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주연 : 북한
조연 : 중국, 미국
찬조출연 : 남한
무슨 영화 제목 같지요? 김정일 사망 관련해서 어제 오늘 제가 프랑스
언론의 기사들을 뒤져보고 든 느낌을 적어본것입니다.
지난 여름 노르망디 지방의 옹플뢰르에 갔다가 예전의 소금창고를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전시를 준비중인지
못들어오게 하길래 입구에 서서 먼발치로만 실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안을 기웃거리던 프랑스인 노부부는 저희를 보더니만
중국인이냐고 합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아주 반가워하더니만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를 묻습니다.
남한이라고 대답하고 나니 그들은 작년에 북한을 여행하고 왔다고 합니다.
북한 여행이 어땠냐고 하니, 가자마자 가이드가 시키는대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묵념을 하고는 여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 돌아가면서 아주 재미있었던 추억인냥 유쾌하게 이야기합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다들 날씬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당신네들의1950년대를 생각하면 될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한은 여행했냐고 물으니 가보지 않았답니다. 남한은 다른 동양의 여느 나라와 같지 않냐는게 그들의 대답이었습니다.
어쨌든 그 노부부의 북한 여행은 아주 좋았답니다. 짧은 만남과 대화였지만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합니다.
만나서 반가웠다는 작별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면서 좀 씁쓸했더랬습니다. 북한이 그들에게는 한번 여행하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곳이었다는것이죠. 그들로서는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폐쇄적이며, 세습 독재 통치, 그리고 핵개발까지 하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을 프랑스인들은 걱정을 넘어서서 경이롭게 보는듯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저한테까지 전해져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알지 못했던 북한 소식을 이곳 언론을 통해 들을수도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르몽드에 평양 영화축제에 대한 기사가 났었는데, 프랑스 영화인들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핵실험과 기근으로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인권 문제가 있는 그곳에도 문화 축제는 있었습니다.
핵개발로 인해 북한의 문제는 남북관계를 벗어나 아시아 주변국가와 미국과의 문제로 부상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재자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개방 정치를 희망하며, '북한의 봄'을 언급하는 프랑스
프랑스 언론은 독재자의 죽음이후 북한이 개방 정치를 할 것이냐에 관심이 많습니다.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20대 청년이라는것과 스위스에서의 수학했던것 등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프랑스 시사 주간지인 르 누벨 옵세르바테르[Le Nouvel Observateur]에 실린 사회 역사 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Pierre Rigoulot씨의 인터뷰를 보면, 그런 요소들은 김정은의 개방성과 아무 연관이 없을것이라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그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다는것입니다. 또한 그는 북한 지도부 내부의 다른 잇권으로 인해 분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게 독재자들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같이 "북한의 봄"이 오겠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그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현 정권에 덜 열광적이었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그는 북한은 시민사회가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의 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랍니다. 북한의 군사력은 튀니지와 같지 않고, 그것은 민중을 강하게 장악할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개방에는 중국이 북한의 개혁에 개입해서 남쪽과의 관계를 개선할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김정일은 중국의 개방 권유가 있었지만, 그이후 민중들의 변화와 함께 정권에 의혹을 가질것 때문에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고만 있었다고 합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경제 부분에서는 관계가 유연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미국과 서방국가들과의 가장 큰 문제가 핵인데요, 며칠전 평양은 우라늄 농축 사업을 포기를 발표했다며, 새로운 지도부들은 핵 정치를 유연하게 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대대적인 지원을 요청할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정일 사망후 프랑스가 보는 북한을 보는 시선속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는듯했습니다.
이는 다른 외신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개방과 경제문제, 후계자 김정은, 그리고
핵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때, 단지 찬조출연 같았던 한국은 주연으로 이끌어냅니다.
한국이 걱정하는 것은?
어제 어떤 블로그 이웃분이 남긴 댓글중, 시기적으로 북한이 한나라당편인건 확실하다는것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죽음을 누가 예정할수 있겠습니까만은 아주 절묘합니다.
2009년 초에 북한이 또다시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위기였을때, 걱정스러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걱정보다는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남한이나 북한이나 윗사람들은 같은 편이라는것, 그들의 목적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오로지 잘 통치하는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사회에 만연한 반공 이데올로기, 북풍 공작은 김정일의 사망을 전쟁의 공포와 한반도 위기 의식으로 이끌고 있지요. 어제 한국 언론에 올라온 전군 경계태세 강화, 만약의 사태에 대비등의 문구로 불안감 조성, 현정권의 입지를 위협하는 문제들 덮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겁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것은 총선과 대선과는 시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일어난 일이라는거지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방심은 금물이지만, 꼼수 부리는데 이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것에 넘어가는 사람이 없기를 더더욱 바라고요.~ 김정일 사망 이후 같은 민족인 북한에 긍정적인 바람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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