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신적이예요. 네, 아주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별로 이야기할것도 없어요.
이세상에 수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가지잖아요.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저의 임신에 관심이 없어요.
이건 한번도 임신소식을 공식적으로 언급한적이 없었던 프랑스 영부인인,
카를라 브뤼니가 지난 9월 20일, 프랑스 문화 유산의 날에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한것입니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식부터 독특했습니다.
전처의 두아들과 당시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그리고 세실리아의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딸, 이렇게 재구성된
가족이 함께 취임식에 출현했더랬습니다.
또한 그동안 프랑스 오뜨 꾸뛰르 디자이너 의상를 입고 취임식에 참석했던 영부인들과는 달리 세실리아는 이태리의 프라다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이에 참석한 기자들은 대통령 취임식이 아닌 칸 영화제의 레드 까페를 방불케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프랑스 대통령들에게서 찾아볼수 없었던 사르코지의 사생활 행보는 계속 이어집니다.
대통령 임기중에 이혼을 하게 됩니다. 퍼스트 레이디의 거창한 삶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 여겼던
세실리아는 사르코지를 떠나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사르코지가 대권의 야망을 가졌을때부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톱모델이자 13살 나이 차이가 나는 카를라 브뤼니와 재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프랑스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들이 실려있는 잡지에 자주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재혼은 프랑스보다는 이웃나라인 영국인들에게 더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사르코지 신드롬이 일어나 젊은 여성과 재혼하고 싶어하는 40, 50대 남성들이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고 합니다. 2008년 영국을 방문했던 사르코지 대통령 커플에게 쏠린 시선은 영부인이 입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회색 정장이었으며, 몇개월뒤 최고로 잘나가는 품목이 될것이라고 했습니다.
언론에 드러나기를 꺼려하며 존재감 없었던 프랑스 다른 영부인들과는 달리 브뤼니가 세간의 이목을 끈 이유는
톱 모델이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봄 영부인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프랑스인들은 영부인의 임신에 관심이 없을까요?
프랑스인들은 정치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90년대에 미테랑 대통령의 외도로 태어난 딸이 알려졌을때도 이를 보도한 언론사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혼했을때도 79%의 프랑스인들은 정치생활에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치인의 사생활에는 관심없는 프랑스인들의 습성이 국제 통화 기금 전 회장이자, 뉴욕에서 호텔종업원과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의 여성 편력을 방치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자유와 방종을 구분못한 정치인의 잘못을 탓하지, 사생활을 지켜주려고 했던 프랑스인들에게 무어라 할수는 없을것입니다.
이혼하고 톱 모델과 재혼한 대통령의 부인이 임신소식은 세인들의 본능을 자극할만한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함께 충분한 가쉽거리가 될수 있지요. 고등학생인 딸아이의 사회경제 수업시간 마지막에는 사회 소식들에 대해 주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잠시 가진답니다. 지난 봄, 어떤 주제를 택할까 교사와 학생들이 궁리하고 있는데 어떤 여학생이 브뤼니의 임신에 대해 하자고 했답니다. 이는 제가 생각해도 토론할 주제는 못됩니다. 하지만 교사는 주제에 적합하지 못하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더랍니다. 이런 교육적인 분위기가 있기에 뒤에서는 수근거릴지언정 공론화 하지는 않는듯합니다.
톱 모델이었던 영부인의 임신소식이라 처음에는 솔깃하다가도 사생활이라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하겠지요.
그동안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기저귀 회사가 문을 닫으며 대통령 부부에게 엄청난 량의 기저귀를 선물했고,
지난주에는 세탁해서 쓸수 있는 기저귀를 어떤 디자이너가 특별히 만들어 증정하기도 했다는 재미있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57세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손주 볼 나이에 아기 아빠가 되는것입니다. 곧 엘리제 궁에서는 처음으로 아기 울음 소리가 울려퍼질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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