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어린이들의 책꽂이에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파리아줌마 2011. 12. 15. 08:34

지난 달 한국의 모여성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프랑스 어린이의 책꽂이에는 어떤 책들이 있고, 부모가

자녀의 독서습관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책꽂이의 책 배열,

그리고 어떻게 도서를 구입하는지 등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교육에서 인문학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는 유치원때부터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유치원때부터 나이에 맞는 책들이

소개된 출판사 프로그램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초등학교때는 학교에서

권장하는 잡지와 소설이 있습니다.

 

이는 학교 프로그램과는 상관이 없이 소개하고, 학부모는 발행사와

구독 주문을 하면 되는 것으로,어떤 경우에는 학교에서 권하는 책을

주문하면 할인혜택도 받을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5학년까지는 교육부에서 매년 학과로 10, 그리고 다른 10권은 쟝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읽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고르는 것을 도우며, 매주 시청에서 도서관 버스가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책을 대여해주기도 합니다.

 

프랑스 교사와 부모들은 아이가 다양한 쟝르의 독서를 하기를 원합니다.

2000년대초에 프랑스 교육부가 발표한 권장 도서들이 너무 편협되어 있다며 교사와 학부형들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프랑스 어린이들은 만화책도 많이 봅니다. 이는 무엇보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글보다는 재미있는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것이죠. 그리고 교육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만화책도 많습니다. 만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프랑스 조상들의 이야기인 아스테릭스[Astérix]같은 만화는 세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잘알려진 아동도서 출판사로는 에꼴 데 루와지르 L’école des Loisirs, 0에서 16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도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0-3, 2-4, 3-6, 5-8, 7-10, 9-12, 11-14. 그리고 16세까지의 청소년들을 위한 책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의 문학, 그리고 3학년부터 마지막 학년인 5학년까지의 문학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연령별로 테마와 쟝르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을 주관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전집으로 책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시리즈물로 기획하더라도 시간적인 차이를 두고 한권씩 발행하기에 전집의 의미가 없는것이죠. 또한 프랑스에서는 베스트 셀러의 개념 또한 희박합니다. 서점에 가면 신간들만 앞쪽으로 배치해 놓고 있고, 책을 선택할때는 서점 상인의 도움을 받습니다.

 

프랑스 대형 문화 매장인 퍼낙 Fnac사이트에 어린이 코너에 두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어린왕자였습니다. 권장 연령은 9세부터로 되어 있더군요.

 

하루에 책한권 읽는 고등학생, 마띨드의 책꽂이

 

 

                                                                                르 메트르 부인과 딸, 마띨드[왼쪽]와 끌로에

 

인터뷰가 필요하길래 항상 그렇듯이 고등학생인 큰아이를 붙들었습니다. 딸은 그동안 엄마의 블로그 글감으로 수많은 주제와 소재를 주었고, 잡지사 글 기고에 아이의 도움 없다면 무지 힘들었을 경우가 많았답니다.

 

아이는 당장 생각나는 친구가 마띨드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생각만 해주면 될일이 아니고 인터뷰에 응해줄수 있는지 물어봐 주어야된다고 하니, 다소 귀찮아 하기는 했지만 오우 케이를 받아주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는 마띨드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월반을 한 우등생으로 아이보다 한살 작은 만 15살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고요, 그리고 동생 끌로에는   9살로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고등학생인 마띨드의 책꽂이

 

컴퓨터 공학자인 르 메트르 부인은 어릴때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첫째 마띨드는 어릴때부터 왕성한 독서량을 가지게 되었고, 끌로에는 책읽기를 즐기지 않는다는군요.

 

마띨드는 어렸을때부터 책을 항상 엄마와 함께 골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관심있는것을 고르게 내버려둔 편이었다고요~ 그리고 르 메트르 부인이 10살 때 읽고 감동받았던 책을 같은 나이때에 딸에게 권해주었는데 그리 흥미를 보이지는 않았답니다. 마띨드 엄마는 그럴 경우에는 강요하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자녀들의 책 구매 선정 기준이라면 일단은 재미있어야 하고, 그다음은 문체가 좋은것을 본다네요.

 

르메트르 부부는 어린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책을 권해서 흥미있어 하지 않으면, 그래 처음에는 재미없어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책의 재미있는 내용들을 소개한답니다.

 

 

                                                 독서에 크게 흥미를 못느끼는 끌로에가 직접 고른 베르사이유의 공주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음

 

언니와는 다르게 독서를 즐기지 않는 끌로에를 위해 엄마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권해보기도 했지만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여름 베르사이유의 공주라는 책을 끌로에가 직접 골라서 재미있게 읽었다네요. 그래서 르 메트로 부인은 끌로에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골라서 권해보려고 한답니다.

 

아빠가 학창시절에 보던 책을 물려주기도

 

                                                                                   마띨드에게 물려준 아빠가 학창시절 보던 책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띨드는 책꽂이에 달린 붙박이 장을 열고는 아빠가 학창시절 보던 책을 물려준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해에 불어과목만 대학 입시[고등학교2학년때 불어만 입시를 봄]를 보는 마띨드를 위해 아빠의 책꽂이를 뒤져 찾아준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재미가 아닌 문화 양식 고취를 위한 것이라고 마띨드 엄마는 옆에서 이야기합니다. 

 

이 집에 있는 책들은 아주 다양했습니다. 판타지, 추리, 역사 소설부터 고전, 만화책들이 있었습니다.

 

마띨드와 엄마는 예전부터 동네 시립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시리즈 책을 빌려 보고는 좋으면 다음 편은 구입한다고 하네요. 마띨드에게 도서관은 좋은 책을 소개받는곳이랍니다.

 

르 메트르 부인은 마띨드가 어렸을때는 매주 토요일에 시립 도서관에 가서 양손에 가득 책을 빌려오곤 했었다고 합니다.

 

마띨드는 하루에 책한권, 그리고 어린 끌로에는 일주일에 한권 정도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 서로 책을 바꾸어 가며 읽기도 한답니다.

 

 

 

 

마띨드가 요즘 즐겨읽고 있는 책은 프랑스 작가인 Sophie Audovin-Mammikonian Tara Duncan으로, 유머러스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샹젤리제의 문화 매장인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있었던 작가 사인회에 가서 사인을 받아온것을 약자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할머니가 사준것으로, 마띨드의 친할머니는 생일때 서점에 데려가서 원하는 책을 고르게 해서 선물하곤 하신답니다. 특히 이 책은 할머니가 사촌에게도 사주셔서 서로 누가 한 편을 먼저 읽냐는 경쟁을 했다며 마띨드는 재미있게 이야기했습니다

 

다 읽은 책은 간직한다고 합니다. 마띨드 책꽂이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한번 읽고 다시 본것들이라네요.

책꽂이책 정리는 마띨드가 알아서 한 것, 제일 위에는 어릴때 본책, 그다음 칸들은 학교 교제, 사전 등이고,

요즘 즐겨 읽는 책은 중간으로 배치~

책은 가까운 동네 책방에서 자주 구입하고, 가끔씩 엄마와 파리에 있는 대형 문화 매장인 퍼낙 FNAC

들린답니다.

 

중학교때 아이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마띨드를 보았는데, 어쩜 저렇게 참한 아이가 있나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공부 잘하는 우등생에다가, 책도 많이 읽는 도서광이더군요. 그 사이 궁금했는데 잡지사 글을 목적으로

이번 기회에 마띨드의 독서 습관과 그 엄마가 생각하는 교육을 엿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은 나이의 딸 아이가 있으니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마띨드 엄마는 아이의 진로나 미래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다 대놓고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버럭

이야기해 버렸으니...그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마띨드 엄마의 신중함이 좋아보였습니다.

 

어떤 방향만 가지고 있었고, 약간은 생각이 보수적이었지만, 아이가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뒤에서 지켜보고 필요한 도움은 주지만 아이 미래는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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