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콘서트
추억의 영화, "라스트 콘서트"를 소개하기 보다는 이 영화를 처음 접한 어린 시절 기억들이 떠올라 그당시의 상황들과 어린 나에게 다가온 이 영화의 느낌들을 담아보고 싶어졌다.
이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때쯤, 동네 아는 중학생 언니의 "문화교실"에 함께 따라가 보았던 영화였다.
서정적이던 영화의 배경들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들, 그리고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여자 주인공 스텔라의 이야기가 어린 감성을 꽤나 자극했던것 같다.
좌절에 빠져 있던 피아니스트, 리챠드가 스텔라의 도움으로 재기하여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서트를 가지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 이 콘서트를 보며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의 재기에 미소 지으며 서서히 죽어가는 스텔라를 보며 어린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끝나고 언니는 눈물을 닦으며, "너 울었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완강히 "안 울었다"고 시침땠다.
지금 생각해보니 "안울었다"는 나의 솔직하지 못함은 이미 이영화속에 깊이 빠져있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본능적인 방어가 아니었나 싶다.ㅎㅎ
레이프 가렛의 노래를 좋아했고, 빌리지 피플의 YMCA도 싫어하지는 않았으며,
오빠가 집에서 턴테이블에 강한 볼륨으로 자주 틀어댔던 "비즈스"의 노래들도 좋았으며,.
올리비에 뉴튼 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좋아, 영어 공부한답시고 가사를 외우기도 하며,
아바의 노래들에 푹~~ 빠져 있기도 했었던 시절,,
영화 "벤허"를 보고 그리 꽃미남도 아니었던 찰턴 헤스턴에 빠졌었고,
"9월이 오면"의 록 허드슨의 매력적인 모습에 감탄하며 보내 시간들도 있었으니..
프란시스 레이와 폴 모리아의 영화음악, 경음악들도 아주 좋아했던 나의 사춘기 시절,,,
TV에서 방영했던 만화 영화 "캔디"를 놓치지 않겠다고 방과후 학교 선배 언니들과
책가방 옆에 끼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열나게 뛰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을 가까이 하기보다는 영화보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런것들 와중에 이 영화, 라스트 콘서트는 나의 이같은 취미생활의 고향같은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이 영화 포스트를 대하거나, ost를 들으면 가슴이 때끈거려왔다.
중학교때 절친했던 친구, 은경이와의 주된 대화 내용들은 외국 영화배우들, 가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로가 좋아하던 것들이 비슷했기에 그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파멜라 빌로레시를 보며 너무 예쁘다고 하던 은경이는 휴일인 어느날, 공부하기 위해
사복차림으로 학교에서 만났는데,, 위사진의 스텔라와 똑 같은 차림으로 나타났다.
빽바지에 거의 같은 재질의 빨간 잠바와 목도리, 가방까지 맞추었다. 정말 놀라웠다.
시장을 온통 뒤져 똑 같은 옷들을 찾느라 애썼다며 다행히 이런 것들이 있었다고 너무 신나고 기뻐하면서
내앞에 나타났다..
나는 친구의 열과 성의에 감탄하며,, 덩달아 좋아라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의 은경이는 스텔라처럼 정말 예뻤다..
은경이의 옷차림을 보고 스텔라가 입은 것이 빨간색 잠바인줄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사진들 찾아보니 빨간색이 아니라 오렌지색 잠바였다,..ㅎㅎ
그날, 공부한 기억은 없고,,
아마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서 두여중생들의 재잘거림은 끝이 없었을것 같다.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들을 보고 막연히 미국의 어느곳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몽 생 미쏄[Mont Saint-Michel]과 파리가 배경이었다.
중세의 수도원이었던 몽 생 미쏄은 밀물때는 섬이 되었다가, 썰물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곳이다.
197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관광지로 유명하다.
또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는 스텔라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장면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계단위에서였다.
지리적 배경이 프랑스라는 것을 알고 유학중 프랑스 친구에게 이영화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고,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하니 너무 흥미없어했다.
라스트 콘서트는 일본이 자금을 들이고 이태리 감독이 이태리 배우들과 찍은 영화로,
유럽에서는 개봉되지 않았고,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는 배경들로 특별맞춤된 영화라고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수입이 되어 영화와, 음악으로도 대박을 터트렸다.
동양인의 정서를 고려한 영화! 그러고 보니 마지막 장면은 눈물나게하는 신파조 분위기가 농후했던 것 같다.
TV에서 주말의 명화 시간이든, 어디든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 또 봤고,,,
영화를 볼때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없는 눈물을 흘리게된다.
지금봐도 또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나의 "라스트콘서트" 홀릭은 대학 초년생때까지 계속되었다.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스텔라에게 바치는 콘체르토"의 피아노곡이 남택상씨의 편곡으로
한장짜리 악보가 시중에 나오게 되었다.
워낙 좋아했던 영화의 곡이라 당장 사보았다.
곡 앞부분에는 낮은 음표인, 샵이 몇개나 붙어있던지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다.
하지만,,,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나하나,,, 피아노 실력은 없었지만,,
집념[?]을 가지고 이곡을 익히기 시작했다.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 익히고 함께 붙여서 화음이 나오는 순간 그 황홀함은,,,
아주 좋아하던,,, 거의 동경하다시피 한곡을 내가 연주했다는 희열감은 이루말로 표현할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곡을 모두 외워 악보없이 치면서 즐겼다.
현실적일수 없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 곡을 연주하며
조금씩 현실화 되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이곳에 유학을 와서 이곡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피아노가 많이 아쉬워졌다.
그리고,, 악보는 내머리속에서 지워져 갔으며,,
몇년전 중고 피아노를 구입하게 되면서 아무리 악보를 떠올리려고 해도 앞의 몇소절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앞에 앉게 되면 기억나는 곳까지 치곤한다.
17세의 풋풋했던, 파멜라 빌로레시는 이렇게 중년의 여인이 되었다.
2004년의 모습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스텔라에게 바치는 콘체르토" 를 연주할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희열감을 느끼기에는 지금의 삶은 그때처럼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라스트 콘서트"와 함께 어우러진 나의 지나간 어린시절과 젊은시절의 기억들은 파스텔 연두빛깔로 추억의 장속에 곱게 접어져 있다.
곱게 접어둔 기억들을 들추어내며,, 오늘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났다.
너무 오래 여행을 했던지 7살박이 둘째가 다가와 느닷없이 "엄마가 이 닦아줘" 라고 한다. 좀처럼 엄마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않는 딸이다.
이젠 현실로 돌아가야할 시간인가 보다. ㅎㅎ
거위의 꿈님 덕분에 동영상을 올릴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눈물 샘 자극했던 마지막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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