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이해하기 힘들었던 프랑스인들의 이혼과 재혼

파리아줌마 2012. 6. 15. 07:17

그저께, 헤어지고도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 교육을 위해 한집에

사는 프랑스 부부들의 기사를 보고는 큰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더니, 프랑스인들은 그런면에서는 감정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정말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서

은근 냉소적인 어감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쩔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그리고는 저도 잘알고 있는 같은 반 친구의 가정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중요한 그룹 스터디를 함께 하는 친구라 그집에 가서 공부하기도

해서 잘 알고 있는 아이였는데, 그날 처음으로 그 아이가 재구성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깐 부모의 이혼과 재혼이 아이에게 그리 슬픈 일이 아니며,

받아들이고는 즐겁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친구의 부모는 이혼을 했고, 엄마는 아이 친구의 아빠와 재혼을 한것입니다. 친구가 의붓 자매가 된 경우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 가정의 자녀는 5명인가 6명이랍니다.

일단 친구 형제들 2명과 남자쪽에서 데리고온 자녀들 2명 혹은 3명 그리고

재혼후 낳은 7살박이 아들까지, 많은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살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집 가면 항상 시끌벅적하답니다. 게다가 의붓 아버지쪽에는 함께 살지

않은 큰 오빠들까지 있다고 하니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했음을 증명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 친구집에 처음가니 형제 자매들을 소개해 주는데 아이들이 많아 정신이 없었답니다.

 

아마 그랬겠지요, 내동생들 누구 누구, 그리고 여기는 내 양아버지의 딸, 혹은 아들 누구 누구, 그리고 이 아이는

우리 엄마와 양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누구라고요  

 

혈통으로 따지자면 아무 연관없는 아이들과 형제 자매가 되었고, 유일한 막내만 반쪽 혈연 관계가

형성된것입니다. 그안에서 돈독한 형제 자매간 우애를 다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하는 분위기고,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그렇구나~ 정도라는 것입니다. 듣고 있던 어떤 아이가, 친구와 함께 사는게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물었더니,

그래 좀 이상하기는 했어~라고 했다는데 서로 어떠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한국에도 요즘 이런 재구성된 가정들이 많을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자녀들이 힘들어 할것 같다더군요.

또한 그런 가정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될수 있으면 숨기려하지 않겠냐고요~

 

통계적인 수치는 모르지만 프랑스에는 이런 가정들이 많을것 같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만해도 2007년 취임식에서 첫번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과, 당시 부인이 데리고 온 두딸,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어린 아들까지, 재구성된 가정을 자랑하듯 소개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혼하고 톱 모델 출신의 브뤼니와 재혼해 아직 돌도 안된 어린 딸이 있기도 하지요.

 

이해하기 힘들다는 제목을 붙인건 막 프랑스에 왔을때, 보수적이고 고집스런 한국 여학생이었던 시절의 시선이 생각나서였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에서 통념의 잣대로 그들에게 들이댈수 없다는것을 그동안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들이 결국은 자신을 옭아맬수도 있다는것을 깨닫기도 했고요.

 

남녀 관계에서 금기시하는게 많았던 시대를 살아왔던지라 재구성된 가정에 대한 편견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허울을 벗고 보니 그들의 진지한 삶이 보이더군요.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지고 있었습니다.

 

부부가 문제가 있어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도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더군요. 다른 사람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에 맡기지도 않고 헤어진 부부가 번갈아 가며 보고 있습니다.

 

아이 친구는 정기적으로 친아빠를 만나러 간답니다. 아이는 학교 친구들이 자주, 엄마 집 혹은 아빠집에 간다는 소리를 듣는답니다. 그래서 대충 짐작하고 있답니다.

 

어떤 경우라도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가져다 줄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프랑스 아이들이 이를 비교적 쿨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함께 살지는 않지만 부모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책임지는 부모라는~

 

그리고 그저께 글에서는 자녀 교육 때문에 헤어지고도 한지붕밑에 사는 부부들이 있다고 하니, 이는 부모된 벌이라고 해도 될런지요? 하지만 그 벌은 기쁘게 감당할만한것일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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