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인들이 우리 비빔밥을 좋아하는 이유

파리아줌마 2012. 4. 20. 07:36

얼마전부터 남편은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간간히 나가서 도우고 있는데요, 10여년전만 해도

파리에 있는 한국 식당에는 현지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외국 생활 혹은 여행을 하다가 한국 음식이 그리워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파리에 있는 한식당에는

프랑스인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새 한식이 프랑스를 점령해 버린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예전에 중식을 맛있게 하는 파리의 한식당에서 어떤 프랑스 남성이

짬뽕을 먹는데 매워서 얼굴 시벌겋게 해서는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신기해 하며 쳐다본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인들도 식성이 각각이라

매운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얼마전 프랑스인이라 제육 볶음을 덜 맵게 해서 주었는데, 좀 더 매워도 좋겠다고 하군요.

남편 식당을 찾아오는 프랑스인들이 먹는 한식을 눈여겨 보면 재미있습니다.

대부분 젓가락 사용을 잘하더군요.

 

식당을 찾아온 프랑스인들을 보면 어떤 문화를 맛보러 온 이들 같습니다.

서빙하는 이를 대하는 매너가 좋고요, 괜찮다고 하는데요 안쪽에 있는 반찬 접시 하나라도 가까이

날라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주방장님 자랑이지만 하나같이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하고 갑니다.

 

보통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은 불고기와 비빔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석에서 구워 먹게 불고기가 올려진 불판을 가지고 가면 프랑스인들은 와~하며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그리고는 어떤 청년은 "조금전에 지나가다 보았는데, 불위에 올려놓고 구워먹었던게 무엇이었냐"며

불고기를 주문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고기 냄비를 기울려서는 한방울의 남은 소스까지 남김 없이 먹는 이들도 있답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비빔밥

 

그런데 그동안 식당에서 본 경험에 의하면 불고기 보다는 비빔밥이 단연코 우선이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불고기 보다는 비빔밥이 인기가 더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프랑스인들 여럿이 와서 점심 셋트 메뉴로 비빔밥만 먹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게 나오는 비빔밥도 좋아하지만 지글지글~ 거리며 나오는 돌솥 비빔밥은 더욱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비빔밥의 우수성으로 주목할만 했던게, 채식주의자들에게 좋은 요리라는 것입니다. 점심 시간에 자주 식당을 찾아오는 프랑스 남성이 있습니다. 중절모를 쓴 그 남성은 아이 패드와 아이 폰을 식탁에 놓고는 때로는 이어폰으로 통화하기도 하고 아이 패드위로 열심히 손가락짓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가 주문하는 메뉴는 항상 정해서 있습니다. 고기뺀 돌솥 비빔밥~

 

얼마전 살짝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은 채식주의자이기에 나와서 먹을 것을 찾는게 마땅치 않다며 비빔밥이 단연 으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을 위한 다른 요리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기에 다음번에 고기를 뺀 잡채를 드셔보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빔밥이 외국인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아주 적합한 음식이 될수 있겠더군요. 온갖 야채가 참기름의 고소함과 함께 밥과 어우려지니 영양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그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듯합니다.

 

보통 점심 셋트 메뉴에 나오는 비빔밥 반찬에는 김치가 없습니다. 지난주 어떤 프랑스 청년이 비빔밥을 시키면서 김치를 달라고 하기에 가져다 주었더니, 비빔밥을 한숟갈씩 떠서는 그위에 김치를 척척 얹어서는 어찌나 먹음직 스럽게 먹던지요.,, 그 모습이 무척이나 한국스러웠습니다. 보통 프랑스인들은 비빔밥을 젓가락으로 먹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잘아는지~ 한국을 가본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대구라고~ 그런데 어제 점심에 다시 와서는 제육 볶음을 주문해 먹으면서 대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사과로 유명한 도시라는것을 알았다면서, 사과로 만든 특별 요리가 있냐고 묻더군요.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대구를 떠나온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과 생산지로 유명할뿐 사과로 인한 특별 요리는 없다고 해버렸습니다. 모른다고 해야 됐을텐데요.~ㅜㅜ

그리고 덧붙이기를, 사과가 많이 나는 지방이라 미인들이 많다는 풍문이 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사과가 몸에도 좋지 않냐고 하더군요. 그 청년은 근처에 직장이 있다고 합니다.

 

불고기는 당연히 외국인들이 좋아하는줄 알았는데요. 우리의 비빔밥에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수 있는, 특히 채식주의자들의 입맛까지 담당하는, 이런 오묘함이 있는 줄은 이번에서야 알수 있었답니다. 다시 한번 미각과 건강을 생각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미 한식은 세계화가 된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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