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5년만에 비록 영구임대 형식이지만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으로
돌아가 지금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되어 소개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규장각을 발견 연구하고, 환수되기를 바라며 평생을 보내신 박병선
박사님에게 국민훈장인 모란장이 수여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게 수고한 분들이 계시겠지요. 어쨌든 외규장각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반환에 기여한 국내외인들에게 포상을 하고 있는 요즘 박병선 박사님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나는게 시민 단체인, 문화연대였습니다.
문화연대의 활동이 프랑스내에서 여론 조성시켜
2007년 3월, 파리 동포사회는 르몽드지에 실린 외규장각 환수 광고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한국의 외교통상부나, 재불 한국대사관에서 낸 광고인줄 알았는데, 재불변호사인 김중호씨와 외규장각 도서반환 운동을 벌이는 한국의 문화 연대가 결탁한 MBC 느낌표에서 낸 것이었습니다. 르몽드지 뒷면 전체를 장식했기에 비용도 엄청났을겁니다. 이는 그해 2월, 파리의 행정법원에 외규장각 문화 유산 반환 소송을 제기를 하고 난뒤에 낸 광고였습니다.
당시 제가 가장 의문스러웠던게 이건 엄연한 국가 차원의 문제인데, 왜 정부가 나서지 않고 민간단체가 나서야 되나 싶었습니다. 당시 남편에게 이를 따지듯 물었고, 남편은 '정부에서 나설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하는 답답한 대답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진행 되어왔던 외규장각반환 협상은 1994년에 영구대여가 무산되면서 한국 정부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나와 있는 관련일지를 보니, 1999년에 한국과 프랑스에서 두차례 전문가 협상만 있었다고 하고는 어떠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더군요. 그리고 2000년에 외규장각 도서와 국내고문서 등가 교환 추진이 있고는 7년동안 아무런 활동이 없었습니다.
결국 2007년 국내시민단체인 문화연대가 나섰습니다. 파리행정법원에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프랑스내 유력일간지인 르몽드지에 광고를 내면서 여론을 조성하게 됩니다. 광고 문구는 <외규장각이 돌아오지 않는한 한국인들은 잠을 이룰수 없다>였습니다. 시민 단체가 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인것입니다.
그리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2009년 2월 파리행정법원은 약탈임을 인정했지만, 반환청구 소송은 기각했고, 2010년 2월 문화연대는 항소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반환에 박차를 가하게 된것이지요. 작년 가을 G20에서 한불 양국 대표가 영구임대로 결정했을때 문화연대의 수고를 헛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정부가 외규장각 반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법정소송까지 했던 문화연대 활동은 프랑스 지식인들을 자극했고 여론을 조성시켰습니다.
프랑스 온라인 통신인,courrierinternational, 2010년 1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서울은 외규 장각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 기사를 번역해서 올렸는데, 포기하지 않은 예로 문화연대의 활약상을 싣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나마 외규장각이 한국으로 돌아갈수 있었던 것은 문화연대의 공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외규장각 소유권을 위한 문화연대의 항소심은 계속되고 있어
어제 외규장각 관련 글을 쓰기 위해 문화연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항소는 계속 진행중이었고, 소송을 위해 시민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알고 있었고, 어쨌든 외규장각이 돌아간 마당에 소유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계속 벌이는것에 뿌듯하기도 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헛되이 만든 정부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외규장각이 돌아온것이 국가적 경사지만 이를 바라보는 문화연대의 마음은 많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아직 문화연대의 소유권 반환 소송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G20과 같은 국제행사 때문에 서둘러 임대협상을 마무리한 정부에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약탈임이 분명한" 우리 문화재를 빌려온 것이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후손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지가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외규장각 문화재는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 군대에 의해 '약탈'되었다는것과 그런 문화재를 '5년 단위 갱신 가능한 임대'라는 조건으로 빌려온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문화재를 들여온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프랑스 소유'라는 딱지가 붙은 채로 전시되는 우리 문화재를 보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습니다.
"항소심 결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가 임대가 아닌 소유권의 완전한 반환을 위해 노력했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항소심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의 모금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문화연대의 소송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이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밥을 먹고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그무엇,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문화연대의 정신을 존중합니다.
외규장각의 소유권이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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