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월이 오면

파리아줌마 2008. 9. 2. 19:30

 

   오늘 아침 9 월 2일, 7,8월 두달간의 긴여름 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이 학교로 갔다.

        특히 둘째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입학"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입학식"과 "졸업식"이 없다. 어떻게 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그래도 입학과 졸업은 조금은 형식에 얽매여 기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라기 보다는 그냥 "들어갔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은 참 지루했다.  좀처럼 9월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이 지루했다.

        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방학을 하고 7월에 들어서자 마자 허전하고 심심해서 사람들을 접하고 싶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에 더욱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집에 있으면 힘들다"는 다른 엄마들의 심정을 처음으로 이해할 것만 같았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 누군가에서 연락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오랜 외국 생활의 외로움으로, 단지 그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 때를

        기억해보았다.

        제대로된 인격적인 만남이 아니었고, 내가 원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외로움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은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집으로 초대도 하고, 그집으로 만나러 가기도 하고,,

        사람과 만나고 사귀게 되는 데는 과정들이 있는데, 외로움에 너무 성급하게 친해지려하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나의 자존은 나도 모르게 땅에 떨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나는 외로움을 택했다. 

        오로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내가 가졌던 주위의

        인간관계들을 다시 확립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는 절제가 필요한데 나의 조급함에 앞서가려고만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먼저 연락을 취하기 보다는 기다리는 쪽을 택했고,

        연락을 받고 만날 기회들이 있었지만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을때는 거부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내가 좀 더 온전해지는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고 나서 지난 날을 돌아보니 참 굴욕적인 모습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은 나의 마음과 다른데, 나만 좋은 사람이고 싶고,

        변하지 않은 순수를 간직하고 싶다는 미명하에...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이제는 나만 생각할게 아니고 상대방도 살펴가면서 나아가고 싶다.

 

       그렇게 외로운 두 달을 보내고 나니 내 영혼의 구멍 하나가 메꾸어진 느낌이 든다.

       그 채워진 것 붙들고 9월을 살것이다.

       9월에는 무엇을 어떤 부분을 메꾸어야할지, 메꾸게해 주실지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9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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