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10여년전, 큰딸이 태어나고 2살쯤에, 아이와 부대끼면서 박사 준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나는 갑자기 나에 대해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생각에 임신과 육아로 불어난 몸매를 다듬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해 6개월 정도 끈질긴 노력으로 10킬로 정도를 감량했다.
결혼 전 보다 더 날씬해진 몸매를 가질수 있어서 난 정말 날아갈듯이 좋았고, 없던 자신감까지 생긴 듯 했다.
그리고 몇년 동안 비교적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다가 둘째를 가지고 나서 몸은 당연히 불어났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뒤 모유 수유를 잘 활용해 또 왕창 다이어트에 성공할수 있었다.
“애기 엄마 같지 않다”는 둥, 이런 저런 달콤한 소리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런데 아이들 키우는 엄마가 어느 정도는 기운이 있어야지,
밥 적게 먹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충실할 수 있었겠는가?
다이어트 하면서 오는 짜증들, 그리고 아이에게 신경쓰는 게 힘든 것, 등등..
아마 나의 큰딸은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고 커왔을 것 같다.
나의 철부지 엄마 시절의 부끄러운 모습들,,,,
정신차리고 기도하면서 아이들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것들 회개하고,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가려고 애썼다. 그러기 위해 나는 밥 많이먹고 기운내서 더 열심히 기도했고, 아이들의 표정, 몸짓 하나에도 그냥 예사로이 보지 않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몸은 당연히 또 불어났고, 애들을 위한 노력들이 나의 삶에 기쁨이 되어 가고 있을 무렵, 나도 여자인지라 몸매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 나는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어”하면서 보낸 시간이 몇년이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내는 것이 마음을 안 먹어서 못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나에 대한 과신으로 행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제대로 된 착각속에 빠져있었다.
언제든지 성공할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과식을 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음먹어도 안된다고 생각했더라면 음식 조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
나의 취약점인줄 알면 긴장하고 애쓰게 되어 있는게 아닐까?
이 과신의 문제는 단순히 다이어트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얼마든지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과신이 절제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금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배를 또다시 찾게 되지는 않을지?
또한 한단계 더 나아가서, 내가 경멸했던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는 않아"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언제부턴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이제는 "나 또한 저렇게 될수 있겠구나. 좋은 모습 아니니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지"하고 나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나를 좀더 다잡고 살아갈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내려 놓을수도 있게 되고, 온전히 주님께 맡길수도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마음 먹어도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할수도 있다.” 이렇게 마음을 돌리고 나니 어제 저녁부터 식탁에서 약간 긴장된다. 아마 조만간 쌈빡한 모습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겠다.
1998년 제네바에서 큰딸, 유진
유진 3살때
1998년 베니스에서 스위스, 인터라켄 가는 길에서, 우리 차 아님
베니스에서
독일 쾰른 성당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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