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언어가 안되어도 외국에서 기죽지 않고 살려면?

파리아줌마 2011. 11. 18. 07:52

프랑스인과 국제 결혼하신 분을 만났습니다.

큰아이가 대학생이니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사신분입니다.

결혼할 당시 불어를 잘 못했다고 합니다. 남편 친구들을 만나도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수 없어 많이 답답했다고요~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열심히 불어공부를 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불어 실력이

부쩍~ 늘더라는겁니다. 이 이야기는 이곳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불어를 잘해야된다고 하면서 나온것이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뭔가 몇 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자신감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불어를

잘해야된다는건 당연한거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모두가 아니었다는것을

느낀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것은 자신있고, 당당한 마음 가짐이라고 하면서 말을 맺으시더군요. 순간 저는 무척 통하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불어를 했습니다. 불문과 대학 4년, 그리고 프랑스 생활 22년 치고 저의 불어실력은

형편없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합니다. 예전에는 프랑스인과 깊은 이야기도 주고

받곤 했는데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는 무척이나 답답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냉 온탕을 오가는듯합니다. 어떤 날은 불어가 술술~ 잘되는 날이 있습니다. 모국어처럼 나오는게 아니고 생각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남의 나라 언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프랑스인들 인터뷰도 좀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 때는 닥치면 뭐든지 해야되는 군인 정신이 들어가서 온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한것 같습니다.  

 

언어는 하루아침에 될수 있는게 아닙니다. 꾸준히 장시간 노력하다 보면 가속도가 붙는 순간이 옵니다.

그럴때는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겠지요. 이곳으로 온 한국인들은 언어 장애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지난 7월 남편 직장으로 이곳에 오게된 젊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언어가 안되니 맥도날드에서 주문하면서도 알바생에게 무시당한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엄마는 일단 언어 장애로 인해 주눅이 있었습니다. 이는 당연한것입니다. 그나마 이곳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조언이라고 한것이, 언어는 금방되는게 아니니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익히고, 무엇보다 위축감을 버릴수 있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바꾸는것 또한 쉽지는 않지요. 어쩌면 불어 익히는게 더 쉬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은 보이지 않기에 더욱 예민하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상대는 위축된 나를 느낍니다. 손님의 긴장과 주눅을 느끼고 함부로 대한 프랑스 젊은이를 별로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게 그의 인격 문제일수도 있겠고, 어쩌면 바쁜데 주문하면서 더듬거리는 외국인을 보며 짜증이 났을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불어가 좀 안되어도 당당하지 못한 손님이 불편하게 여겨졌을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게 가능한 상황일것입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프랑스인??

 

예전에 유학생들 사이에 프랑스인들의 속성에 대해 떠돌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니, 강하게 나가야된다는것입니다. 뭔가 문제가 있을때 안되는 불어로 떠듬거리지 말고 한국말로 큰소리 치라는것입니다. 누군가가 그랬더니 프랑스인이 숙지근해지더라는겁니다. 치열하게 적응하느라 고생한 유학생들의 한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간사한 프랑스인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귀히 여기고 당당하지 않으면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남이 나를 존중해줄리 만무하겠지요. 이건 외국 생활을 떠난 문제입니다. 하물며 언어 장애로 주눅들어 쭈삣거리는 이들을 볼때 프랑스인들은 민망해질수도 있을겁니다. 그들은 아무리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도 그러지 않거든요. 없는 사람이 있는 척할때도 찌질해보이지만 너무 위축되어 있어도 보기 싫습니다.

 

그런데 자신감 있고, 당당한 것을 뻔뻔해지는걸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불어가 잘 안되면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것도 자신감 있는 사람의 태도겠지요. 그리고 필요한것들을 당당하지만 공손히 이야기하는데 과연 프랑스인들이 언어장애를 걸고 넘어질까요?~ 그렇다고 언어 익히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요.

 

불어 실력이 휠씬 좋았던 예전에는 프랑스인들과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사이 변한 것이라면 줄어든 불어 실력, 그리고 늘어난 자존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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