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프랑스 방송 '톱 셰프' 본선 진출한 한국계 입양인

파리아줌마 2011. 2. 3. 09:03

요즘 프랑스 TV방송에서는 요리 서바이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1번 방송에서는 

<마스터 셰프>라는 요리 서바이블 프로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길래 함께 본적이 있습니다.

 

그저께 작은 아이가 이번에는 <톱 셰프>라는 프로를 보고 있길래

잠시 옆에 앉았는데 낯익은 얼굴이 나옵니다.

 

출연자인것 같은데 동양인 남자입니다.

그런데 눈빛과 피부빛깔이 한국사람같습니다.

말할때의 제스처나 표정은 전혀 아닌데 직감적으로

그가 한국인일것만 같았습니다. 잘생긴 훈남 스타일이었는데

한국인인지 확인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저녁 귀가한 남편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7살때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이라고요.

 

역시 한국인은 같은 한국인을 알아봅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게 이런것을 두고 말하는것이겠지요.^^

 

<톱 셰프>란 프로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2010년에 이어 두번째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TV 6번 채널인, M6에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쟁쟁한 예선을 거쳐 합격한 요리사들 14명이 본선인, 프로그램에 진출해서 여러가지 힘든 임무를

수행하면서 경합을 벌이게 됩니다. 지난 월요일[31일] 2011년 시즌 첫방송을 했습니다.

 

작년 경우를 보자면, 최종후보로 오른 이들 세명중 두명은 식당을 개업했고,

우승자는 1십만 유로[1억 5천만원]의 상금을 받아 파리에서 또한 식당을 열었다고 합니다.

요리사들의 꿈은 본인 식당을 개업하는것이라고요. 

 

30세의 한국계 입양인 요리사, Pierre Sang Boyer[한국명 : 김상만]씨

 

                                                                                                                                 <톱 셰프> 공식 사이트 화면 캡쳐

 

제가 오늘 이사람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입양인이기 때문입니다.

그옛날 어쩔수 없는 사연으로 고아원에 맡겨지게 되고, 프랑스로 입양되어 자랄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라와 국민이 키워주지 못했고, 친부모손에 자라지는 못했지만 낯선 땅에서 삶을 열심히 일구어냈습니다.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인터뷰를 보니, 가족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습니다.

그의 양어머니는 일곱살이었던 김상만씨를 데리고 왔을때 다른 아들에게 9개월동안

당신 배에 품고 있었던 아이라고 했답니다. 진정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었습니다.  

 

그는 16세때부터 요리 전문교육을 받았고, 몽펠리에에서 요리사 자격을 얻은후에 영국과 프랑스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한국을 알고 싶어 이태원의 프랑스 식당인 <르 택스>에서 일하기도 했답니다. 

그는 현재, 프랑스 지방인 리용의 오페라 식당에 셰프로 있습니다. 

 

지난 31일 첫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음식이라고 할수 있는 김치를 가지고 나와서 이야기하기도

했답니다.

 

프랑스의 한국 입양인 협회, <한국의 뿌리>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은 1만 5천명이라고 합니다.

입양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만만치 않은것 같습니다.

어떤 입양인은 본인이 처지가 꼭 비빔밥같다고 했답니다.

김상만씨 같이 잘 자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입양인들도 많습니다.

무척 가슴 아픈일입니다.

 

1995년 프랑스에는 한국 입양인들의 협회인, <한국의 뿌리>가 생겨 서로 교류하며,

한국 문화 체험을 통해 모국을 알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협회 회장이었던 리나드씨는 회장역할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일부분을 되찾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내면적인 공허감을 채울수 있었고, 종종 엄습했던 외로움도 떨쳐낼수 있었답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발견은 비단 낳아주신 부모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모국 문화에 대한 발견 또한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입양인들은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인 "버림"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들입니다.

비록 삶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들은 "살아남은 자"로서의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버림"의 고통이 아무리 클지언정, 그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갈수는 없겠지요.

 

매주 월요일 밤 꼭 챙겨보아야될 TV 프로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10주간 진행되는 요리 서바이블 프로를 보며 김상만씨가 일등하기를 응원할것 같습니다.

그는 10년전부터 본인의 식당을 개업할것을 꿈꿔왔답니다. 이번 기회에 그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오늘 설이지요.

외국에서 맞이하는 명절은 평범한 날들중의 하루일뿐입니다만 마음만은 한국으로 향해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