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워낙 IT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아는것은 없지만, 단지 잡스라는 이름은
몇년전부터 들었기에 알고 보니 아이폰을 만든 사람으로,
독단적인 성격을 가진 암환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당시 유명한
그를 보니 암도 비켜갈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80 90년대의 잡스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일치시키기는 힘들었습니다. 그의 사망소식이 들리고 올라온 사진을
보고서야 같은 인물임을 알수 있었습니다. 병마로 인해 사람 모습이
그렇게 달라질수 있나 싶은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세상를 변화시키고 떠났습니다. 투병 와중에도 출시한 아이폰과
아이 패드는 세계인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치열하게 살아온 잡스였습니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대단합니다.
사망이후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보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이더군요.
1985년 그가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났을때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고, 다시 그의 회사로 들어간 일은 많은 이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굵고도 짧게 살다간 그는 과연 인간으로서 행복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계를 변화시킨 첨단기술의 혁신가라고 불리울 한인물의 사망을 접하면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이라는 연약하고
허물투성이의 존재라는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왠지 그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도 나는 행복했다고 할것 같습니다. 아니면 행복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던지요. 그게 스티브 잡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의 정과 감정에 대해 철저히 관리했기 때문에 많은것들을 이룩할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약한 인간이었던 그를 힘들게 한 것일수도 있겠고요.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대하며 문득 프랑스에서 그와 비슷한 인물이 나올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단기술을 사용은 하되 도구로만 여기려고 하고, 독단적인 CEO가 버티어 내기 힘들며, 경쟁회사와 같이 살아보자는 경제 구조, 교육에서 철학을 중요시 여기며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하며, 무엇보다 어느 정도 일하고 난뒤 휴가를 보내는게 삶의 질로 생각하는 프랑스에서는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기는 힘들것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가리자는것이 아닙니다. 어느쪽이나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어쩌면 지금과 같은 유로존 위기에 프랑스에는 잡스 같은 개혁자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지 않으려고 할것입니다. 행동이 있어도 지난번처럼 16명의 갑부들이 부자세 내겠다고 우르르 몰려서 서명하곤하지, 정치인 혹은 연예인 아니고는 누구 한명이 영웅이 될수 없는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 프랑스인들은 혼자이기보다는 함께 나서고, 이루기보다는 채우는 삶에 더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잡스의 업적은 인정하되 도구가 철학이 되는것을 걱정하는 프랑스인들
잡스가 사망한 지난주 수요일[5일] 르몽드지 인터넷판에는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을 모아둔 기사가 있었습니다. 모두 잡스의 업적과 그가 만든 도구의 실용적인 면은 인정하지만, 그 이상으로 칭송받는것을 경계하는 글들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기술이 삶의 철학이 될때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어떤 네티즌의 글을 보면 아이폰과 아이팟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종파를 만드는듯하고, think different의 철학이 싫다면서, 모든 것에 앞서 도구일뿐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이는 전혀 관심을 사지 못했다고 하면서 애플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경쟁 업체의 발전을 막고, 독점할 생각만 하는 애플의 경제 구조에 대해 비판하면서 잡스는 자본주의의 비전가라고 했습니다.
다른 글을 보면, 잡스는 마케팅의 천재이지, 창조의 천재는 아니라면서, 팬들은 그를 그리워하겠지만 다른이들은 이미 그가 없이도 잘해나갈수 있다는걸 알것이라고 했습니다.
르몽드지 블로그에는 영국의 미디어학자인[médialogue], David Hepworth가 쓴, 스티브 잡스-애플의 창립자는 세상을 변화시킨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장난감을 잘 만든것인가? 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는 "잡스는 훌륭한 장난감 제작자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이는 그를 비난하는것도 아니고, 측근들의 감정을 무시하는것도 아니다. 나는 그의 장난감들을 가지고 있고,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이 장난감들의 소유 방법이 우리의 균형 감각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것이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장난감이라는 말이 꽤 충격적입니다. 도구라고는 해도 장난감이라는 단어에 발끈한 프랑스 네티즌들은 영국 미디어학자 글을 엄청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모든것을 떠나 그가 좀 더 오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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