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의 대학 입시에 느슨한 한국인 엄마들

파리아줌마 2012. 6. 21. 07:34

이번주 월요일부터 프랑스는 대학 입시[Baccalauréat]가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계속되는데요,

프랑스 고등학교는 2학년때 불어와 다른 한과목더[과에 따라 다름]

대입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는 오늘 불어 대입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우리처럼 이, 문과로 나뉘는데요,

한가지가 더 보태어집니다. 과학과[S], 경제 사회과[ES], 문[L]과

이렇게 세분야로 나뉘어집니다.

 

경제 사회를 택한 딸아이는 오늘 불어 논술 시험을 치렀고,

금요일에는 과학, 28일에는 불어 구두 시험을 보게 됩니다.

 

7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서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동안

불어 시험을 보고 왔는데, 오전 내내 최선을 다할수 있도록

기도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대입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 한국인입니다.

리나라는 대학입시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지어진다 해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한국인이라 그런 강박관념은 있으면서 80%의 합격률을 가지는 프랑스 대입이라는 현실을 대하고 보니 이거

참 야릇합니다. 프랑스의 대입은 그리 큰 비중을 가지지 않습니다. 통과만 하면 되는것이고, 코멘트가 붙는 점수를 받으면 우수한것입니다.  그런데 대입이라는것입니다. 이번주에 시작하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아이 학교는 이미 6월 7일에 수업을 마쳤습니다. 학년이 끝난것입니다.

 

입시를 앞두고 수업을 하지 않다니요~ 그날 고 3반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답니다. 아이 말이, 대입을 앞두고 수업 끝났다고 그렇게 기뻐해도 되냐는것입니다.  그날 이후 고3들과 아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분주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아이가 곧 입시를 보게 되는데 엄마가 이렇게

느슨해도 되나 싶더군요.

그런데 제가 해 줄수 있는 일은 밥해주고 공부할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주는것 외엔 없습니다.

공부는 자신이 해야 되는 것이죠. 그동안 닥달은 많이 해왔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아이에게 동기 부여가 될까 싶습니다. 허구한날 하는 엄마의 잔소리밖에 안되었겠지요.

그렇다고 엄마를 위해 하는 공부라는 위험한 발상은 더더군다나 가져서는 안될것입니다.

 

대입이 시작된 월요일에, 아들이 고3인 한국인 엄마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분 말씀이 그날 아침 입시장으로 가는 아들을 일부러 보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답니다. 왜냐하면 아들이라 엄마의 세심한 배려가 오히려 귀찮게 여겨질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나중에 메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 분 말씀이 아이 자신이 알아서 해야되는것이라고요~ 아들 없는 엄마라 잘모르겠지만 입시날 시험장 가는 아들을 내다 보지도 않는 그분의 담대함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아이와 같은 학년의 아들을 가진 베트남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점수를 받던지 난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보냈다고 합니다. 아주 쿨~한 엄마입니다.

 

그런데 중국인 엄마는 다르더군요. 절에라도 가서 빌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그리고는 추운 입시날 학교 문앞에서 두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한국 엄마들이 떠오르더군요.

우리는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대입이 인생을 결정하게 되는것이니까요.

 

프랑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 입학 시험 보다는 그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수재들이 간다는 그랑제꼴 준비반은 입학 허가를 마친 상태고, 대입은 형식상 보는것입니다.

그런데 이 준비반에 들어가게 되면 학업량이 대단합니다. 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식사와 자는 시간외에는 공부를 해야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급에다가 그이듬해에 통과하지 못하면 퇴학입니다.

 

그리고 대학 공부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데 많은 학생들을 낙제시킵니다.

 

의과 대학은 어떻게요~ 1학년에서 10%만 2학년으로 올려보냅니다. 한번 유급할 기회를 주고 그다음에 통과하지 못하면 과를 옮겨야 됩니다.

 

그리고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은 대학 입학 자격증만 가지고 직업 학교로 들어갑니다.

 

프랑스 학생들은 고3까지 널럴하게 놀다가 대학 들어가면 열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데 그 나이에는 공부에 대한 압박과 어려움을 감당할만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기도 하는데요, 늦지는 않습니다. 대입에 실패하거나 유급이 되어도 또 다른 선택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대입을 치르고 나면 대학, 그랑제꼴 준비반, 에꼴Êcole, 기술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됩니다.

이미 4개의 관문이 있고, 전과나 대학 옮기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프랑스 대학은 평준화 되어 있는데,

요즘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몇몇 있습니다.

 

주위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들이 고등학교때까지는 공부 않고 놀다가 대학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대학 입시는 점수가 중요한게 아닌 통과만 하는것이라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 말에 의하면 전혀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있는데 합격한다고 합니다.

 

2011년 프랑스 대학 입시 합격률은 77%였답니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느슨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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