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내가 본 추성훈 선수의 지혜로움

파리아줌마 2009. 6. 18. 22:28

 

                                                             

 

아이들과 함께 즐겨보는 예능 프로 "패밀리가 떴다"추성훈편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별 관심없이 말로만 듣던 "추성훈"이었다.

나에게는 그냥 한국과 일본을 오락가락하는 사람 같았고,,인터넷을 통해 자주 이름만 들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패떴"에서 본 그의 모습이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일본에서 자랐기에 일본 사람 같은 특유의 몸짓들과 그의 겸허한 표정들에 이끌리며 묘한 연민까지 느껴져,

그날밤 추성훈 선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늦은 시간까지 그의 다큐를 유튜브에 찾아 보았다.

 

재일 교포 4세로 일본인이 아니었기에 항상 유도대회에서 1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대회에 나갈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모국인, 한국의 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싶어 일본측의 달콤한 유혹도 뿌리치고

1998년 부산 시청으로 오게된다. 

그는 연습광이었다.

그의 유도에 대한 열정은 부산 시청 대표팀의 사기를 돋구게 했고, 팀 모두 더욱 열심히 훈련에 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당시 한국 유도계에는 용인대학교가 독보적인 존재였었다고 한다.

용인대 소속이 아닌 추성훈 선수에게 가해지는 편파 판정은 심했다.

 

이같은 편파 판정과 텃세에도 불구하고 추성훈은 2001년 3월 태극 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했지만,,

능력과 실력만으로 커나갈수 없는 한국의 현실은 결국 같은 해 10월 그를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인으로 귀화하게

만들었다.

 

그는 "일본으로 가야겠다,, 말을 해도 안된다,,"고만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유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그리고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일장기를 달고 보란듯이 금메달을 따고 난뒤,,

"왜 귀화를 했는지"? "파벌주위 때문이었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그는 "유도하기 위해서" 귀화했다고 하며

또한 말을 아꼈다.

 

                                 

 

그가 정말 단순히 유도를 하기 위해 귀화를 선택했을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유도를 하고 싶어 한국으로 온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 귀화를 결심한 이유는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약 그당시 그가 받은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떠났더라면,,

패떴의 게스트로 출연 섭외를 받고, 한국의 패션쇼에 출연하고, 또한 격투기 선수로 방향을 전환한뒤 유도복을 입고

링에 오르며 한쪽 어깨에는 일장기를 또다른 어깨에는 태극기를 달수 있었을까? 싶다.

 

그가 격투기 경기시 양 어깨에 있는 일장기와 태극기를 번갈아가며 한번씩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 보고 어떤 기사에서 격투기 선수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한국을 이용한다는 빈정거리는 글을 본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정황속에서 한국을 이용[?] 좀 하면 어떤가?

 

한국의 고질적인 파벌주의에 희생되었지만 그것에 맞대응하지 않고, 우회하여 일본인으로 귀화해

한국에서 얻을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고 있다.

 

인간인 그가 한국의 텃세와 편파 판정에 화가 나지 않았겠는가?

이런 한국에 대한 화를 내뿜고 일본인으로 귀화했다손 치더라도 충분히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리고 또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였다고 볼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한국의 파벌주의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것에 직면해 대처해나간 그의 태도에 주목하고 싶어졌다.

정치계든, 학계든, 이런 운동계건 여러 사람들이 모인곳에 크건 작건 알게 모르게 깔려있는 이런 행태는

정말 안타깝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피해를 입고 정면으로 대항한다고 해서 쉽게 변화될수 있는 것들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갈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아닌 것에 대해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이야기해도 안될때는 일단은 피하는 것도 한방법이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참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를수 있는 최선의 다해야겠지..

 

추성훈 선수를 보고,, "풍운아".. "비운의 선수"라는 명칭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는 아주 지혜로웠다.

누구나 살면서 만나는 삶의 위기를 그는 감정적으로 대항하기 보다는 피하고 힘을 기르면서 그를 피해입힌 상대조차도

나의 편으로 만들어버린 지혜로운 사람이다.

또한 그의 지혜로움은,, 비록 한국은 본인을 외면하고 내쳤지만 함께 맞서 외면하고 내치지 않고 뿌리인 한국에 대한

그의 도리를 지켜나간것이었다.

원망과 상처의 쓴 뿌리를 키우기 보다는 그것을 자기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킨 선수이다..

 

본인말대로 그는 한국인이자 일본인이다.

그는 자기 뿌리로서의 한국과, 그에게 힘겨웠던 한국,, 이 두모습을 가슴 깊이 품고 있으리라.

격투기 선수로서의 그의 행보와, 한국과 일본에서의 활약들을 주의깊게 지켜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