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다가

하이킥, 웃음뒤에 남는 여운

파리아줌마 2009. 11. 15. 05:41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인기있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하이킥"의 전편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 또한 열심히 시청했었다.

기억나는 것은 정준하씨의 식신 연기와 어리숙한 성격에 어울리는 몸개그를 아주 재미있어하며 보았다.

 

시트콤이라는 것이 여러 유형의 성격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각상황에 처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엮어 가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전편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물론 지난편에서도 있었는데 그당시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30부 후반부터 시청하기 시작했다.

이번 "하이킥"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여러 유형의 인간들의 본능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거기에 따른 댓가들도 신랄하게 그려지고 있어 단순히 "낄낄 깔깔"하며 웃고나서는 한참 여운이 남는다.

지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그저 거짓말과 실수들을 숨기고 덮으려고만 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숨기고 덮고만 하는 가벼운 시트콤 특유의 답답함을 넘어서 그런 인간적인 부족함들이 빚어내는 결과들을

너무나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몇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과 한우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려고 사온 광수는 항상 "한입만~" 하고 얄밉게 끼어드는 정음을

어떻게든 따돌릴려고 한다. 내가 봐도 "한입만"하고 달려드는 정음이 정말 얄밉다.

광수는 죽자사자 정음을 따돌리기 위해 방에 블루스타를 넣어놓고 정음이 자는 한밤중에 일어나 고기를 굽는다.

결국 코가 예민한 정음에게 들키게 되자 고기 덩어리채로 입에 털어넣는 광수는 고기가 목에 걸리게 되고,,

마당으로 뛰어 나와 캑캑~하며 뱉어내고 나니 개가 와서 그 고기 덩어리를 주워먹는다.

결국 "한입만"하는 정음을 얄미워만 하다 광수 자신조차도 한입도 못먹고 개에게 주고 말았다.   

정음이가 미워 어떻게든 주지않고 먹으려던 광수가 이해가 되지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황당한게...개에게 주기 위해 그 소란을 피워댔던 것 밖에는 되지않는다.

비록 정음이 얄밉지만 그래도 한입만 주었더라면 광수는 한입보다는 더 먹을수 있었을 것이다.

먹는 것을 상징으로 묘사한 에피소드이지만 우리들의 삶속에서 이런 비슷한 유형들이 없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움에 대항해 같은 미움으로 대할때는 결국은 본인에게도 좋을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쥬얼리 정의 경우,, 어리섞음으로 허구한 날 장인에게 구박당하다가 신경성 위염에 걸려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의사가 "화나면 화도 좀내어 가면서 풀고 살아라"고 한다.

분명히 의사는 "아무한테나 하면 안되겠지만요,,"라는 조건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무나"

만만한 운전사로 잡았다.

운전사에게 온갖 티끌을 잡아가며 화를 내고 나니 쓰리던 속이 풀렸다.

이에 쥬얼리 정은 장인에게 구박만 받게 되면 바로 운전사를 찾아 신나라하며 미친듯이 운전사에게 온갖 화를 내게 된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던 어느날 더이상 못참은 운전사는 길에서 차를 세우고 불 같은 화를 내며,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

쥬얼리 정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고함지른다.

느닷없는 역공격에 놀란 그는 차문을 잠그고 무서워 벌벌떨게 된다.

화가 풀린 운전사가 사과하며 없었던 일로 하자며 쥬얼리 정을 달래지만 혼이 난 그는 급기야 운전사에게

존댓말까지 쓰며 무서움에 떨게 된다.

억눌려 살고 있던 이가 어느 솔깃,, 달콤한듯한 의사의 권유를 본인 마음대로 받아들여

극에서 또 다른 극으로 치닫는 무절제함의 결과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양심을 외면하는 이순재 

 

 

인간의 본능속에 심어져 있는 악한 본성과,,,

양심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 속에서 우려나오는 소리를 항상 같이 듣게 되는 이순재

그는 항상 본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몇몇 에피소드에서 본 그의 모습은 예전 딸아이의 만화속에서 본 플루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플루토의 머리위에서는 까만 가운을 입고 창을 들고 있는 악마와 하얀 가운을 입고 천사의 모습을 한 두 형상 함께 있으면서

플루토는 두 생각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질투의 화신이 된 이순재,,

질투가 일어나는 본능과 본인의 사업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에게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면서

현실에서 조차 좋았다, 싫었다를 행동으로 반복하게 된다.

항상 두생각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그리고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본인이 사랑하는 이의 이벤트를 위해 쓴 3천만원으로 인해 재정적인 압박이 가해지자

가족들에게 비상 긴축을 선언한 것이다.

가족들에게 아껴쓸 것을 강요하면서 독백이 이어진다.

"야! 이순재,, 네가 이벤트를 위해 쓴 3천만원 때문이잖아"

그는 본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아닌줄 알면서도 뿔난 악마의 편에 선다.

가족들과 거주도우미 세경에게 철저히 절약하는 생활을 강요하고 난뒤, 그는 사랑하는 이에게 또 다시

백만원짜리 밍크 코트를 선물하면서, 가족들과 절약을 위해 세제조차 만들어쓰고 있는 세경을 기만하게 된다.

 

광수의 고기 사건이나 쥬얼리 정의 사건에서는 양심까지 운운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들은 본인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이 그냥 본능에만 충실했을뿐이다.

그렇기에 거기에 따른 결과들은 빨리 오게되고 적어도 본인들이 알아차릴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재는 좀 다른 것 같다. 그에게는 결과가 없다.

그는 앞의 두사람들처럼 어리섞지는 않다. 하지만 지혜롭고 현명하지도 못하다.

그가 알아차릴수 있는 결과가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돌아볼수도 깨닫게도 하지못하는 큰 족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볍게 보고 넘기는 시트콤에 너무 무게를 가한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일화들이 우리 현실의 삶과 연결이 되면서,, 단순히 웃고만 넘길수 없기에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