않아 나라가 마비되는

상태에서도, 신종플루로 전세계가 들끓을때도 마치 아무일 없는듯 느긋한 

프랑스인들이었습니다. 

 

그런 프랑스인들이 오두방정떨때가 있는데, 16년전 큰아이가 태어날때

프랑스 산부인과에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오두방정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상징적인 의미로 써보았습니다. 

 

얼마전 아기 위하느라 산모는 찬밥 신세가 되는 프랑스 산부인과라는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그때 이야기입니다만 아무리 아이를 위한다지만 과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들었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며칠 지나면 황달이 오곤합니다. 보통 정상아에게 생리적으로 있는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제 아이도 예외없이 얼굴이 노랗게 변했습니다. 큰 아이를 낳았던 곳이 파리 12구에 있는 종합병원이었습니다. 물론 필요한 조치였겠지만, 아이는 낮에는 저와 함께 있고, 밤에는 황달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놓은 방에서 형광등이 설치되어 있는 기구안에서 지내야만 되었습니다. 매일밤 3시간마다 깨어 아이가 있는 방으로 가서 수유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프랑스 산부인과에서 산모는 찬밥 신세되는게 맞지요.

 

황달이 별로 심한것 같지 않은데 병원에서 그렇게 아이 건강에 신경 써주어서 고맙기는 했지만, 다소 성가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병[?]이 하나가 더 있었으니, 황달로 인해 피검사를 해보고는 빈혈이 있답니다. 당시에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여린 아이 손등에는 혈관 찾느라 바늘을 여러군데 찌른 흔적이 있어 한동안 무척 가슴 아파했답니다. 산후라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는데, 매일 피검사 하고, 형광등 빛쬐이고 있는 아이를 보는 일이 무척이나 우울했었습니다. 아이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마치 아이가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바람에 5일이면 퇴원하는 병원에서 10일을 머물렀습니다. 회복간 하러온 친정엄마는 신생아에게 흔히 있을수 황달에 너무 난리 법석을 떤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동양 아기의 특성을 모르고 서양식으로 생각해서 그랬을수도 있을겁니다.

 

세상에 태어나 적응하느라 간기능이 활발하지 못해 황달이 올수 있고, 빈혈이 올수도 있었을텐데 과민하게 대응했던것 같습니다. 지난글에도 밝혔다시피 큰 아이가 태어났던 1995년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때입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심해서 조그마한 것도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검사하고, 조치 취하느라 정신없는것 같았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출산 관련 혈액 생채학 센터>에 가서 피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된다며 예약까지 잡아주었습니다. 친정엄마는 그런 검사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저는 첫아이라 걱정되어 꼬박꼬박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그넘의 센터에서는 겨우 몇개월밖에 안된 아이 혈관을 머리에서 찾았는지, 어떤 날은 아기 머리를 붕대로 감싸 앉고 데리고 나온적도 있었답니다. 저에게는 악몽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두번정도 가서 검사받고는 더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길래 얼마나 반갑던지요.

 

당시 학생으로 있었고, 나이가 어중간해서 의료 보험도 없었을때인데, 이런 모든 검사가 무료였습니다.

출산과 입원까지도요. 그리고 퇴원할때는 선물까지 받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7년이 흘러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고 며칠뒤 아이 얼굴이 노랗게 변하길래 병원에 오래 머무를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붙잡지 않고 퇴원을 시켜주더라고요.

그리고 두아이 모두 건강히 잘자라고 있습니다.

 

복지 국가로 나라가 많은 것을 부담해주고 있어서인지 프랑스인들은 비교적 여유롭고 느긋합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직면해서도 감정적으로 발끈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처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처하지는 않지만 행동은 강력합니다. 부당한 사회 문제에서는 시위와 파업으로 대응하고 있고, 안전을 기해야되는 부분 또한 철저합니다. 지난 6월 10일 Sm town파리 공연이 있었던 제니뜨에서 관객들 입장시키는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도록 시간적인 텀을 넉넉히 두고 한명씩 자리까지 인도해주더라고요, 그바람에 공연시작이 30분이나 지체되었답니다.  

 

또한 아이나 힘이 없는 이들의 문제에 있어서도 널럴하지 않고 방정[?]스럽습니다.  

조산의 위험이 있어 입원해 있을때 같은 방에 임신 당뇨를 앓는 어떤 여인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들이 열이 40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더라고요.

임신당뇨는 아랑곳없고, 아들이 아프니 집에 가야된다는것입니다. 그래서 산파에게 집에 보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이에 산파는 <당신 아기가 죽을수 있어요>하고는 꽥~소리를 지르더군요. 그랬더니 그여인은 아무소리 못하고 침대에 걸터앚아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것을 옆에서 힐끔거리며 보고 있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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