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다가

조강지처클럽에 빠지다

파리아줌마 2008. 10. 15. 01:21

 

 

지난 9월 아이들이 개학을 해서 학교로 가고 난뒤 혼자 즐길수 있는 드라마가 없나

기웃거리다가 편안하게 접한 것이 "조강지처클럽"이었다.

그것도 저용량으로 다운 받아 가볍게 보고 있으면서 드는 생각은 "온통 불륜이구먼"이었다.

집에서 혼자 점심먹는 것이 심심해서 벗 삼아 보던 드라마였다.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1회 보고 나서 가볍지 않은

그 무엇에 이끌려 웬지 아껴가며 보아야할 귀한 드라마 같아 잘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아줌마 삶에 귀한 드라마 아껴가며 볼 시간은 없기에,

"결국은 아끼다 똥 된다"는 조강지처클럽에서 자주 쓰이는 대사처럼 "에덴의 동쪽"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드라마속의 불륜을 지탄받고 있는 세태에서 아예 왕창 그것으로 가버리자는 속셈인 것 같았다.

쉬쉬~~하며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는 몸사림보다는 그냥 드러내버리니 차라리 속 시원했다.

그리고 불륜 이야기이라고 외면해 버리기에는 그것을 둘러싼 가족들의 몸부림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잘 표현해준것 같아

한쪽을 욕하면서도, 에구~~하며 또 다른 쪽의 힘든 마음에 공감이 되어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꾸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된다.

 

무엇보다 탄식을 금할수 없었던 게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었다.

30년 첩을 두고 있는 아버지 한심한부터 시작해 한원수, 한복수, 한선수, 세자녀들의 독특하면서도 그럴듯한 이름들과

깍~~하며 자지러졌던게 한원수와 바람이 난 모지란의 남편의 이름은 감시중이었다.

아내의 외도에 괴로워하며,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 남편의 이름이다.  

또한 한심한의 딸, 한복수의 바람난 남편 이름은 이기적, 그리고 원수에게 버림받은 아내

나화신의 새로운 연인으로 등장한 이의 이름은 구세주였으니, 그이름의 유머스런 상징성에

무거울수 있는 주제의 드라마를 가볍게 웃으며 대할수 있었다.

 

이 드라마를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불륜 코믹 드라마이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외도를 대하며 아내가 여자로서 가져지는 감정들 또한 세심하게 잘 드러내고 있어

주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 했다.

 

이른바 "욕해가면서도 보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알 것 같다.

내속에 내재해 있으면서도 감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며 차라리 욕이라도 하면서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자기 최면을 걸고 싶은 것들을 대하며, 그런것들이 어떠한 결과들을 초래할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보고 싶어질 것  같고, 남의 가슴 아프게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좋지 않게 되는 순간, 

"그럼 그렇지"하며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자신에 대한 위안과 함께 아닌 것들이 댓가를 치르는 것을 보며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드라마를 보며 통쾌했던 것은 권선징악이었다.

그리고 인과응보와 자업자득을 일축하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짐으로서

악을 행하고도 잘사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세상 사람들의 억울함을 대리 해소해주는듯 했다. 

하지만 본인이 행한 것으로 인해 해을 당하는 인간들의 나약함과 초라함에

결국은 이해를 끌어내게 됨으로 악을 행한 자와 받은 자 사이의 용서와 화해로 가고 있어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서고 있다.

 

결국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권선징악도 인과응보, 자업자득도 아닌 그냥 "인간" 그자체였던 것 같다. 

악을 대하며 너무나 당연함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인간들이 가지는 또 다른 한계를 아주 잘 그려내는듯했다.

악에 피해입는 이들의 치떨림과 상처를 처절히 그려내면서도,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대사에서 보듯

용서치않고 이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악을 뿜어내는 나약한 인간들을 느끼게 한다.

 

"네가 그랬기 때문에 나도 그런다", "너도 그러는데 나는 왜 못하냐" 식으로 끊임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영향을 받는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아닌 것에 휘둘리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지켜나갈 것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이야기하고 있지않다.

바람피는 이들과 이에 상처받는 아내들, 그리고 지탄받아 마땅한 바람피는 남자들의 대상이 되는

내연녀들의 아픔까지도 인간적으로 잘 그려주고 있다.

어쩌면 가장 불쌍한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그녀들의 아픔과 자책들까지도 인간, 혹은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상처안겨준 인간들에 대한 분노로 인해, 못되는 꼬라지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사람이 내가 원했던 대로 망가졌을때 그렇게 후련할수 있을까?

아니, 그 모습을 대하고난 뒤 엄습하는 심한 허망함과 괴로움은 더 견디기 힘들것 같다. 그러기에 우리는 용서해야하나 보다. 

 

불륜은 하나의 소스일뿐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들 사이의 주고 받는 좋고 나쁜일들이,

드라마이기에 약간은 과장된 상태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결과들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느 배역하나 소홀하거나 어눌한 연기가 없다. 처음에는 신인인 한선수의 어설픔이 약간 걱정되었지만 

아버지의 첩살이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가는 와중에 내뿜는 감정연기는 내 기대를 넘어섰다.

 

남편이 10여일 한국 다니러가고 없는 사이 눈치 볼 것 없이 새벽2, 3시까지  이 드라마 보고는,

아침에 눈이 뻘개져 아이들 학교 보내곤 한다.

조금 바빴던 일도 있었지만 요즘 블에 글도 안올리고, 블 마실도 소홀하고 시간만 있으면 이 드라마를 튼다.

오늘 남편이 오면 이 무절제한 드라마 시청도 정리가 되리라..ㅎㅎ

50회까지 보았다. 104회로 종영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남편눈 피해가면서 다른 방법을 쓰면서 새로이 빠져들것 같다. 

아님 재미 있으니 같이 보자고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