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청소년 흡연에 대해 학교가 무심한 이유

파리아줌마 2011. 12. 1. 08:40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중학교 3학년쯤에 친구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적잖이 놀랐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표시 못내고,

저에게 이야기한것이라고는 하는데, 별로 놀란것 같지 않게 무덤덤하게

말하더군요. 어쨌든 놀라움과 더불어 호기심이 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이제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싶었지만, 애써 쿨~하게

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피워보고 싶으면 한번 피워보라고 대답하고는 

한동안 얼마나 조마조마 했습니다. 정말로 아이가 흡연을 하게 되면

어떡할까 싶어서요~ 들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무작정 반대할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자주 학생들의 흡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카톨릭 학교에 다닙니다. 다른곳에 비해 학교 규율이

엄격한 편입니다. 원칙적으로 학교안과 근방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자 마자 담배를 꺼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학생 감독관과 맞담배를 피며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았다고 합니다.

 

지난 봄 한국에서 이곳에서 유학하고 간 친구가 가족과 여행을 왔습니다.

마침 친구 딸이 아이와 같은 또래라 학교 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던데, 학생들의 흡연에 대해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며 서로 이야기하더군요. 여행온 아이는 학교가 아닌 거리에서 흡연하고 있는 모습을 교사에게 들킨다면

학교로부터 치명적인 벌을 받을수 있다고 하고, 아이는 그런것은 여기선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서로 놀라 와와~거리며 이야기를 주고 받더군요.

 

지난해 아이반에서 문제가 된 일이 있었는데, 어떤 남학생이 까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것을 수학 선생님이 목격하고는 다음날 아이에게, 까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적고 부모님 싸인을 받아오라는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문제시 삼았던것은 흡연보다는 까페 테라스였답니다. 원래 미성년자들은 어른 동행없이 혼자서는 까페를 드나들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담배까지 있었으니 문제시 삼은거지요.

 

이에 학급 전체가 사생활 침해라며 교사에게 반대해 들고 일어났습니다. 곤란한 상황속에 있는 친구 구하는데 연대감이 대단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반장이 담임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부모님 싸인은 없던 일로 되었답니다. 

 

아이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담배 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답니다. 아이들 강당에 모아 놓고 행복에 대한 강의는 해도 학교에서 금연 캠페인은 벌이지 않고 있는것이지요. 학교에서 엄격히 다루는것은 어른에 대한 존중이 없는 말과 행동, 잦은 지각에는 방과후 남아 있어야 되는 풀 처벌, 그리고 학교 건물에 낙서하거나, 친구와 폭력이 오가는 싸움에는 정학 조치된답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에 대해 무심한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에 그런것들은 금지하고 처벌한다고 효과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시기의 흡연이 건강에 가져다 줄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일단은 뒤로 물리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은 불타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기에 세상의 나쁜것에 대한 내성은 더 강하게 있을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금지한다면 강한 반발과 집착만 키워줄뿐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부모에게 맡기는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반의 반장은 집에서 담배를 피운답니다.

 

유혹에 강한 아이들이 있겠고, 약한 아이들이 있을겁니다. 약한 아이일수록 더더욱 금지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막기 보다는 열어서 호기심을 희석시켜주어야될것입니다. 그러면 나중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쉬운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조건 금지해서 가져올 결과 보다는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단은 담배를 잡지 않아야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한번 맛을 보면 쉽게 중독된다고요. 그건 하지 말아야될 것을 숨어서 하다 보면 생기는 집착에 의한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짜릿한 달콤함은 쉽게 놓지 못할것입니다.

그것을 재미없고 시시하게 만들어 버릴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교육과 사회 저변에는 인간에 대한 이같은 이해가 깔려 있습니다. 인간을 무작정 형이상학적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의 본능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딛고 나아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이지요, 그게 금지하고 반대하기 보다는 견디고 인내하며 지켜보는것, 이게 똘레랑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유와 책임이 따르는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내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의 흡연 이야기를 한지 3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아이의 호기심은 무관심으로 바뀌었고, 흡연하던 친구들중에는 계속하고 있는 이도 있고, 그만둔 친구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직은 미성년자들이지만 스스로 판단할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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