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김연아 선수

파리아줌마 2009. 4. 1. 06:33

 

 

김연아양이 피겨 스케이트계에서 세계 정상으로 우뚝섰다..

지난 토요일 아침, 인터넷을 열자마자 연아양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김연아, 김연아" 말로만 듣고는 그녀가 스케이팅하는 모습 한번도 보지않았던게 너무했다 싶어

바로 유튜브로 들어가보았다.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중학교 1학년때 학교 대표,  그룹 피겨 스케이트에서 잠시 잠깐 선수로 활약[?]했던 적이

있기에 빙판위에 선다는게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안다.^^

 

연아양의 연기를 보고난 뒤의 느낌은 너무 시원스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가볍고 부담없이 연기할수 있을까 싶었다.

 

그로부터 몇일 동안 나는 연아에게 빠져있었다.

 

19살,,아직은 앳되고 어린 나이에 피겨 스케이트로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쳐준 그녀가 한없이 고마웠다.

"한국의 연아 김"이라는 멘트가 경기장에 울려퍼지고 관중의 우뢰 같은 기립 박수를 받는 그녀를 볼때마다

가슴 벅차 올랐다.

 

프랑스 진행자와 해설 위원은 어떻게 보았는지, Eurosport 방송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클릭해 보았다.

쇼트 경기때, 연아양 바로 전 순서였던 프랑스 선수 성적이 많이 부진했다.

프랑스 진행자와 해설위원은 연아양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별말이 없었다,.

처음 간단한 소개를 하였고, 회전 점프를 그렇게 시원스럽게 하고, 정확하게 착지하면서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나왔음에도

별이야기가 없었다,. "참,, 속보인다" 싶었다. 프랑스 선수의 부진으로 두사람 모두 심란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진행자는 진행자로서 빨리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던지,,,

"믿을수 없다"고 소리치면서, "지금 세계에서 그녀 같은 수준으로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은 없다."며 감탄사를 연발했고,

"다음 선수는 경기를 어떻게 하냐"고 걱정까지 해주었다.

 

괜히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내가 으쓱해진다.

 

"피겨의 신동"이라고 불리웠다는데 타고난 재능만으로 저렇게 세계 최고가 될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시상식때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눈물 흘리는 연아를 보고,

이곳까지 올라오기까지의 고통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 모습에서,, 그동안 혼자 가슴 깊이 접어두었던 서러움들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그동안 헌신적으로 딸을 뒷바라지해 왔던 연아양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딸의 재능을 믿고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겪었을 모든 어려움들이 보상되는 이 순간, 함께 눈물을 흘렸을것이다.

 

나도 함께 울었다..

아직은 어리광 부리고 싶고, 자기 편한 것만 하고 싶을 어린나이에 고된 훈련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한 인간을 보는

감동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편하고 싶었을까?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왔을까?

 

열악한 한국 피겨 스케이트 환경속에서 딸을 훈련시켰을 박미희씨의 갈등과 고난은 어떠했을까? 싶다. 

본인의 헌신적인 희생은 고사하고, 남편과 또 다른 딸을 전혀 돌볼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잘하는 것일까"라는 갈등의 시간들이 어디 없었겠는가?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없었겠는가?

사춘기를 겪는 딸의 훈련 과정속에서 모녀간의 갈등은 없었겠는가?

 

연아양이나 어머니,박미희씨나 스케이트 집어던지고 싶고, 빙판만 보아도 징그럽게 여겨질때가 없었을까?

 

최고가 된다는 것은...특히 훈련을 요하는 운동분야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은

어느누구도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될 것이다.

연아양은 자신의 재능만으로 최고가 될수 없음을 일찌감치 알았을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보석 같았던 연아양의 재능은 자신과의 투쟁속에서 깎이고

다듬어져 더욱 화려한 광채를 발휘한 것이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의 모습이었다.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에서 이긴자에게서만 나올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가졌을 잦은 부상들과, 2008년 엉덩이 통증으로 4대륙 대회를 포기해야만 했을때,

그리고 2007년 허리 통증으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에 머물었을 때의 힘듬들이 오늘날 더욱 강한 연아로 만들지 않았는지?  

여러 시행착오의 시기를 거치면서, 비록 실망은 있었을지언정 좌절치 않고 다시 일어나 자신을 다독이며,

추스려 나갔을 연아는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버릴수 있어야할 것이다.

진정 본인이 원하는 더 큰것을 위해 소욕들을 버리는 자기 극기의 과정이 있지 않는한 세계 최고의 자리에는 오를수 없었으리라,,

 

연아양은 본인의 재능을 믿기보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타고난 재능이 그노력과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승자는 바로 자신을 이긴 사람인 것 같다.

 

전세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아양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오늘날이 있기까지 자신의 인간적인 모든 한계를 뛰어넘은 연아양의 노력과,

그노력을 뒷받침했던 어머니, 박미희씨에게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