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활주일을 보내면서

파리아줌마 2010. 4. 7. 07:55

얼마전 교회를 옮겼습니다.

예전에 교회 옮기는 이들 보면 사정은 잘 몰랐지만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저도 지금은 어쩔수 없이 좋아보이지 않은 사람들 틈에 끼었습니다.ㅎㅎ

 

부활주일인 지난 일요일은 이상하게 교회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채로 집을 나섰습니다.

부활 주일을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느라 안간힘을 썼습니다.

"내가 도대체 오늘 왜 이러지? 싶었지요.

 

파리에는 대한 기독교 협회에 등록된 9개의 한인교회가 있는데요, 매년 부활주일에는 연합 성가제를 가집니다.

두, 세개 교회 정도씩 연합해서 몇주전부터 모여서 성가 연습을 하죠,

예배 마치고 남편은 성가제에 취재하러 가고,큰딸은 교회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답니다.

둘째와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꽤 추운날씨였습니다.

마음이 왜 그리 스산한지요.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전 교회에서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부활주일 저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함께 신앙생활했던 사람들, 나의 믿음이 자라기를 이끌어 주던 분, 또한 옆에서 지켜보았던 이들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매년 부활주일에는 함께 차를 나누어 타고 성가제에 가곤했었는데,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기억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파편처럼 아프게 스며들어 왔습니다.

부활주일을 그분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게 아직은 딱지 앉지 않은 생채기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모든 감정들이 무디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보다 점쟎아지는줄 알았는데,

아니요,, 더 서럽고, 더 섭섭하고, 더 화나고,

더 슬프고, 더 애틋해지기도 하고, 더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다만 나이의 무게만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조절하려고 하지 여러 상황속에서 밀려오는 느낌들이 둔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힘에 버거워도 설레기도 한답니다.^^

 

8살박이 둘째 딸은 엄마 마음을 금방 알아차렸나 봅니다.

"엄마! 그때 누구 오빠와 누구 언니가,,라며 그분들의 자녀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립니다.

사람 마음은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집니다.

마음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알수 없을 것 같을지라도 상대에게는 느껴지게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쉽게 감출수 있는것 같지만, 가장 쉽게 들킬수 있는게 사람의 마음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마음 관리를 철저히 잘해야 되나 봅니다. 

 

딸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3월 마지막주부터 썸머타임이 시작되어 하루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밤 9시가 되어도 해는 넘어가지 않고 세상은 어스름해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련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보통 시나 수필에서 나오는 그리움은 정리된 감정들로 고상하고 추상적으로만 그려내었던 것 같은데,

나의 그리움은 사람 마음을 살벌하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밤10시가 훨씬 지나서야 남편과 큰 아이가 들어옵니다.

큰아이가 약간 감기 기운이 있어 걱정했었는데.,,아주 활달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들떠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날 성가제에서 만난 이들을 저에게 한사람, 한사람 열거합니다.

모두 전교회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구는 엄마에게 안부 전해라고 하고, 누구는 인사하고, 누구는 멀리서 보기만 했다고,,,

그리고 딸은 "엄마 ! 나, 오늘 성가제 예배 말씀은 잘 안들었어" 약간은 주눅든듯한 말투입니다.

"하지만 저번 교회 사람들 만나서 너무 좋았어"라고 하더군요.

 

"아주 은혜로운 부활절을 보냈구나" 라고 딸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믿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사람을 믿으면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가 저버리게 되면 상처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기대에는 저의 주관적인 관점이 들어가게 된다는 걸 알았지요.

정리되지 않은 주관식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ㅎㅎ

 

이 세상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섞은 것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또 나도 모르게 사람에게 기대를 하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사람에게 기대하는게 뭐가 그리 나쁘냐 싶기도 했지만, 기대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기대는 없애고 소망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대에는 나의 욕심이 들어가게 되는데 기대가 소망으로 변하면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내려놓고 기도할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기대가 소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처럼 그냥, 쉽게 주시지 않습니다.

호락호락 넘어가시지도 않습니다. 그런 하나님이 야속하기도 했고,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분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 그분 뜻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내가 좋고 싫고는 상관없습니다. 따를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릎을 꿇습니다. 그건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만 온전히 믿고 의지한다고 해놓고는 세상에서 제 멋대로 살았습니다.

자신이 있었습니다. 너무 자신이 있어 교만해졌습니다.

세상속에서 헤매이다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나님 밖에 믿을수 없다"는 구차한 고백을 했습니다.

"나믿어라"라고 하셨는데, 하나님 밖에 믿을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그래서 다시 고쳤습니다.

저에게 많은 허물을 허락하시고, 또한 그허물로 인해 저 앞에 연약한 인간들을 허락해주심으로

사람 바라보지 않고 이제는 온전히 주님 바라보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라고요,,

그리고 그허물들을 하나 하나 벗어내고 싶습니다.

 

사람을 믿지는 않지만 존중하고 사랑하려고는 애쓴답니다.^^

 

그리움으로 우울한 부활주일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퍼런 생채기가 말라 딱지가 앉게 되겠고, 그리고 나면 새살이 돋아 그 딱지를 밀어내겠지요.

그때는 좀더 고상하고 아련한 그리움을 이야기할수 있겠고, 소리높여 기쁘게 부활의 찬양을 부를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