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였던 93세의 노인이 프랑스 젊은이에게 주는 메시지.
<분노하라, Indignez-vous>
2010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 셀러인, <분노하라>가 얼마전 한국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에 관련된
글을 쓰고 싶어 책을 구입하기 위해 사는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았더니 주인이 재고가 없다고 하면서 책이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3유로[4천 5백원]라는 가격을 강조하더라고요.
책값이 비싼 프랑스에서 그런 가격의 책은 좀처럼 찾아볼수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pdf파일로 책의 원문이 나와있길래
읽어 볼수 있었습니다. 이책은 총 32페이지로 된 소책자입니다.
책의 저자인 93세의 스테판 에셀[Stéphane Hessel]은 아버지가 유대인으로
1917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7살에 파리에 정착하게 되고, 20살에 프랑스인으로 귀화하게 됩니다.
파리 고등사범 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중 2차 대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레지스탕스로 활동을 했고,
전후에는 유엔의 세계인권선언문 작성에 참여했으며, 외교관과 정치인으로 활약했습니다.
프랑스 현대사의 산증인이라고 할수 있는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에서 그가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분노할것을 명령합니다.
<레지스탕스의 동기는 분노>, <역사의 두가지 비전>, <무관심은 가장 나쁜 태도>, <팔레스타인에 관한 나의 분노>, <비폭력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 <태평양 폭동에 대해>라는 6가지 소주제로 마치 강의하는듯한 쓰여진 글이었는데, 어느 한귀절도 놓칠수 없는 귀중한 메시지들이었습니다.
"불법 체류자들이 없고, 이민자들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지 않고, 퇴직과 사회보장제도에 문제 제기하지 않고, 언론이 부자들의 손에 들어있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는 지켜보아야한다. 이것이 진정한 레지스탕스의 후예",,,,"평화와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국제 경제 시장의 독재자들을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분노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의 분노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책임이고, 귀중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샤르트르의 작품에서 사고 정립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인간의 책임은 권력이나, 신에게서 나오는것이 아닌 인간 자체의 책임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분노할 이유를 찾는게 모호할수 있음을 인정은 하지만, 무관심은 인간이기를 잃어버리는 중요한것들 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이루어놓은 민주주의 업적이 2000년 들어서면서 후퇴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원인으로 돌렸습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의 봉쇄 정책에 분노했습니다. 가난한자와 부자사이의 간격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나치의 위협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분노하고, 참여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분노는 희망을 향해 가기 위한 발걸음임을 이야기합니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
프랑스인들은 왜 <분노하라>에 열광했는가?
이책은 발행 7개월만에 2백만부가 팔렸던 베스트 셀러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프랑스인들이 열광한 이유는 가장 미국스러운 대통령 사르코지 당선이후 프랑스 사회는 그동안 이룩해왔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것을 지켜보며 분노를 삼키고 있었던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책이 발행된때는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당시는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으로 프랑스 전국이 들끓을때였습니다. 그리고 시위와 파업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안은 사르코지 대통령 뜻에 따라 통과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온 <분노하라>는 프랑스인들의 답답한 심정을 뚫어주고, 가려운 등을 긁어준 셈이 되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자를 위한 정책, 터져 나오는 프랑스 갑부의 비리, 공공직의 일자리 감소, 지난 여름 똘레랑스 제로를 외치며 시행된 집시추방, 언론 사찰등 그동안 프랑스 사회에서 볼수 없었던 일들이 이곳저곳에 터지고 있는것을 본 프랑스인들의 탄식과 한숨을 스테판 에셀은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거기에서 프랑스인들은 희망을 엿보게 된것이겠지요.
그리고 저자가 직접 전쟁을 겪었고, 레지스탕스 활동 와중에 게스타포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으며, 간신히 살아남아 유엔의 세계인권 선언문 작성에 참여하는등, 역사의 한가운데서 체험한것들에서 우러난 메시지였기에 대중들을 사로잡을수 있었을것입니다.
파리에서 있었던 <분노한 이>들의 시위
지난 6월 19일 분노한 젊은이들의 시위 사진 : AFP
스테판 에셀의 책이 젊은이들에게 영향 미친것인지, 지난 6월 19일 파리에서는 450여명의 시위자들이 <분노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파리7대학이 있는 쥐슈[Jussieu]부터 시청까지 시가 행진을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대학생으로 구성된 시위 행렬에는 노동자과 퇴직자도 있었답니다. <민중에게 힘을, 부채는 우리것이 아니야. 쫓아내야될것은 불법체류자도, 이민자도 아닌 자본주의. 파리는 일어서라, 사르코지는 물러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고 합니다.
19세의 어떤 대학생은 정부와 자본이 개인에 의해 지배되는것에 반대해서 시위하는것이고, 불안정과 실업, 건강과 인종차별에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삶의 조건을 고발하는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프랑스 지방도시인 르망에서도 백여명의 분노한 이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수 없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그의 이스라엘 제품 보이콧 호소 때문에 유태인 배척주의 대항 국가 사무국 국장의 고소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CNRS 연구소의 Pierre André Taguieff는 그의 페이스 북에 "에셀이라는 이름의 독사가 또렷한 의식을 가질때는 머리를 눌러주어야함을 이해할것"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바로 페이스 북 계정을 닫아버렸다고 합니다.
스테판 에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잘 지내기를 바랬지만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원하지 않는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제네바 협정에도 어긋나는일이라고 했습니다. 그에게 나라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약한 자의 편에 항상 서있는 그는 민주주의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버지의 나라라도 가차없이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한국이 역사적인 경험과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분노하라>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다르지 않을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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