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7살 터울의 두딸 키우기

파리아줌마 2008. 7. 8. 04:51

 

이제 7월과 8월, 두 달간의 긴여름 방학이 지나고 9월이 되면 둘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큰딸 때도 그랬지만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어느덧 이렇게 자랐구나 싶은게,가슴벅차 오른다.

나는 13살, 6살의, 7살 터울의 두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터울로 보나 성별 구성으로 보나 잘된 자식 농사는 아니다.

성별은 내뜻대로 할수 없으나 터울 만큼은 조절이 가능했을 것도 같은데,

뜻밖의 유산을 겪으면서,, 그또한 내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았다.

 

동생이 태어나고 난이후, 그동안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큰딸은

7살 어린 동생과 그 사랑을 나누어야 되는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질투심를 표현하기에는 철이 많이 들어 동생의 탄생을 어쨌건 기뻐해야 하고 보살펴주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나이이고, 그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저 또한 너무 어린 마음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수 있었다.

 

딸의 가장 큰 고민은 동생에게 질투가 나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질투는 있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 이 이중성 사이에서 심하게 갈등을 겪는 딸을 보고는,

질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별다른 해결책도 없이 질투가 당연하다고만 해주는데,

딸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고 나 또한 많이 놀랐다.

딸의 본능적인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주고 나서부터 동생과 더 가까이하며 사랑도 느끼는듯 했다. 

 

타고난 둘째의 영악성에다가 끊임없이 본인의 기준과 수준은 7살 많은

언니의 것에 이르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둘째,,

언니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본인도 꼭 알아야만 하고,

꼭 한번은 비슷한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고는 언니와 대화의 수준을

맞추려고 이끌거리는 눈빛으로 노력하는 둘째를 보고는 애처러움까지 느껴질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저 또래들 보다 좀더 똑똑하고,, 더 눈치 빠르고,

세상을 보다 빨리 알아가고 있는듯 하다.

결국 그런 것들이 장점으로 발휘가 될지 단점으로 발휘가 될지는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하디 순한 기질의 첫째와 영악한 둘째의 자매간 우애가 제대로된 관계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때때로 있는 동생의 쿠데타성 행동에 상대하기 귀찮아서 눈감아주고 있는 큰딸을 보고는 나무랬다.

서로를 위해서 좋지 않은 일이라고,,

언니를 무서워할줄도 알아야하고..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큰딸에게 필요에 따라서는

동생을 혼낼수 있게 했다.

그로부터 조용했던 집안은 온통 큰 아이의 동생 혼내는 소리로 꽤나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7살 터울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티격 태격 싸웠다. 주로 어린 동생 약올리는 것으로,,

언니에게 혼나서 울고 오면 엄마는 따뜻이 둘째를 맞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하며 혼날만 했던 이유를 찾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언니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었고 때로는 무서워도 하며,,

함께 놀아주면 너무 좋아한다.

 

7살 많은 언니를 둔 6살짜리 삶에도 애환이 있었다.

어느날 저녁, "엄마도 크고, 아빠도 크고, 언니도 크고 우리집에서 작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입술을 삐죽거리며, 서러움에 목놓아 우는 둘째를 안아주면서,

"그런데 이익본 것도 많지 않았니?"하니, 우느라고 옆으로 흐트려졌던 눈을 똑 바로 뜨고 나를 본다.

학교 생활이나, 여러 많은 아는 것들이 누구 덕분이냐?고 하니, 내가 듣고자 했던 정답인 언니 덕분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언니 덕분 아니냐니깐 혼자 얻은 것도 있고, 선생님께 배운 것도 있다며, 언제 울었냐 싶게 눈을 똑 바로 뜨고는

입술을 야무지게 오무리고는 이야기한다.

 

더 이상 말은 필요없으리라 생각되었다. 본인이 느끼는게 중요하지..

엄마 보다도 한뼘이나 키가 큰 언니의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 해진다.  

왜, 짠~ 해지는걸까?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이 있나보다. 터울을 잘 맞춰주지 못한 아쉬움 같은 건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면서 지혜롭게 잘 키울 것을 다져본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나의 살던 고향은...  (0) 2008.08.21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며,  (0) 2008.07.26
나의 푸르른 지난날  (0) 2008.04.14
"아줌마"에 대해서  (0) 2008.03.09
과신, 나의 한계  (0) 200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