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잡지사에 보낸 글입니다.
지난해에 이미 다루었던 인문 고전에 관한 글이어서
중복이 될까봐 염려했었는데, 어쨌든 문과를 지망해
지금 철학 입문을 하고 있는 큰 아이 친구를 인터뷰 할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교육은 수학보다는 불어, 즉 문학을 중요시 여깁니다.
유치원부터 시를 읽히고, 초등학생이 되면 시 공책이 따로 있어,
매주 시 하나를 외워 낭송해야 점수를 받을수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고전을 불어에 포함시키고, 본격적으로 고전을
공부하는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입니다.
수업은 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2학년때 대학 입시 불어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불어 과목은 없어지고 철학으로 대체되는데, 문학은 철학을 공부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인 셈이죠.
그렇다고 모든 문학이 철학과 연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학은 철학을 공부하기 위한 도구가 된답니다.
예를 들자면 빅토르 위고는 문학가였지만 또한 정치적인 인물이라 그의 글안에서 어떤 사고를 알수 있기에
철학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겁니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문과, 경제 사회과, 이과로 나뉘어집니다.
보통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철학을 하는데, 문과는 2학년때 철학 입문을 하게 됩니다.
2주마다 1시간씩 철학 입문 시간이 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일주일에 8시간을 철학에 할애하게 되고.
경제 사회과는 5시간. 이과는 3시간 철학 수업이 있다. 과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철학 시간이 조정되는데,
이과라고 해서 철학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고2생인 베네딕트와 철학 교사, 쟝 에티엔
부모와 함께 할수 있었으면 했는데,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해 아이만 인터뷰 하려고 할 생각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지인중에 철학 교사가 있다고 해서 함께 할수 있었습니다. 둘은 오래전부터 부모님들끼리 잘아는 사이라고 합니다. 부활절 방학이고, 마침 베네딕뜨 오빠가 성인이 되는 시기라 축하하기 위해 보르도에서 올라온 쟝 에티엔은
알베르 르그랑 고등학교 이과 철학 교사라고 합니다.
책읽고 토론하는게 좋아 문과를 선택한 베네딕트
파리남쪽 외곽지역, 앙토니의 생뜨 마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베네딕트[16세]는 책읽고 토론하는게 좋아 문과는 선택하게 되어 올해부터 철학 입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철학 입문 시간에는 주제[무의식, 꿈, 욕망 등]를 정해 주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입문이라 아직은 철학 시험은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베네딕트는 책을 읽으며 간접적인 경험을 할수 있다고 합니다. 고전이 삶에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전혀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보고 있었습니다.
또한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자기 생각을 개발하고, 표현하는걸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합니다. 특히 텍스트를 읽어야 되기에 공부 분량이 많은데,
베네딕트는 책을 읽으면 그냥 읽지는 않고 항상, 왜 그랬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불어 시험은 텍스트를 읽게 하고 주어진 문제에 답하게 되는데 4시간 가량 보고 있습니다.
문학은 텍스트 자체를 분석하지만 철학은 작가의 사고를 알고자 하는 것이랍니다.
올해 철학 입문을 공부한 베네딕트는 간단하지 않고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학은 깊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발시킬수 있기 때문에 인간을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인용 귀절들이 있는 베네디트의 철학 입문 노트와 참고 서적들
철학 교사, 쟝 에티엔, 빨리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깊은 사고를 요하는 철학은 중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알베르 르 그랑 고등학교 철학 교사인 쟝 에티엔은 24세로 교사 생활을 한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이과반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쟝 에티엔 선생님에게 철학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는 고전이나 철학 공부를 할 때 현대 보다는 고대부터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일종의 뿌리를 찾는 것으로 인간 사고의 변화와 발전이 어느 단시간에 된 것이 아닌 것처럼 그기원을 찾아가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쟝 에티엔은 문학은 텍스트 위주로 공부를 하지만 철학은 주제를 먼저 정하고 문학안에서 찾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업 방식은 일단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예를 들면 자유, 무의식, 욕망등]에 대한 정의를 주고, 플랜을 짜게 해서 주제와 관련된 텍스트안에서 저자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지 알게 하는 것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주로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더러 학생들은 토론만 하기를 원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교육부에서 정한 프로그램을 따라야 하기에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두고 있답니다.
그럼, 과연 철학이 학생들의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수 있겠느냐의 질문에 선생님은 철학은 두가지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이론으로 전문가들이 연구 개발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삶에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하던데요.
요즘은 클릭 한번이면 모든 정보가 흘러나오는 인터넷 시대에 그것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나오는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시대랍니다.
철학은 이 모든 것들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기원과 연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랍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겠지요.
선생님은 깊이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알려면 빠른 시간안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 관계에게 갈등을 줄일수 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 야기 되는 문제들을 줄여갈수 있는게 쟝 에티엔 교사가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라고 하며 미소를 짓더군요.
쟝 에티엔 교사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 있었습니다. 그는 철학 교사답게 진지하고,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더군요. 빠르게만 돌아가는 요즘 시대에 자신을 되돌아 보고, 상대의 생각과 처한 입장을 생각하며 말하고 처신하는게 쉽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것인데, 우리는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프랑스는 고전 철학 교육을 통해 이를 찾아가려고는 하고 있는데, 철학이 없는 우리 나라 교육이 생각이 나 안타까웠습니다.
철학은 골치 아프고 복잡한게 아닌 바로 인간에 대한 성찰, 삶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되나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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