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줌마"에 대해서

파리아줌마 2008. 3. 9. 00:26

 

 

"아줌마"라는 의미를 인터넷 사전을 통해 검색해보니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웬지 싱겁다..

그래서 검색을 그만 두고 내나름의 "아줌마"를 풀어가는 게 좋겠다..

 

나의 블로그 이름은 "파리아줌마"다. 별생각이 없이 즉흥적으로 지어진 이름인데, 얼마전 큰딸은 제발 이름 좀 바꿔라고 한다,,

 

그래, 이해가 된다,, 왜 딸이 블로그 이름을 바꿔라고 하는지,,,

하지만 위의 주소창에 써있는 영문 이름으로는 파리마담이다..

 

나는 이곳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나,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마담 정으로 통한다,,, 정 마담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한번쯤은 강조해야 될 것 같다,, 나는 마담 정이다

남편의 성이 정씨이기에 붙여진 마담 정인데 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외국의 모든 기혼 여성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남편이 핸드폰을 받을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받고는 나를 소개할 때는 마담 정이라고 하면 된다.

 

지난해 한국을 다니러 갔을때, 대구에서 친정 어머니가 파마를 하고 온 나를 보고는 아줌마라고 하신다,, 아줌마란 말에 나는 발끈했었는데, 이에 어머니는 , 아줌마 아니고 뭐냐?,,,

 

뭔가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듯했다,, 그래 나 아줌마지,, 그것도 결혼 10년이 넘고, 40대로 들어선 아줌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줌마란 소리를 들으면 왜 그리 기분이 좋지 않나?

 

아줌마란 말이 저속한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부라는 말 보다는 조금 덜 고상하면서, 보다 더 만만함을 느끼게도 하는 말 같다.

 

블로그에서 파리아줌마로 통하면서 처음에는 길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닉을 제대로 불러주시는 분이 드물었다. 또한 약간은 어색해 하시면서 다른 좀더 그럴듯한 이름으로 변형시켜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모두 다 좋았다,,

 

나 혼자 편하고자 불러주는 이들의 어색함을 생각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다잡아보는 좋은 기회였었다..항상 살면서 부딪치는 나의 가장 커다란 취약점이다..

불러주는 이들을 조금만 생각했어도 나는 아마 조금은 보다 더 편안하면서도 고상한 이름을 가졌을 것이다.

 

 

 

기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면서 제일 먼저 주신 말씀이 이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중심을 잡아가라는 것이었다.

아마 겉모양만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아내로서의 내조와 엄마로서의 자녀 사랑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귀찮게 여기면서 억지로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수가 없다,,

 

나에게는 이게 바로 주제 파악과 더불어 현실 직시인 것 같았다,..

나의 이상과는 동떨어진 채로 가는 삶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무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끌어 안아야겠다는 결단을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고, 나의 현실 또한 조금씩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 안을 채워나가고 있으니, 아이들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로서 어떤 것들을 채워주어야 할지도 알수있게 되었고, 그냥 지나쳤던 남편의 모습 또한 제대로 보이면서 우리 부부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되어 구체적인 기도 제목이 생기기도 했다.

 

14년 동안 남편과의 눈치 싸움, 기 싸움으로 어느덧 남편 속이 훤히 내다보일때도 요즘 자주 경험하게 되고,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과일 살 때 흥정이라고는 창피해서 못하고, 몇가지 물어본게 미안해 아무 생각 없이 사주기까지 했는데, 요즘은 악착 같이 딸기 하나 맛보고도, 보다 싸고 맛있는 집을 다시 찾아가려 했다가, 얼마전 그 딸기전 주인인 아랍 아저씨에게 한소리 듣기까지 했었다.

 

그 아랍 아저씨에게는 충분히 미안함을 표현했고,.어쨌든 그날은 스스로 대견해 했었다.,, 이제서야 지극히 현실적인 아줌마가 되어가는구나,,

 

그야말로 쉽게 깨어지지 않는 질긴, 질그릇 같은 아줌마,,,

 

그래서 나에게는 이 아줌마란 말이 특별하고, 파리아줌마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나왔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받아들이고 난뒤에 나에게 오는 변화는 큰 것이었다.. 그변화속에서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세상 모든 아줌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파리아줌마"라는 이름을 계속 간직할 것을 고집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을 위해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살 터울의 두딸 키우기  (0) 2008.07.08
나의 푸르른 지난날  (0) 2008.04.14
과신, 나의 한계  (0) 2008.02.12
새해를 맞이하며  (0) 2008.02.06
나는 어떤 사람인가?  (0) 2007.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