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한국 음식 대하는 프랑스인들을 살펴보니

파리아줌마 2012. 6. 8. 06:50

저희 식당에는 비교적 프랑스인들이 많이 옵니다.

 

한 두어달 일을 해보니 한국 음식을 먹는 프랑스인들의 태도라든가,

자세가 아주 흥미롭더군요.

 

좋았던게 프랑스인들은 한국 음식을 먹으며 또 다른 문화를 대하는것

같더군요. 그중에는 이미 한국에 가본적이 있는 프랑스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구시대 유물 같기만 한, 뚜껑에 한자로 복자가 새겨진 스텐

밥그릇을 보고는 어떤 프랑스인들은 예쁘다고 하더군요. 속으로 아~ 이게

프랑스인들에게는 예쁘게 보일수도 있구나 싶어 좀 놀랐습니다.

주로 중년 부인들이 그러더군요. 그것을 보면서 새삼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인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젓가락~ 중국, 일본 식당이 많아서인지 의외로 젓가락 사용을 잘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것은, 간혹 포크를 달라는 이들도 있지만, 어떻게서든지 어설프게나마 젓가락질을 해보고 싶어하더군요.

넌지시 보니 그런 프랑스인들을 젓가락으로 밥풀 하나 하나 세어 가면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 식당에서 포크 달라고 하는것을 미안해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니 우리가 포크를 준비해두는것은 당연합니다. 마치 그들은 한국 식당에서 한국의 음식 문화를 지키려고 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춥니다. 게다가, 괜찮다고 해도 서빙하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반찬 그릇, 밥그릇 손수 날라다 줍니다. 그들에게는 외국 식당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리고 술~ 프랑스인들이 맥주를 시키면 백퍼센트 한국 맥주입니다. 그리고 포도주를 마시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술을 맛보려고 여러가지 물어옵니다. 어떤 프랑스 여성은 복분자를 마시고는 병이 예쁘다며 가져가도 되냐고 하길래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어느 늦은 시간에 한커플이 와서는 깐풍기를 시켰습니다. 그 남자 깐풍기 모양새를 보더니 손으로 먹어도 되냐고 묻습니다. 예의에 어긋나거나, 조롱 받지 않냐고 하길래 어찌나 귀엽던지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먹는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한국 음식 먹고 나서 한국말 한마디는 배우고 싶어서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물어오는게 전부 같은 표현입니다. 고맙습니다를 한국말로 어떻게 하냐고 묻습니다. 그럼 곧잘 따라하고는

한국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갑니다.

 

간혹 매운것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맞춤하니라 좀 덜 맵게 했더니, 한국 음식이 이렇게 안맵다니~ 라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아는거지요.

 

그리고 매운 음식 좋아하는 이들에게 김치를 주면 이게 무엇이냐며 묻습니다.

어느날 대가족이 왔습니다. 큰 아들인듯한 이가 김치를 가르키며 이게 무엇이냐며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갖다 줄까 했더니 그는 원하는데 주위에 있던 가족들이 만류를 했습니다.

 

우리처럼 반찬을 여러가지로 먹지 않는 프랑스인들에게 5가지의 반찬을 주면 신기해 합니다.

어떤 때는 설거지하듯 다먹고는 그릇을 쌓아놓을때도 있답니다. 잘먹길래 더 줄까하면 괜찮다고 합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반찬 리필의 개념은 없는거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반찬을 더달라는 프랑스인 커플이 있었습니다.

갸우뚱하며 가져다 주었는데, 아니~ 이사람, 불고기도 좀 더 줄수 없냐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프랑스인은

그러지 않습니다. 불고기를 더 갖다주고는 알고 봤더니 한국에서 오랜 시간 머물었던 사람이더군요.

반찬 리필과 밥 한공기, 고기 한점 더 주는 푸근한 우리의 정서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이제 단골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전혀 한식을 모르던 이가 한국 음식을 먹고 나면 대부분 다시 찾더군요.

며칠전 한국 음식을 모른다며 어떤것을 먹어야할지 알려달라던 분에게 돌솥 비빔밥을 권해드렸습니다.

오늘 점심에는 아내와 함께 다시 왔습니다.

 

은근~ 보람있고 재미있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