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바이올린 선생님의 꾸지람

파리아줌마 2008. 10. 1. 02:34

                                    

 

살면서 오는 위기들, 사람들간의 부대낌들,,

이런 것들을 계기로 성장할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들의 삶은 좀더 풍부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크고 작은 시련들이 나중에 온전히 감사한 기억으로 될지,

아님 나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환경탓만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이제 13살, 큰딸은 올해로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7년째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반을 바이올린이 차지하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무엇 하나 애착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이 없었고, 엄마가 시켜하는 악기 배우기에

좋지도 싫지도 않게, 뜨뜻 미지근하게 겨우 임해오던 딸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딸의 연주 실력이 일취월장할수 있었던 조금은 따가운 동기가 있었으니,

바로 호되게 선생님에게 혼이나고 난 뒤였다.

 

딸은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필요한데로 불구하고 과감히 활을 밀고 당기지를 못했다. 이런 것들을 항상 지적해주던 선생님이 어느날 작정을 했다.

처음에 수업시간에 부모가 참관할 것을 선생님이 권했기에 몇 년이 지나고도 항상 함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수업이 있는 이들에게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수업실로 들어와 선배 혹은 후배가 연주하는 것을 일부러 듣게했다.

 

그런데 그날 일찍와서 들어온 다음 학생 앤디를 밖에 나가 기다리게 부탁을 하고는 딸을 꾸중하기 시작했다.

“유진! 내가 보기에는 너는 얼마든지 잘할수 있어,,그런데 너 스스로가 잘하기를 원하지 않는것 같아하면서

장시간 동안 수업도 팽개치고 혼을 내기시작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선생님의 표정에서

정말 아이를 위한 안타까움을 읽을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생활속에서 엄마가 딸을 보면서 답답해하던 문제들을

선생님 또한 신기하게 똑같이 보고 바이올린쪽으로 지적해주고 있었다.

 

엄마는 너무 감사하고 좋았지만 딸이 걱정이 되어서 표정을 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져 있었다.

속으로 아이를 어떻게 다독이지?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작은 소리로 Merci”[고맙습니다]하고 선생님에게 눈으로 더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와서, 딸을 살폈다.

빨갛게 상기된 뺨과 고개 푹 숙인 채로 있는 딸에게 조심스럽게 괜찮니?하고 물으니,,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어, 하지만 선생님 이야기가 다 옳아, 정말 나를 위한 것 같았어라고 한다..

날아갈 것만 같이 감사했다.

 

그날 이후 딸은 어떠한 불평도 없이 열심히 바이올린 연습을 해, 그 다음해 좋은 성적을 받고 2e cycle로 통과할수 있었다.

 

요즈음 딸은 바하의 첼로곡을 바이올린곡으로 변주한 것을 연습하고 있다.

때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는 것 같아 기분 좋게 듣고 있다가,

그날 선생님의 꾸중[?] 덕분에 이렇게 고운 음색을 듣게 되는구나 싶다.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꾸중을 해준 선생님과 비록 그 상황에서는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꾸지람을 성장의 기회로 잘 받아들여준 딸에게 감사했다.

 

선생님의 인간적인 감정 하나 실려있지 않은 꾸지람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딸이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감정 섞인 말들도 많이 듣게 될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존심 상하기도 하겠고, 상처가 되어 힘들어할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바램은 이는 받아들이기 더 힘들겠지만, "힘들다" 소리치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냐" 발버둥도 쳐가며, 결국은 "내가 들어야할 당연한 소리"로 

받아들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해 나가는 딸이 되기를 원한다.

이렇게 삶을 사랑하며 본인을 귀히 여길줄 알며 살아가는 딸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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