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파리에서 한국 총선 투표에 참여해 보니

파리아줌마 2012. 4. 2. 06:28

오늘 한국 대사관에 가서 19대 총선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4월의 첫날, 만우절인데 일요일이라 학교 친구들 못 골려주어

아깝다던 작은 아이의 쫑알거림을 들으며 햇살 찬란한 센강변을

가로질러 대사관에 도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2년전부터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깐 2년전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한국에 보궐 선거가 있었습니다.

무언지 모를 이상한 느낌으로 한표의 소중함이 와닿더군요.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될것 같은 간절함에 재외 국민 참정권이 발휘되는

2012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엔 야당 표가 많다고 앗아간 해외

동포들의 권리를 이제서야 되찾을수 있었던건 아주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을 떠나온지 너무 오래된 탓인지 난생 처음하는 투표 같습니다.

분명 대학교때 투표를 했을것 같은데 말이지요.

 

오늘 저녁 설걷이를 하며 어찌 한국에서 투표한 기억이 이렇게 없나 싶어 옛날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문득 떠오르는게 대학 3학년때인가 대선이 있었는데, 공정 선거 감시 인단에 김대중씨쪽으로 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동장님이 친절하게[?] 아버지께 알려드렸고, 그 사실을 안 아버지는 금족령을 내렸습니다.

 

몰래 빠져 나가려다가 아버지께 들켰고, 나가게 해달라고 베란다 계단에 걸쳐 앉아 징징~ 거리며 울었던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 분명히 투표를 했겠더라고요.

 

그때가 80년대였습니다. 불과 80년대에 야당 인사쪽으로 명단이 올라가면 급히 집안에 알려주기도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곳이 여당의 텃밭이었던 대구라 더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이후로 처음, 이곳 프랑스에서 투표에 참여하게된 것입니다.

 

파리의 군사 박물관이 있는 엥발리드를 마주하고 왼쪽으로 가면 한국 대사관이 나옵니다.

지난주 수요일인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되는 재외투표였는데, 주말에도 투표를 할수 있는지 잘모르고

마지막날인 월요일에나 다녀올 생각으로 있다가 일요일에도 한다고 하기에 교회가기 전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 살았지만 오늘은 더욱 한국인이라는게 와닿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투표를 위한 재외 국민 등록은 대사관에서 파리의 각 한인 단체에 알바생을 고용하여 대사관까지 가지 않고도 쉽게 등록할수 있게 했습니다. 아주 편리하고 좋더군요. 저는 교회에서 등록을 했습니다.

그이후 이메일로 여러 사항들을 전달받았습니다.

 

투표를 앞두고 정당에 대한 정보들을 메일로 또한 받았습니다.

 

교민 혹은 유학생들이 투표를 하러 오더군요.

두군데에 투표를 했습니다. 정당 그리고 다른 한군데는 한국 주소지에 따른 지역구로

정당 인물이 대한 투표였습니다.

 

그냥 꽉~찍으면 될것을 이리저리 살피고 빼보고[?] 하느라 손에도 봉투에도 벌건 인주를 묻히는 촌스러움을~

 

투표소 내부에 사진 촬영은 금지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재외 투표 홍보 모델인 조수미씨가 대사관에 투표를 하러 왔던 날 

남편이 참석해 찍은 사진들 몇장 올립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서 재불 한인 회장님이신 최병원씨에게 이번 투표를 어떻게 보시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회장님은 아직은 재외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한인들 1만 2천명중 1천 7백명이 등록을 했고, 오늘까지 6백여명이 투표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아마 12월에 있을 대선에는 더 많이 참여하겠지만 지방에 있는 분들이 파리로 투표하러 오는 것이 여의치 않는 부분도 있다고 하시면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될 점들이 있다고 보시더군요.

 

이번에 처음으로 치르는 재외 투표인데 4년뒤에는 좀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투표하고 나오는 오토바이 헬멧을 든 멋진 커플이었습니다. 사진은 실물 보다 못나왔다능~

이곳에서 건축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외국에서 처음하는 투표인데 참여할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표소로 오면서 두분이 함께 나눈 이야기가 지방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참여하나 싶었다고요~

 

그러지 않아도 투표소에서 듣기에 프랑스 동부 지방 도시인 스트라스 부르그에서 버스 한대를 대절해서 올 예정이었는데 취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지방에서 투표를 위해 올라온 분들도 있었겠지요. 

  

투표를 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손에 손잡고 투표하러 오는 파리의 한국인들~

 

그리고 교회에 가서 참여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와서 이곳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어떤 형제는 참여할수 있어서 좋았는데, 아쉬웠던게, 물론 인터넷으로 보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만큼 가까이서 어떤 후보의 프로그램을 접할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떤 유학생은 한표가 소중하다는 것을 더욱 느낄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한표를 위해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주었다는 자체가 가볍지 않는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에 20살이 되어 처음으로 한국 총선 투표에 참여한 고3 학생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소견과 투표 참여 소감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교회 청소년부 공부가 길어져 아쉽게도 만날수 없었더랬습니다.

 

그리고 5, 6년전인가 재외 한인 언론 협회 회원으로 헌법 재판소앞에서 재외 국민 참정권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했던 남편은 이번에 큰~ 대한 민국을 느꼈다고 합니다. 재외 동포 7백 5십만명중 2백 5십만명이 유권자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투표의 길을 연건 큰 것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생활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투표에 관심 가지기 힘들수 있지요. 또한 골치 아픈 정치에 관심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경우 지역적인 거리감은 멀어지는데 더욱 한몫을 할수 있을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다음부터는 프랑스 각 지역에 있는 동포와 유학생들이 거리 때문에 투표에 참여 못하는 일이 없을 어떤,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저에겐 감격적인 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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