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들은 프랑스에 오면 비교적 잘 적응하는듯 합니다.
전 처음에는 한국 음식은 별로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선배언니랑 살면서 아침 저녁으로 바게뜨에
버터를 발라 맛있게 먹곤 했지요.
그때 찐 허리살이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바게뜨에 버터라~ 다이어트에는 지옥 같은 음식들이죠.
그런데 참 맛있었습니다. 특히 따뜻한 빵 위에 굳어있는
버터를 한점 떼서 올리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버터가 발라진 갓 구운 바게뜨를 씹는 질감과 맛은 환상이었습니다.
저 같은 여학생들은 음식적응에 별로 곤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주위에서 보니 남학생들은 다르더군요.
프랑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살이 쭉쭉 내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여자들은 이곳에 오면 살이 찌고, 남자들은 빠진다는게 무슨 정설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김치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어떤 한국 남자가 유학을 왔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떠나 보내면서 그 점을 가장 마음에 걸려하셨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운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감당할 요량으로 이곳에 와서는
김치 못먹어 시들 거리며 살고 있던 어느날, 중국 시장에 들렀다가 배추를 발견하고는 그자리에서 만세~를
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김치 걱정은 끝이 나고 한번씩 수십 포기의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하더군요.
그는 학교 후배와 함께 살았습니다.
선배 언니와 가끔씩 식사 초대를 받아 가면 김치 하나 만큼은 맛있고 푸짐하고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부산 사투리를 쓰던 갱상도 사나이였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언어에 대한 감각이 여자들에 비해
뒤진댔다가 특히 경상도 남자들은 더 한듯했습니다. 그는 이곳에 와서 불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언어
장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도 못했겠지요.
하지만 나름 즐겁게 지내는듯했습니다. 선배 언니와 저는 그를 무슈, monsieur 차라고 불렀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학원 선생님이 그의 한국 이름 부르기가 힘들어 공부할때만 통용되게 그가 지은 이름이 톰,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던 다른 경상도 남자는 존으로 불러 달라고 했답니다.
수업중에 선생님은 그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톰~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자기의 새로운 이름에 적응이 안되었던지 톰이 누군지 두리번 거렸다는 이야기를 낄낄거리며 합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엉뚱한 모습으로 찍힌 그의 증명 사진을 보았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자동 증명 사진 기계가 없었습니다. 저 또한 이곳에서 동전만 가지고 혼자 증명 사진을 찍을수 있는 그 기계가 신기하더군요. 처음에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려다 보면 사진이 많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 기계안에 들어가서 적혀있는 사용법을 보고, 나오는 목소리가 시키는대로 위치 잘 조절해서 플래쉬 한방이면 4장의 사진이 나오는데, 90년대에는 4장의 사진에 플래쉬가 4번 터져야만 될때였습니다. 그래서 지그시 앉아 사진을 찍어야만 되었는데, 이 남자는 그 방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첫번째 사진은 멀쩡하게 나왔습니다. 두번째는 일어서고 있었고, 세번째는 웃으며 다시 앉는 모습, 네번째 사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대충 그 작은 박스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나 상상이 되는 그 사진을 선배 언니와 함께 보고는 배를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 이것뿐이었겠습니까~ 문화의 차이로 오는 웃지 못할 웃긴[?] 일화들이 많겠지요. 나중에 한국에 있던 그의 아내가 왔고, 서류 때문에 이곳 시청에서 결혼식 한번 더 하겠다고 해서 제가 증인이 되어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프랑스 생활 적응기를 거치고 청운의 꿈을 이루고 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초창기 이곳 생활에 함께 했던 같은 한국 사람이라 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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